교계/교회

"신을 빈곤한 언어에 끼워맞추는 창조과학의 신성모독"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4일 일간지에 실은 칼럼글서 밝혀

parkyoungsik
(Photo : ⓒ베리타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한승훈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종교학)가 지난 24일자 한겨레에 투고한 칼럼글 '창조과학의 신성모독'에서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해임 사태를 언급했다.

한 교수는 이 글에서 "나는 종교가 사람을 멍청하게 한다는 주장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멍청한 사람들이 때때로 종교를 핑계로 멍청한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그런 사람들이 멀쩡한 타인들까지 자기네 수준으로 멍청해지도록 강요하는 것은 심히 모욕적인 일이다"라고 운을 뗐다.

박 교수의 해임 사유 중 하나가 창조과학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그는 창조과학에 대해 "'창조과학'의 동조자들은 대단히 기이한 방식으로 창조의 신비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창조에 있어서 신비하거나 불가해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세계의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 성경에 우주와 생물의 창조에 대한 확실한 사실이 남김없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는 신에 의해 6일 동안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이때 모든 동식물도 함께 창조되었기 때문에 한때 인간은 공룡과 공존했다. 오늘날 우리가 공룡을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가 세상을 휩쓸었기 때문이고, 현존하는 생물들은 노아가 방주에 데리고 간 동물들의 후손들이다"라며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시기 또한 성경의 연대 기록을 통해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데, 가장 급진적인 창조과학 신봉자들은 세계의 창조로부터 지금까지 6천년 정도가 지났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을 중심으로 20세기 초에 시작된 운동인 이 창조과학의 동조자들은 "과학을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교리와 대립하는 '신념'으로 이해한다"는 설명도 보탰다.

한 교수는 또 "세계 각지의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공교육에서 진화생물학만이 아니라 창조과학도 가르쳐야 한다며 법적 투쟁을 벌여 왔으며 놀랍게도 몇몇 지역에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며 "한국의 경우에도 일부 대학이 창조과학 강좌 개설을 시도하는 일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 사건이 창조론과 진화론 대립 구도로 설정된 것에 대해서는 "대립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부터가 창조과학이 설정한 틀이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은 신학과 과학이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자연과학적 지식은 세계와 삶 속에서 신의 섭리를 통찰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것에 가깝다"며 "반면 자연과학의 외형만을 흉내 내며 자신들이 승인한 교리 밖의 지식은 믿지 말라는 반지성주의를 퍼뜨리는 창조과학은 그런 진지한 신학적 고민과는 별 관련이 없다"고 했다.

창조과학이 신성모독을 저지르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제 인간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넘어선 무한한 시공간조차 초월하는, '있음'과 '없음' 따위의 이분법적 언어의 한계 너머에 있는 신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며 "창조과학의 폐해는 신자들의 지적 발달을 방해하고 공교육 시스템을 교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참람하게도 신을 자신들의 낡고 빈곤한 언어 속에 끼워맞춤으로써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치명적인 신성모독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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