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나사렛대, 장애학생 교육 의지 있나?

장애학생 비하 발언 파문에 납득 어려운 대응 일관한 나사렛대

nazareth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장애인 비하 물의를 일으칸 충남 천안 나사렛대 두 교수가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나사렛대 전경

충남 천안 나사렛대학교에서 벌어진 교수의 장애학생 비하 발언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앞서 기자는 학교 측이 장애학생 비하발언을 한 가해교수 두 명을 경찰에 고발한 사실을 보도했다. 얼핏 경찰 수사의뢰가 ‘특단의' 조치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반대다. 오히려 학교 측이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수사의뢰로 면피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학교 내부사정을 알린 제보자는 미온적인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며 학교 측을 성토했다. 저간의 사정을 되짚어 보면 이 같은 비판은 설득력을 얻는다.

장애학생 비하 발언 파문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사위는 활동시한인 5월 말까지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학교 측은 조사위 활동기간을 90일 연장했다. 조사위는 끝내 가해교수 중 한 명인 ㄱ 교수에게만 주의 조치를 주고 활동을 마쳤다. 이러는 사이 두 교수는 1학기 강의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학교 측이 꾸린 조사위는 한 명의 가해교수에 대해서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사안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폭력임에도 이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조사위가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이는 피해학생을 배려했다기 보다 가해교수가 억울할 수 있으니 다시 조사하라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학교 측의 미온적 태도에 반발해 이 학교 총학생회는 김경수 총장과 해당 사건을 알린 제보자, 그리고 학생회가 참여하는 청문회를 요구했다.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해당 사건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자 교육부가 대책마련을 촉구했고, 학교 측은 수사의뢰에 나선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학교 측

더 황당한 건 가해교수들은 2학기에도 강의를 진행했고 가해교수 중 한 명인 ㄴ교수는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강의까지 맡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가해교수인 ㄴ교수는 수업 도중 덴마크 영화 <더 헌트>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자신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듯한 뉴앙스의 발언까지 했다.

명배우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이 영화는 한 소녀의 무고로 유치원 교사에게 성범죄자 낙인이 찍힌다는 내용이다. 수강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은 익명으로 단체대화방(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리며 ㄴ 교수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A 학생은 단톡방에 "영화 봤다면 알겠지만 ㄴ교수가 마녀사냥 당하고 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서 알리려고 한 것 같다. 스토리가 너무 일치해 말이 안 나온다"고 적었다. B 학생도 "이번에 ㄴ교수가 보내준 영화 방금 다 봤는데 뭔가 지금 ㄴ교수가 논란이 일고 있는 내용이랑 너무 똑같아 소름 돋는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나사렛대는 재활복지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전국적으로도 지명도가 높고, 특히 장애자녀를 둔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다. 이 학교는 보수 개신교 교단인 나사렛성결교단이 운영하는데, 그리스도교 정신과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번 장애학생 비하발언 사태를 대하는 학교 측의 처사는 사뭇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이 학교 이사진과 교수진이 장애학생을 맡아 제대료 교육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마저 의심스럽다.

더구나 장애학생 비하발언을 한 교수에게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한 강의를 맡긴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교수도 "가해교수 중 한 명에게 장애인 인권 관련 수업을 맡긴 건 몰상식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학교 측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걸로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상하고 다친 마음을 제대로 위로하고 가해 교수들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