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학문적인 검증은 학문적 토론 통해 이뤄져야"

서울신대 이신건 은퇴교수, 박영식 제자와 황덕형 후배에게 글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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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출처= 서울신대 홈페이지)
▲서울신대 전경.

이신건 서울신대 은퇴교수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단의 창조신앙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징계 위기에 놓인 박영식 교수 사태에 대해 스승과 선배로서 개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박영식 제자와 황덕형 후배에게 부치는 글'이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를 성결교회의 교리를 위배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려고 시도하자,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서울신대의 울타리를 넘어 이제는 한국 전체 교회의 관심사로 번져가고, 드디어는 과학자들 간의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이어 "나는 박 교수를 제자로서, 그리고 황 총장은 후배로서 일찍부터 잘 알고 친근하게 대해 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대하는 나의 심정은 인간적으로는 매우 곤혹스럽고 괴롭기도 하다"며 "그러나 나는 오직 학자의 양심으로만 이 사태를 해석하고, 내가 지금까지 배운 내용에 근거하여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방향으로만 글을 말하려 애쓴다"고 했다.

그는 "이 사태는 처음에는 학교 내부의 행정적 절차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가, 학문적 논쟁과 감정적 문제로 이어지다가, 드디어는 정치적 싸움이 된 꼴이다"라며 "싸움의 최종적 결말을 정치적 권력이 결정할지, 학문적 진실이 결정할지는 지금으로서 전혀 가늠할 수 없다. 개인의 양심적 판단, 단체의 집단적 지성, 정치 세력의 현명하고 공정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할 따름이다. 역사적 심판과 하나님의 심판은 지금으로서는 감히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잠깐 유보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나는 이 사태의 발단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멀리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지켜 보려고 노력했다. 만약 사람의 팔이 안으로 굽게 될 수밖에 없다면, 나는 권력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그리고 인간적 의리보다는 사실적 진리에 설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나의 신앙적, 신학적 양심에서 우러나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박 교수 쪽보다 총장과 이사장 쪽으로 돌렸다. 그 이유를 "학문적 문제를 충분한 논의와 토의가 없이 성급히 검증 단계로 옮겨 버리고 이를 정치적 싸움"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신학검증위원회"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이미 나는 이를 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학문적인 검증은 최대한 학문적 토론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매우 성급히 검증 단계로 접어든 것은 매우 불행하고 의심스러운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신학 검증을 외부 인사와 자신의 아래 있는 후배 교수에게 맡긴 것은 결정적으로 매우 불공정한 사례였다"며 "K 목사의 말대로 박 교수 편에서 변호할 만한 사람은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그를 비판적으로 검증할 사람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것부터 이미 공정성, 정치성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이 아닌가? 성결교회의 신학성을 검증한다면서, 왜 성결교회에 속한 권위 있는 인사를 공정히 배정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나는 이 때부터 그의 연임을 극구 반대하는 자로서 총장의 권력 남용의 위험을 예견했다. 내가 서울신대에 몸을 담은 이래 장기 권력을 추구한 자들이 재정적, 인사적 비리를 매우 용감히(?) 실행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며 "과거 성결교단의 사부라고 불리던 이명직 목사 때부터 의심할 만한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가? 그는 성결교회의 큰 인물이었던 최정원 목사를 정치적, 신학적으로 재판하여 교단에서 매몰차게 몰아낸 적이 있었다. 이것은 당시 교세가 매우 약했던 성결교단의 엄청난 손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영식 교수의 징계 사건은 마치 그 때 사건을 반복하는 듯한 데자뷔를 느꼈다. 결말도 그럴까? 나는 여기서 두 사람에게 선생과 선배로서 권고하고자 한다"며 "먼저 박영식 교수에게는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그러나 진실하고 정직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황 총장에게는 그가 권력의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동안 어느새 부드럽고 온유했던 마음이 오만과 독선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지는 않는지를 냉철히 점검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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