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창조신학 관련 논문 『신학사상』에 발표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논문은 『신학사상』 2024년 봄호에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기후위기에 관한 "문제의 뿌리가 전반적으로 종교적이기 때문에 치유책도 본질적으로 종교적이어야 한다"는 린 화이트의 견해를 발판으로 삼아 기독교의 인간 이해를 문제사적 관점에서 살핀다.

박 교수는 특히 기독교 신학의 인간 이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중요한 개념으로 파악하고 이 개념을 기초로 "오늘날 기후위기와 관련해 문제사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지구공동체의 회복과 치유에 기여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줄 기독교 신학의 인간학적 대안"을 모색했다.

그에 따르면 신학사에서 전개된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해석 유형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하나님의 형상을 실체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대해 박 교수는 "여기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한 능력과 자질로 이해한다"며 "신학자 이레니우스나 아우구스티누스도 하나님의 형상을 이성이나 지성의 힘으로 파악함으로써 이 유형에 속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유형은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외형적 차이에 주목하며 인간의 신체를 하나님 형상과 연관시키는 해석이다. 박 교수는 "여타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인간이 갖는 차별성에 입각한 직립보행의 특성을 하나님의 형상과 연결한다"며 "중요한 점은 앞선 유형이 지성과 이성, 영혼의 기능에 초점을 둔 것과 대조를 이루며 인간의 신체성이 강조되었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유형은 기능론적 해석이다. 박 교수는 "이 유형은 종교사학적 연구에 바탕을 둔 구약학자들에게서 선호되며 고대 근동의 문헌에서 왕을 신의 현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나 왕이 특정 지역에 자신의 형상을 세우는 행위의 의미에 초점을 맞춰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성서의 언급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통지 기능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하나님의 형상 개념과 통치 기능의 결합이 "하늘과 땅의 왕이신 하나님께서 신적 통치를 인간에게 위임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도 보탰다.

네 번째 유형은 하나님의 형상을 관계론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하나님의 형상의 실체론적 내용보다는 인간과 맺는 하나님의 관계성이 일차적으로 중시된다"며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는 사실, 즉 하나님께서 인간에게서 자신의 형상을 보시며 인간과 관계하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인간의 특정한 부분이나 특정한 자질이 하나님의 형상에 해당된다는 유형이나 특정한 지위의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하는 유형의 해석을 거부한다. 박 교수는 "관계론적 관점에서는 하나님의 형상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치 기능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며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어떤 능력이 하나님의 형상은 아니듯이 땅의 통치가 하나님의 형상에 필수 불가결적으로 속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나님 형상에 대한 해석의 유형을 살펴본 그는 "인간은 자신이 가진 어떤 특출한 능력이나 기능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을 특별히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하고 관계하시는 사랑으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하나님의 형상 개념은 인간중심주의나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음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성경 어디에서도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자기 이해나 자기 선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며 "오직 하나님만이 자신의 형상을 창조하신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은 인간중심주의나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은 철저히 신중심적(theocentric)으로 규정된 인간 이해이며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하나님이 아닌 존재에게 자신의 형상을 허락한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하나님 형상에 대한 이러한 탈중심적 인간 이해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즉 자연과의 관계 재정립의 근거가 된다. 박 교수는 "창조 세계에서 인간은 외딴섬이 아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은 이미 자연과의 관계 속에 놓인다"며 "인간은 자기가 아닌 것을 통해 창조되었으며 자기가 아닌 것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공속성과 상호관련성은 하나님의 창조 활동을 매개로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인간의 관점에서는 무가치하고 버려져야 할 것들이 하나님의 창조 활동 안에서는 상호 연동하며 꿈틀거리고 살아있는 것으로 서로 관계한다"며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과 상생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속하며 인간은 바로 이러한 창조 활동의 지속성과 역사성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이런 점에서 몰트만이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과의 사귐을 언급한 것은 옳다"며 "하나님의 형상은 이제 인간이 아닌 피조물과의 상호적 네트워크 안에서 들어가 그들의 아픔과 탄식을 함께 나누며 사랑의 일치를 지향한다"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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