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김경재 목사 “나의 신앙과 신학을 추동하는 성구 4가지는…”

제8회 예수목회세미나서 60년 신학순례 여정 되돌아 봐

▲숨밭 김경재 목사. ⓒ베리타스 DB
숨밭 김경재 목사가 60년 동안의 신학순례 여정을 되돌아 보며 자기 신앙과 신학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며칠전 열린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주최한 제8회 예수목회 세미나에서였다.

오늘날 김 목사가 있기까지 그의 신앙과 신학을 추동하는 성구는 무엇이었을까. 김 목사는 이날 그의 신앙과 신학을 기초지은 4개 성구를 고백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요14:21) △하나님도 한 분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엡4:6) △하나님께서는 천지의 주재시니 손으로 지은 전(殿)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이심이라.....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 멀리 계시지 아니하도다.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행17:24-28) 등이었다.

이어 시대를 초월해 신앙과 신학의 중심 주제로 다뤄져 온 그리스도론, 신론, 교회론 등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밝혔다. 역사적 예수 연구와 신앙의 그리스도 연구의 두 갈래길에서 그는 어느 길을 택했을까. 김 목사는 "나는 ‘역사적 예수’를 ‘신앙의 그리스도’ 보다도 일차적으로 더 중요시하고 내 마음을 끌고 사로잡는다"고 말했다.

"신약 성경이라는 경전이 역사적 예수의 전기로서 '예수전'이 아니고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에 의한 '선포된 케리그마'에 의해 착색되었다는 역사문헌비평적 성경학자들의 진솔한 말을 받아들인다"면서도 김 목사는 "'선포된 케리그마'로서의 예수 이야기 4개 복음서 안에서 나는 나의 신앙에 필요 충분한 역사적 예수의 숨결과 심장의 박동과 뜨거운 피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게 있어서 '예수'는 '은혜와 진리'라는 하나님 심장의 두 심방, 두 심실의 핵심을 보여주는 신령한 내과의사였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돌아본 그는 보수 교회나 진보 교회나 ‘은혜와 진리’ 둘 다 통째로 잃어가고 있다며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설교는 있으나 '예수'가 없고, 정통신학교리로 수식되는 '교리적 하나님 설교'는 우렁차게 들리는데 '하나님의 부재'가 느껴지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또 이러한 공간여백을 타고 종교 모리배들의 활약상(?)이 더해졌음을 알렸다. 그는 "종교 모리배들이 명예욕, 권력욕, 재산욕으로 발호하면서 복음과 교회를 능욕하기를 식은밥 먹듯 맘대로 하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과 부활하신 예수의 부재 체험'의 원인을 두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그 하나는 교회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욕심으로 가득차서 마음이 청결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준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교회와 교인의 심령이 청결하게 되고, 한국 기독교 교회 재산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예수도 돌아오고 하나님도 당신의 현존을 느끼도록 하나님 백성들의 심령 속에 은혜와 진리의 빛으로서 자기를 계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장공문하(長空門下)에 들어가 서구신학을 배운 그는 40년 신학순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총체적으로 말해 서구 기독교 신학사는 너무나 형이상학화 되었고, 헬라철학의 영향을 받았고, 콘스탄틴적 로마제국을 닮았고, 너무나 역사지평에 경도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또 1970~90년 어간에 한국교회에 유행이 된 '교회성장론을 핵심으로 한 미국식 선교신학'의 홍수에 강한 반감을 갖게 된 점도 함께 전했다.

서구의 형이상항적 신학 그리고 미국식 선교신학 등 크고 웅장한 신학들 앞에 반감을 갖고, 저항의 필요성을 의식한 이 신학자에게 한 줄기 빛 처럼 그를 구해주고, 위로해 준 것은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행17:24-28)였다. 이 설교는 소위 말하는 '피조물과 질적 차이를 가지신 초월자 하나님' '유한은 무한을 포용할 수 없다는 교리' '우주대자연은 창조주의 조성물이지 그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임재를 말해서는 안된다는 칼빈-바르트-하비 콕스의 강조신학' '인간성 안에 신성의 내주(內住)를 부정하며 인간 본래성의 전적 타락을 말하는 원죄론' 등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자각을 갖게 했다.

김 목사는 "'개혁파교회신학전통'(Reformed Church Tradition)의 영향이 무의식 중에 많이 작용한 학문 풍토였다"며 "그 신학적 전통의 무게로부터 탈출은 숨밭에게 적지 않은 지적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톨릭의 칼 라너(K. Rahner)의 목소리가 좋아지고, 마이스테르 엑하르트의 영성신학과 죤캅(John Cobb. Jr.)의 과정신학적 사유가 이끌리게 된 점도 고백했다.

이어 에베소서 4장 6절로 유일신론(Monotheism)을 확립한 자기 신앙을 고백했다. 초월과 내재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그는 "한분이신 하나님이 만유에 예속 당하지 않고 온전한 자유로서 초월하지만, 역설적으로 스스로 만유에 내재하고, 만유 위에 자신의 존재 능력과 영광과 생명을 분여함으로서 스스로 만유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에베소서 4장 6절이 초월과 내재라는 이중면의 역설적 통일만이 아닌 또 다른 차원 곧 '만유를 초월하시고 만유 안에 내재하신 이'가 동시에 '만유를 통하여 일하시는 한 분'임을 고백함으로써 진화론적 사유체계와 과정사상적 사유세계를 포용하는 사유지평을 갖게 되었음도 알렸다. 동양종교에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김 목사는 동양종교 일반, 즉 '영원한 현재, 순환론적 사유체계'에 수혈시킨 그리스도교의 신앙이 '새로움'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목사는 또 "'만유를 통하여 일하시는 한분 하나님' 신앙에서 나는 '창조적 진화사상'의 기초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실존적으로 하나님 신앙을 선한 사람들의 생명 안에서 신비하고 경이로운 불꽃으로서 하나님의 현존을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약자를 배려하고 우정과 동지애를 보여주는 '자기 희생적 사랑의 불꽃', 죽음과 고난을 예견하면서도 '정의를 지키는 양심의 불꽃', 생사를 두려워 않고 '진실과 진리를 증언하는 지성의 불꽃' 등을 통해 그 꺼지지 않는 불꽃의 현존을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끝으로 교회론에 대한 자기 신앙을 고백했다. 그는 교회론에 대한 심원한 이해로서 사도 바울이 표현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꼽았다. "몸은 구체적 실재를 말한다"고 한 김 목사는 "(몸이) 세포의 신묘한 유기체로서의 집합체이듯이 그리스도 예수를 심령에 모신 살아있는 작은 산 생명 세포들 신자들이 모여 '그리스도 예수의 몸'을 이룬 것, 이루려는 것이 교회"라고 주장했다.

'거룩한 표징, 세크라멘트'로서 교회의 본질을 망각한 오늘날 한국교회에 대한 질타도 빼놓지 않았다. 김 목사는 "(오늘의 교회가) 종교기관이 되고 교회사업체가 되었다"며 "영혼의 치유활동 대신에 교회경영론이 인기 있고, 교인의 영적 풍성함이 아니라 교회당의 위용이 목회성공의 표준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교회의 타락과 변질과 종언의 책임을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게서 찾은 김 목사는 "종교지도자를 따라붙는 명예욕, 권력욕, 지배욕, 과시욕을 털어내고 '예수의 복음 전하는 사람'되기로 다짐했던 처음 약속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면서 "'예수 전하기'가 아니라 '예수 살기'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비록 작은 교회 목사직일지라도 대통력직하고 바꾸지 않는다는 성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켜내야 한다. 교회는 땅 위의 하늘문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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