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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식]현대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구조와 해법(1)

행사명: 한국종교학회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
발표자 : 신재식(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일시: 2010년 12월 21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구조와 해법
-기독교적 통찰

 

 

 I. 들어가는 말


종교 갈등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한국 기독교, 특히 한국 개신교는 ‘공공의 적’처럼 보인다. 공공장소에서 울려 퍼지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외침부터 ‘봉은사 땅 밟기’와 ‘팔공산 국제 테마공원’까지 한국 개신교는 빠지지 않고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다른 종교를 존중하거나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한국 교회의 공격적 전도와 선교는 한국 개신교가 ‘무례한 기독교’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안티 기독교’라는 문화현상까지 불러왔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을 설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한국교회 자체에 있다는 것이 교회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한국교회를 구원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물론 한국 개신교 안에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교회의 갱신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과거보다 훨씬 활발하지만 아직까지 한국교회 주류는 아니다.

도대체 한국 개신교는 왜 그런가? 한국 개신교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갈등 상황에 주요 당사자가 된 까닭은 무엇인가? 한국 개신교는 종교 다원적 상황이라는 한국적 상황에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으며, 적응 중이라는 것이 필자의 관점이다.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온 지 100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도 개신교가 종교 다원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 글은 한국 개신교가 관련된 종교 갈등의 현황을 한국 교회에 대한 평가와 관련시켜 그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바탕으로 적절한 처방이라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종교 갈등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두 가지로 나누어 개신교 내부의 논의를 살펴본다. ‘공적 영역’이란 최근 불거진 '팔공산 테마 공원'의 사례처럼 정부의 재정 지원과 국민의 세금이 관련된 문제를 통칭하는 의미다. ‘사적 영역’이란 개인이나 단체 또는 교회가 공격적인 전도나 선교로 인해서 발생하는 '봉은사 땅 밟기'와 같은 사례가 해당된다. 이런 분류는 기준은 문제의 원인과 해법의 주체를 기준으로 필자가 나눈 것이다. 전자는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주로 정부의 종교 정책에 관련된 것이며, 후자는 그 원인과 해법이 거의 한국 개신교 자체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영역을 모두 다루지만, 종교 갈등에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 후자에 글의 무게추가 놓여있다.

글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제2절에서는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갈등 문제를 바라보는 개신교 내부의 논의를 검토하며, 제3절에서는 실증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갈등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와 교회의 인식을 논의한다. 제4절에서는 종교 갈등의 원인을 한국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담론의 내용과 교회 조직 등을 역사적이며 구조적 측면에서 검토한다. 이를 통해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한국 개신교의 독특성은, “근본주의 신앙과 신학 담론”과 성장주의적 물량주의를 지향하는 “예배당 중심의 개교회주의”가 결합해서 발아한 것으로 제시된다. 기존의 공격적 전도와 선교를 기반으로 형성된 한국 개신교의 대형교회 출현은 이런 우연적 요소들이 결합한 결과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 필자는 최근의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갈등은 기존의 사적 영역에서 이제는 공적 영역이라는 새로운 차원에 들어갔으며, 한국 개신교의 쇠퇴라는 상황 변화와 종교 갈등은 일정한 상호관련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또한 이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 요청되는 것이, 외적으로 정부의 종교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며, 한국교회 내적인 요인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비판을 통해 해법을 모색이라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제시할 것이다. 그렇지만 개교회 성장주의를 지향하는 한국 개신교의 보수근본주의 신앙담론이 주류를 이루면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상황과, 게다가 종교다원주의 자체를 교회 성장의 제일 걸림돌로 생각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전개를 모색해야한다는 해법 주장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수용될 것인가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


II. 공적 영역에서 종교 갈등


사회 갈등의 주체가 된 종교 갈등의 현 상황이 무척 당혹스럽다. 종교가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 수행하기보다는 원인이며,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갈등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서면서 질적 변화까지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기존의 종교 갈등 상황은 주로 개신교인에 의한 공격적인 전도나 선교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개인이나 교단 또는 종교의 영역에서 논의되었다. 따라서 국가가 개입되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 갈등은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팔공산 국제 테마 공원”이나 “템플 스테이”로 상징되는 종교 갈등은 그 전선을 개신교나 불교라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 정부 정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종교 갈등이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까지 확장되었다는 이런 현상은 갈등의 성격에서 질적 변화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개별 종교 기관을 넘어서 전체 조직으로 갈등의 정도와 범위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갈등이 첨예화되고 질적 양적 확산 현상이 언제부터 생겼는가?

공적 차원에서 종교 갈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개신교 장로' 정권으로 규정된 현정부에서 “종교편향”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다. 과거의 종교 갈등이 공격적 전도가 원인이라면, 이제는 정부의 종교 정책과 관련된 금전 문제까지 결합되어 있다. “템플 스테이”로 상징되는 불교 지원과 “근대문화유산”으로 대표되는 개신교 지원에 대해 양쪽은 서로 각을 세우고 있다. 이 글이 기본적으로 개신교의 내부 담론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의 입장만을 요약하면 이렇다: “기독교의 권력화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 불교와 유교 같은 다른 종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는 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가?”

이것이 한국 개신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종교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동안 종교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에 관해서 일부 개신교인들만 알고 있었던 “블랙박스”가 열린 것이다. 불교를 비롯한 전통 종교에 대한 상당 액수의 정부 정책적 지원에 대해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종교 정책이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 다수에게 공개되고 이에 대한 대응이 개신교 안에서 공론화 된 것이다. “사학법” 사태로 인해 개신교가 “세금의 공적 사용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이 문제를 정부의 종교 정책에 적용하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개신교는 최근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에게 가장 영향력을 주고 있는 잡지 『목회와 신학』은 2010년 9월호와 10월호에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관해” 박명수의 글 두 편을 연재했다. 2010년 11월 23일에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관으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을 주제로 종교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여기에서는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의 역사와 현황”, “정부의 전통종교문화에 관한 정책의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 “정부의 민족종교 및 민속문화정책의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글이 발표되었다. 이 논의의 핵심은 현재까지 개신교 내부의 논의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정부가 시행했던 종교문화정책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한국 기독교의 합리적인 대응을 제안하는 것이다. 『목회와 신학』과 종교정책 세미나에서 제시된 박명수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개신교의 종교 편향에 대한 상황인식이다. 정부의 종교 정책은 헌법이 제시한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따르고 있지 않다. 헌법은 정부가 특정 종교를 편향해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정부는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불교를 비롯한 전통 종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명문화 된 정교분리의 분명한 원칙에 따르지 않고 전통문화와 민족문화 보호라는 명목 아래 지원이 정치적인 로비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독교는 정부의 종교정책 편향으로 역차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문화관광체육부의 자료를 통해서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전통사찰 보호와 지원으로 2006년에 60억 원, 2007년에 90억 원, 2008년에는 92억 원이 배정되었다. 역경 사업과 불교 전산화 사업도 상당액의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년간 정부의 종교계 지원 예산은 총 984억 원으로, 불교 77.4%(965억), 유교 7.1%(69억), 기독교 5.3%(52억), 민족종교 2.6%(26억)의 순서다. 종교 관련 예산의 절대 다수가 불교계로 지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대통령 취임 이후 불교에 제시했던 구체적인 공약을 상당 부분 실행했다. 불교사찰법 개정,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불교전통문화연구소, 연등축제 지원, 불교문화제 유지 보수비 증액 등이 실행되었다. 이에 반해 기독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약 대신 오히려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지를 볼 때, 개신교는 현재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이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특정 종교의 포교 종교행위를 위해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원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종교 편향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 내부에 상당한 호소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개신교가 제일 문제 삼는 “템플 스테이” 지원을 종교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지원 내역을 보면 홍보물 제작과 같은 단순한 차원에서 프로그램의 운영, 시설 개선이나 새로운 시설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는 결코 진행할 수 없는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관광정책 차원에서 보는 정부나, 전통문화 사업으로 보는 불교의 인식과는 무관하게, 상당수의 개신교인은 “템플 스테이”를 특정 종교의 관광사업이면서 동시에 포교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개신교 내부의 종교 갈등이나 편향에 대한 이해는 불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 전통의 이해나 사회 일반과는 상당히 체감거리가 있다.

둘째, 이런 상황에 대해 개신교의 대응은 무엇인가? 개신교는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이 ‘전통문화지원정책’과 ‘관광산업진흥정책’이 결합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독교는 전통문화보다 근대문화에 속하기 때문에, 정부의 문화관광 정책과 깊은 관련이 없으며, 따라서 기독교는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문화정책이 “근대문화 유산에 대한 법령 개정과 지원”으로 바뀌면서, 기독교도 정부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근대문화 유적과 관련된 기독교계에 대한 지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다종교사회에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대한 개신교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박명수에 따르면, 편향적인 종교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독교를 대변할 수 있는 강력한 연합단체를 통해, 예를 들어, 대정부 정책 기획단을 만들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동시에 종교 정책을 집행하는 문화관광체육부의 종무실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이와 더불어 기독교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로서 "한국문화로서 기독교"를 주장한다. 기독교도 한국의 문화이며 종교이기 때문에 불교계와 같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기독교계의 공헌을 인정받아야 하고, 한국 기독교 근대문화 유산을 발굴하고 보존 개발하는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 기독교계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예를 들면, 한국기독교역사문화 센터 설립, 주요 도시에 각 지역 기독교 역사문화센터 건립, 한국 기독교문화를 무형문화재로 평가하고 문화체험으로 발전, 기독교역사자료 수집과 영인 작업, 한국 기독교여성문화센터 건립, 기독교 선각자 기념관 건립, 기독교선교사 기념관 설립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한국 개신교는 최근 근대문화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에 맞물려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기독교 계통의 근대문화 관련 지원에 더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려고 한다. 불교의 정통사찰 지정이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불교박물관, 역경사업 등과 같은 유사한 사업을 시행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는 정부의 다른 전통 종교에 대한 지원을 인지하지 못한 과거와 달리, 정부 정책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를 비롯한 전통 종교는 근대문화에 대한 지원을 기독교에 대한 편향 지원으로, 개신교는 전통문화에 대한 지원을 전통 종교에 대한 편향 지원으로 받아들이고 비판하게 될 것이다. “종교신념”의 문제와 “돈”의 문제가 상호작용하면서 종교 사이의 갈등 상황이 급속도로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전통문화”와 “근대문화”가 불교를 비롯한 전통종교와 기독교의 대리전을 치루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서로 피해의식 속에서 감정의 골이 더 심각하게 깊어지기 전에, 정부의 종교 정책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설명이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대한 한국 종교 지도자들의 공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 질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III. 사적 영역에서 종교 갈등


앞서 공적 차원에서 종교 갈등에 대해 언급했는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종교 갈등 상황에 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서 종교 갈등이다. 사적 영역에서 타 종교에 대한 태도가 공적 영역에서 정부의 종교 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적 영역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종교정책의 결정은 다양한 경로의 토론이나 의견 청취를 통한 민주적 절차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와 달리 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갈등 상황은 한국 교회 내의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비판적 성찰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종교 갈등의 현황보다는 그 주된 당사자로 인식되는 개신교가 이렇게 종교 갈등의 주요인이 된 배경을 주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갈등이 본격적으로 문제화된 것은 언제인가? 사적 차원에서 종교 갈등의 심하게 불거진 것은 대체로 한국 개신교의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인 199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교회성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교회가 힘을 본격적으로 과시하고, 한국 사회는 그것을 사회적 영역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때이다. 그 이전까지 한국 개신교는 ‘민주화 운동’ 등 긍정적 이미지를 지녔는데, 이 시기를 전후로 목회자 도덕성과 교회 세습, 이단 문제 등의 일탈적 사건들로 인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교회 성장의 걸림돌이 되었고, 성장이 정체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더 강력한 공격적인 전도와 선교 정책을 선택했다. “봉은사 땅 밟기”와 “외국 불교 사원에서 찬양”은 그런 전도와 선교가 구체화된 사례들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갈등이 심화되는 계기는, 공격적 전도가 한국 개신교의 성장 둔화나 쇠퇴와 복합접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법이 간단치 않다. 성장 둔화 → 공격적 선교 → 신뢰도 상실 → 성장의 정체 → 공격적 선교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다.


1. 한국 개신교의 성장 정체와 쇠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한국 개신교의 오늘의 모습은 어떤가? 성장하던 한국 개신교의 정체나 쇠퇴의 현황은 지난 20여 년 동안 몇 차례 이루어진 다양한 조사를 통해 비교적 잘 파악할 수 있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는 지난 20년(1985-2005) 사이의 종교인구 변동에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준다. 양적인 교세 측면에서 볼 때, 지난 10년 사이 불교는 정체, 개신교는 쇠퇴, 가톨릭은 성장이라는 서로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그 구체적인 변동 내용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불교는 1985-1995년 사이에 226만 명이 늘어나 전체 인구의 19.8%에서 23.2%로 증가했다. 1995-2005년 사이에는 신도 수 증가가 40만 명에 그쳐 증가율은 3.9%에 머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인구 증가율이 5.6%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그 비율이 감소한 셈이다. 개신교는 하락세이다.

개신교는 1985-1995년 사이에 227만 명이 증가하여 35.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1995-2005년 사이에는 오히려 14만 4천 명이 감소하여 -1.6%라는 감소를 보인다. 전체 인구에서 개신교인의 비율은 1985년 15.9%에서 1995년 19.7%로 10년간 3.8% 증가하지만, 2005년에는 18.3%로 10년 전에 비해 1.4% 감소한다.

가톨릭은 1985-1995년 사이에 110만 명이 늘어나 58.2%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런데 1995-2005년 사이에 신도 수가 무려 220만 명이나 늘어나 74.4%의 경이적인 성장을 이룬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95년 6.6%에서 2005년 10.9%로 10년 간 4.3%나 증가했다. 한마디로 가톨릭의 대약진이다.

이제 한국 개신교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실제적으로 교인수의 감소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19세기말 서구 선교사의 선교 활동으로 시작된 한국 개신교는 백년 만에 1천만의 교인수와 6만 교회를 자랑하는 거대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은 세계교회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다. 개신교는 1960년대 이후 돌진적인 근대화 과정과 맞물려 저돌적으로 성장하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저성장 단계에 들어서더니, 지난 10여년 사이에 교세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성장 정체와 쇠퇴의 현실에서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교단인 예장(통합), 예장(합동), 기감, 기성 등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한국 개신교는 한국종교 가운데 종교 이탈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위기감은 더 크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담론이 교회 안과 밖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성장의 정체를 경험한 한국교회에는 새로운 신자를 통한 성장보다는 기존의 교인을 서로 빼앗아가는 교인 쟁탈전이 시작되었다. 비신자나 타종교 신자의 유입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교인의 ‘수평이동’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교회 지도자들은 국내 전도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그 돌파구를 해외선교에서 찾게 된다. 동시에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담론은 교회 성장에 맞추어지면서 더욱 보수화되고, 종교다원주의가 교회 성장의 제일 적으로 규정된다.


2. 개신교 성장 정체의 외적 요인


그렇다면 개신교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가? 교회 성장의 원인과 쇠퇴의 원인을 통해 이를 가늠해 보기로 한다.

한국 개신교의 성장 원인에 대해서 ‘교회 내적 요인’과 ‘교회 외적 요인’을 언급할 수 있다. 전자는 한국 개신교의 급성장 이유를 한국 교회 자체의 열성적이고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보는 것이다. 개신교는 지난 몇 십 년간 부흥운동, 성령운동, 배가운동, 전도운동, 교회개척운동 등을 통해 교회 성장 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또한 교회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활성화시켜 신앙운동을 펼쳐 나갔는데 이것 역시 교회성장에 도움을 주었다.

이와 더불어서 정규 또는 비정규 신학교의 설립을 통한 개신교 목회자의 양산과, 이들 목회자의 교회 개척이 교회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교회의 운영과 의사 결정이 개별 교회에 주어지는 개교회주의 역시 교회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동했다. 개교회주의는 개별 교회가 생존의 기본 단위이며 주체이면서 동시에 물적 주체이기 때문에, 그 존립을 위해서 확장 재생산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개교회주의를 지향하는 한국교회는 구조적으로 개별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교회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면서 경쟁적으로 전도와 선교를 강조했다. 이런 개교회주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교세 확장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지나친 과당 경쟁은 전체 한국 교회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악화시킴으로써 한국 개신교의 쇠퇴를 이끄는 양날의 칼이 된다.

한국 개신교의 외적 요인으로 상황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교회 성장의 상황적 요인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된다. 정치적으로 1960년대 이후 오랫동안 지속된 군부독재 체제로 인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교회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몇 십 년간의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배부정의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가 생겨났는데, 교회는 물질적 축복과 성공을 약속하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산업화 과정의 결과로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농촌을 떠나 도시의 살던 사람들이 교회에서 그 소외감을 해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적 요인이 중요한 까닭은 한국 교회가 성장해 온 바로 그 같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 신흥종교, 심지어는 사이비 종교까지도 모두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1960년대 이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상황 변화는 한국 사회의 모든 종교를 성장시킨 우호적인 외부 환경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90년대 이후 이런 종교 상황이 크게 변하고 기독교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종교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가장 뚜렷한 현상이 가톨릭을 제외한 모든 종교의 성장 정체 또는 쇠퇴라고 할 수 있다. 그 원인으로 외적인 상황적 요인과 내적인 교회적 요인을 지적할 수 있다.

이원규는 종교의 성장과 쇠퇴에 대한 외적인 상황적 요인을 “박탈-보상 이론(deprivation-compensation theory)”을 통해서 설명한다. 이 이론은 박탈감을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종교를 통해 보상받으려 하며, 이에 따라 박탈 수준이 심한 사회는 종교성이 강한 반면 박탈 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종교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서는 경제적 박탈(재화를 소유하지 못함)과 사회적 박탈(명성, 권력, 지위를 소유하지 못함)이 중요하다. 이 박탈-보상 이론을 토대로 볼 때, 교회의 성장과 쇠퇴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바로 국가의 경제수준, 사회복지 수준, 성 평등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들 세 수준이 높은 곳에서는 교회가 쇠퇴하고 있으며, 낮은 곳에서는 반대로 교회가 성장하고 있는 의견이다. 이 이론은 위에서 언급한 한국 종교의 성장 요인을 어느 정도 적절히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박탈-보상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는 박탈감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 증대되면서 생존 문제에 대한 절박성이 약화되었으며, 여가산업이 발전하고, 정치적인 민주화와 사회적 복지화의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적 불안이나 소외심리가 약해지게 되었다. 이 모든 요인들로 인해 보상 효과가 있는 종교에 기대 심리를 감소시키고 종교에 대한 의존 감정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이 이론은 한 사회의 경제적 수준, 사회복지 수준, 성 평등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경제적, 사회적 박탈감이 감소되고, 이에 따라 그 보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회는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국의 상황도 이런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고, 결과적으로 교회를 포함한 한국 종교가 전반적으로 쇠퇴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양적 성장의 문제에 있어서 한국 개신교는 다른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그 미래가 밝지 않다.

그런데 이런 박탈-보상 이론을 통한 외적 요인의 관점에서 한국 개신교의 성장 정체를 해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같은 시기에 개신교가 쇠퇴한 반면 동일한 변화를 경험한 가톨릭은 급성장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종교 사이에 선교나 홍보를 위한 물적 토대로서 매스컴의 우열, 전도나 선교의 열심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한국 기독교 상황은 “종교성이 강한 종교나 교파가 더 잘 성장한다.”는 성장이론도 잘 적용되지 않는 예외 사례처럼 보인다. 하나씩 간략히 짚어보자.

교회 성장의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되는 전도나 홍보를 위한 매스컴의 현황을 개신교와 불교, 가톨릭과 비교했을 때 개신교의 압도적 우월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전도와 선교를 위한 강력한 매스컴으로 무장하고 있다. 라디오, 케이블 텔레비전, 인터넷 텔레비전 포함한 방송국에서 개신교는 26개, 불교는 13개, 가톨릭은 6개이다. 신문, 월간지, 계간지 포함한 정기간행물을 보면 개신교는 전국단위 일간지를 포함해서 296개, 불교는 111개, 가톨릭은 37개로 나타난다. 개신교가 전국 종교계 언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도나 선교에서도 개신교는 다른 종교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다. 한미준 2005년 자료에 따르면, 비개신교인이 지난 1년 동안 전도(포교)를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의 결과에 "있었다."는 응답이 48.9%였으며, 전체적으로는 38.2%였다. 이때 전도 받은 종교가 개신교였다는 응답 비율이 83.0%, 가톨릭이 12.3%, 불교가 5.5%였다(중복응답). 개신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아 전도활동이 다른 종교보다 훨씬 활발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1998년도 통계와 비교할 때, 개신교인으로부터 전도 받은 경험은 81.5%에서 83.0%로 다소 증가한 반면, 가톨릭의 전도는 13.1%에서 12.3%로 소폭 감소했으며, 불교는 9.0%에서 5.5%로 상당히 감소했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 개신교의 최근 쇠퇴가 가톨릭이나 불교보다 홍보나 전도(포교)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개신교는 경쟁 종교보다 훨씬 강력한 물적 자원을 가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홍보와 전도에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서 개신교의 쇠퇴와 가톨릭의 급성장이라는 측면은 종교성이 강할수록 종교가 성장한다는 관점 역시 적절치 않은 것이다. 한국 개신교는 종교성이 매우 강하고, 또 과거보다 더 강화되었지만 교세는 약화되고 있다. 반면 가톨릭의 경우 종교성이 약하고 또 과거보다 더 약화되고 있지만 교세는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의 종교성은 주관적 신앙평가, 의례적 종교성, 개인적 종교수행, 이념적 종교성 등의 지표에서 가장 강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과거보다 그것이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가톨릭 교인의 종교성은 개신교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약하고, 또 과거보다도 더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신교의 감소와, 1995-2005년 사이에 74%라는 가톨릭의 경이로운 급성장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성과 종교 성장은 직접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개신교 성장 정체의 내적 요인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 지난 20년 간 종교 변동의 주요 변수가 외적 환경변화나 신자들의 종교성 수준이 아니라면, 한국 개신교의 정체라는 현상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대다수의 통계 자료가 압도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은 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 성장의 주요인은 열성적 신앙이나 선교나 홍보를 위한 물적 토대나 열심보다는 “사회적 평판과 신뢰”라는 요인인 것이다. 어쩌면 특정 종교가 국교 역할을 함으로써 외부 환경이 동일한 상태라면 종교성이 강한 교단이나 교파가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종교 다원주의 상황에서는 이런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분명한 것은 양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그 근원은 그 종교가 지향하고 있는 참된 본질을 상실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즉 특정 종교의 신뢰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도덕성의 기준이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도덕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교회의 내부적 요인, 즉 교회의 내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다양한 통계 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신교의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58점에 그쳤다. 구체적인 조사내용을 보면 한국 개신교회를 “신뢰한다.”(매우/약간 포함)는 응답자는 17.6%, “보통이다” 33.8%, “신뢰하지 않는다.”(별로/전혀 포함)는 48.4%이다. 특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이전 두 번의 조사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이었고,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이것은 한국 개신교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게다가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3년 연속 2.5-2.9점대를 유지하는 것은 개신교계의 낮은 신뢰도가 특정 사건의 영향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와 달리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는 가톨릭이 35.5%, 불교가 32.5%, 개신교가 22.4% 순이었다.

이와 비슷한 결과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06년 목회자 185명 대상으로 조사한 「교인 감소 현상에 대한 의식조사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또한 1984년과 2004년에 이루어진 한국갤럽의 조사도 비종교인의 종교 호감도에서 개신교가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난다. 한국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보여주는 이런 조사 결과는 한국 개신교의 사회적 공신력이 무너졌다는 증거이다. 한국 개신교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한 종교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한국 개신교를 이렇게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개신교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2009년도 기윤실의 「2009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 조사」는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교회지도자들의 언행 불일치(32.2%), 교회지도자들의 무분별한 선교활동(10.0%), 타종교의 비방이 많아서(9.0%), 교회성장에만 관심(7.4%), 집단 이기주의 같은 느낌(7.4%)을 지적한다. 한미준의 2005년 조사도 이런 비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 “성장 제일주의”, “개교회주의”, “교파분열”, “목회자 자질” 등을 꼽고 있다. 또한 개신교는 전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나 그 전도 방식에 커다란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전도 방식이 오히려 교회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국 개신교의 외적인 모습과 더불어, 한국 교회는 본래적인 종교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면, 한미준의 조사 결과도 한국 교회가 “개인적인 영적 문제에 해답을 주고 있다.”는 데 대하여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하며, 한국교회가 “진리 추구보다 교세 확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데 대해서는 “그렇다”가 67%이다.

이런 문제점은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목회와 신학』은 2009년 7월호에서 '10년 후 한국 교회'에 관해서 한국교회의 문제가 “도덕성 결여”와 “물질만능”, “대형교회와 소형교회의 양극화”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설문 결과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힘써야 할 덕목으로 목회자 “개인의 영성 회복”(목회자는 69%, 교수는 63%, 신학생은 64%)을 지적하는 것은, 한국 교회가 심각하게 도덕적 영적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언급한 조사 결과들은 향후 개신교가 신뢰를 얻기 위해 바뀌어야 할 점을 함축하고 있다. 기윤실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교회가 더 신뢰받기 위해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 교회지도자들(30.9%), 교인들의 삶(23.7%), 교회의 운영(21.1%)을 들고 있다. 또한 앞으로 개신교가 신뢰받기 위해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50.1%), 타종교에 대한 관용(20.5%), 재정 사용의 투명화(13.4%) 등을 꼽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이 언행일치에서 나아져야 한다고 응답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은 사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보면 개신교 내부에서도 한국교회의 도덕성 결여와 물질 만능이 심각한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개신교가 한국교회가 팽창주의, 교파분열, 개교회주의, 세속주의에 함몰되어, 세속적으로는 물질, 명예, 권력, 지위를 탐하고, 부도덕하고 윤리적이지 못하며, 하나가 되지 못하고 개인적 복이나 개교회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서 교인들의 지나치게 강요하고 일방적이며 배타적이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한국 개신교의 모습을 한국 사회에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개신교는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을 상실한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종교가 위기가 아니라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특별히 종교 갈등 상황을 야기하는 사회적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외부적 상황보다는 한국교회 내부의 문제라면 한국 개신교 내부의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무례한 기독교"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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