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명: 한국종교학회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
구분 : 종합토론 요지문
일시: 2010년 12월 21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진행: 류성민(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한국종교학회장)
-패널(8인): 박경준(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김흡영(강남대 신학과 교수), 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원 부원장), 박광수(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도 법(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조계종화쟁위원회 위원장), 변진흥(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부소장), 박종화(경동교회 목사), 윤석산(천도교 교서편찬위회 위원장,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내용
1. 박경준(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불교의 초기경전에 묘사된 당시 사회는 종교적 혼란기에 있었다. 종교적 혼란기의 상황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대목 가운데 이러한 것이 있다. 영향력 있는 자이나교 신자가 고타마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불교에 귀의서원을 하자, 부처님은 ‘당신처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은 개종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것은 큰 종교인의 자세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만든다.
불교는 불교인을 위한 종교가 아니다. 막힌 곳을 트는 것이 중요하며, 만남의 힘이 강조되어야 한다.
2. 김흡영(강남대 교수)
신학자의 입장에서 언급하자면, 소통이 가능한 종교중립-가치중립적 언어로 공적 언어로의 번역 작업이 필요하다. 다른 종교들도 기독교적 언어의 독특성을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으로 기독교 역시 다른 종교들의 독특한 언어를 수용해야 한다.
종교 자체의 형이상학적 입장만으로는 곤란하다. 종교에 대한 과학적 문화의 도전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해야 하는데 특히 모든 종교들이 협력하여 첨단과학의 폭발적인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와 도전에 대처해야 하고, 특히 생물학적 인류의 종말을 선포하고 새로운 인류(예컨데 cyborg)를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 가야 한다는 Trans-humanism과 같은 과학지상주의 급진 운동에 저항해야 한다.
3. 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원 부원장)
개신교의 잘못된 행동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이 불교다운 것이며, 불교가 잘되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현상은 구체적인 사례분석이 필요하다. 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내적인 문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3대 종단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독과점(98%) 구조의 문제점은 결국 3대 종단에 들지 못한 종단의 갈등을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4. 박광수(원광대학교 교수)
최근 우리 사회의 종교 갈등 문제는 곧 다문화적 상황 속 종교의 정치적 세력화의 문제이자, 배타적 성역화의 문제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간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 종단협, 종지협, 종교학회 등이 있지만, 상층부 중심의 대화에 그치고 있다. 대화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숙제이다. 위로부터의 교리적 협력도 중요하지만, 아래에서 부터의 종교이해 교육이 중요하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다문화, 다종교 교육이 중요하다.
그리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은 곧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동의 관심, 나눔의 철학을 통해 공동의 행복과 평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방향으로 유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갈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종무실의 연구지원체계는 열악하다. 한국 종교에 대한 전반적 연구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신종교실태조사연구가 17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속적이지 못한 연구 지원 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국립종교연구원 같은 연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5. 도법(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종교 문제로 심려를 끼치게 되어 종교인으로서 송구하다. 맺힌 걸 푸는 데 기여해야 하는데, 오히려 맺히게 하는 이런 종교는 종교라 할 수 없다. 태양은 불교인의 것도, 기독교인의 것도 아니다. 그런데 태양을 불교인의 것이라고 하거나, 기독교인의 것이라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무지와 착각으로 인해 종교간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종교 문제는 종교인들 스스로 풀지 못하고 있다. 나라의 주인, 세상의 주인인 시민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정직하고 겸손한 태도로 효과적인 길을 가야 한다.
15년여 지리산 실상사에 있으면서, 생명 위기, 평화 위기의 시대에 대해 여러 사람을 만나 고민하고 공부하였다. 민족의 성산 지리산에서 만이라도 종교와 시민사회가 한데 어우러져 생명평화의 삶을 이루고자 하였다. 그렇게 가슴을 열고 만나 지혜를 모으다 보니 저절로 소통되는, 저절로 함께 하게 되었다. 종교간의 문제를 복잡하게 말고 상식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빛나게 하기 위해, 시민대중을 위해 공동선을 함께 가꾸어야 한다.
6. 변진흥(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부소장)
최근 종교간 갈등이 파이전쟁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 재편과 함께 종단 내 자체 개혁의 노력이 필요하다.
종교학자들의 이야기를 종단의 수장, 교역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 현재의 체제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현재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종교간 화합사례효과 연구>(문광부, 2010)를 보면, 종교간 화합의 형태를 볼 수 있다. 특히 민간주도형 사례가 사회복지 활동과 종교간 연합운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지역의 이슈를 다루기 위한 자생적 종교화합운동이 돋보인다. 이러한 아래로부터 시작된 민간주도형 종교화합운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7. 박종화(경동교회 목사)
최근 종교간 갈등의 주범은 개신교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신교의 일부가 저지른 것에 불과하다. 일부가 관련되어 일어난 갈등을 전체의 갈등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쉽게 서구의 conflict를 적용하여 ‘갈등’으로 이해하고 있는 데, 이것은 잘못된 이해이다. 서구에서 conflict는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conflict로 이해될 수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이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적인 종교간의 대화만이 아니라 내적인 종교간의 대화도 중요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언급하자면, W.C.C 대회를 유치하면서 개신교 내부의 분란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련의 갈등 문제는 같은 것을 추구하는 일에 기인한다. 다른 것이 아름답다. 달라야 만나는 맛이 있다. 중요한 것은 화음을 내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국지적인 것이지, 침소봉대하지 말아야 한다. 화합의 사례가 더 많다.
8. 윤석산(천도교 교서편찬회 위원장,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간 갈등의 문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종교 단체의 갈등이라는 것이 작은 몸집을 지닌 종교 단체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폐해가 종교를 종교답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것, 물질적인 것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것을 되짚어야 하며, 공공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