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몇 차례 또 습관처럼 거친 기억들이 스쳤다.
잡히지 않는 너의 감정과 변덕의 사이로 헤매다보면
어느덧 컴컴한 침상이 내 몸을 기다렸다.
흐린 날, 시린 바람이 불고
축축한 거리는 낙엽을 깐 실존의 그늘
11월은 서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렇게 무감하게 젖어갔다.
새벽마다 깨어난 몸은 망각을 헤집으며
내 남루의 상흔 같은 꿈의 결을 정리한다,
오늘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챙기고
더운 물 속에 무의식을 묻어버린다,
휑하니, 잔해처럼 널부러지고 동결된 넋,
내 삶의 비용은 늘 잉여의 소모였으니
탄식하라, 탄식하라, 콧물 한 줌의 수치를!
사치의 향유 앞에 늘어지는 한량처럼
여분의 은혜로 연장되는 삶이라는 질고,
작은 역사의 그늘이 잠시 머무르곤 하였다,
망명한 책속의 활자가 보약이 되곤 하였다,
초라한 너, 그대, 치욕의 당신,
바깥이 될 수 없는 내부의 감옥 같이
마음을 잃고 실종된 황홀을 노래한다
11월의 그늘은 무차별하게 깊다
말없는 故人만이 아름다운 계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