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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예수의 호칭(3)

역사적 예수(14)

▲박태식 박사 ⓒ베리타스 DB
7) 하느님의 어린양: 요한 세례자의 입에 올려진 예수의 호칭으로, 그의 죽음이 인류를 위한 대속代贖의 죽음임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말이다(요한 1,29). 유다인들의 제사 전통에 보면 속죄의 제물로 흠이 없는 어린양을 하느님께 바치는데, 예수가 바로 흠 없는 분이며 세상의 죄를 씻어주려 십자가에 달리게 된다. 또한 예수의 죽음이 유월절의 양으로 비교되기도 하는데(요한 19,36 참조), 이는 ‘하느님의 어린양’에서 따온 발상이다(預型論). 대속의 죽음은 구약성서 이사야서의 네 번째 ‘하느님 종의 노래’(또는, ‘고난받는 종의 노래’: 이사 53,13 이하)와도 관련이 있다.
  
8) 주님: 글자 그대로 주인을 부르는 호칭이다. 루가복음에만 42회가 나온다. 이는 히브리어 ‘아돈’의 그리스어 번역이며, 특히 ‘아도나이’는 ‘나의 주님’이라는 뜻이다. 이 호칭에는 마치 노예가 그 주인에게 그러하듯, 그리스도인이 주님에게 전적으로 순종하리라는 다짐이 담겨 있다. 헬라 세계에는 ‘황제숭배’라는 종교 전통이 있었는데, 황제를 두고 ‘주님’이라 불렀다(1고린 8,5.6;계시 17,14;19,16 참조).
  
9) 구세주: 이 호칭은 헬라계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유래한 것으로(루가 1,47; 2,11;요한 4,40), 원래는 로마 황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로마 황제 아드리안이 ‘구세주’로 추앙 받았다.
  
10) 말씀(로고스): 요한계 문헌에 나오는 독특한 호칭이다. 예수는 원래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인 로고스로서 천지창조에 동참했고, 만물이 그를 통해 생겨났으니 그로부터 생명을 얻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예수와 하느님의 동등성을 개념화시킨 호칭이다(요한 1,1-18).
  
11) 엘리야, 세례자 요한: 세례자 요한이 죽은 후 예수는 환생한 ‘세례자 요한’ 취급을 받았고, 메시아를 준비하는 인물인 엘리야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마르 8,27-28;루가 9,7-9;요한 1,21).
  
12) 놀라운 분, 선하신 분, 죄인의 친구, 먹보에 술꾼 등등: 이 호칭들은 비록 개념화되는 과정을 거치지는 못했으나 역사적으로 상당한 신빙성을 가진 예수의 정체 설정이다(마르 1,27;2,12;10,17;루가 7,34 등등). 특히, ‘죄인의 친구’와 ‘먹보에 술꾼’처럼 역사의 예수를 잘 표현한 호칭이 있을까? 이런 별명들은 보나마나 예수의 적대자들에게서 붙여진 것들이기에 그 생동감을 잘 읽어볼 수 있다. 예수는 기존의 종교 관습이나 구약 전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석하고 실천한 분이다. 그분의 파격적인 행동은 그때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지평을 열어주었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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