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기독교와 불교 ‘생명’ 주제로 대화의 장 열다

한국기독자-불자교수협의회 공동학술세미나 개최

▲5일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 홀 세미나실에서 한국기독자-불교교수협의회 공동학술세미나가 ‘생명’을 주제로 개최됐다. ⓒ김진한 기자

기독교와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 학자들이 ‘생명’을 주제로 만나 진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 5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 5회 한국기독자-불자교수협의회 공동학술대회에서는 먼저 불교를 대표해 윤응렬(각성 스님) 동국대학교 정각원 법사가 초기 불교의 수행 관점에서 연구한 ‘생명’에 관해 발표했다.

각성 스님은 "생명을 바라보는 불교적 관점은 세계와 생명이 상호의존적인 관계구조에 있다고 보는 연기설에 핵심을 두고 있다"며 생명의 기원과 의미, 생명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서 행위(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생명과 관련해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인간 내면의 감정들에 기인한다. 갈등과 대립의 문제 역시 인간의 삶에서 파생되는 양태라고 할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생명의 문제들에 있어서 우리의 시각을 밖에서 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각성 스님은 이어 초기 불교의 ‘생명’에 관한 시각을 소개하고, 논문의 또 다른 주제인 상생에 관한 의견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초기 불교에서의 생명은 생명체들의 삶이며 생명체의 활동이 생명의 발생, 유지, 재생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는 점과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 갈애와 취착이 괴로움, 갈등과 대립의 원인임으로 상생의 문제는 행위의 주체인 인간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고, 그 해답을 부처의 수행관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각성 스님은 "(초기불교)수행의 관점에서 볼 때,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괴로움의 소멸로 나아가는 인간의 생명활동을 말한다"며 "불교적 시각에서의 상생은 생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수행에 있다"고 했다.

▲박일준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베리타스 DB

불교에 이어 기독교를 대표해서는 박일준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나서 ‘근원적 동일성으로서의 생명과 진리의 침노 사건으로서의 생명’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그동안 생명·생태신학에서 거듭 강조되 온 ‘전체로서의 객체’란 인식을 뒤집어 보는 시도를 했다.

박 교수는 "체제는 언제나 우리의 생명 이해를 '전체'로 규정하고 틀을 제공해 앎의 유통을 통제하려 하지만 생명의 힘은 그러한 체제의 지배 구조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이해를 도모할 탈주로를 찾는다"며 기독교의 생명 이해를 ‘저항과 탈주’로 정의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이어 "생명은 전체의 과정으로서의 생명과 개체적 삶의 과정으로서의 생명으로 이해할 수 있기에 이 두 과정이 동시에 다루어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생명담론들이 생명을 이해함에 있어 삶의 현장에서 생활하는 개체적 인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전체 생명들의 조화와 상생을 담론화함으로 추상적이며 비현실적 보편 담론을 형성해 왔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더욱이 비인간적 실존에 처한 힘없는 자들의 고통과 절망의 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생명이해를 우주적 생명, 전체로서의 생명으로 규정함으로서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체제 옹호적 지배담론, 억압적 폭력담론에 편승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특히 성서의 잃은 양의 비유를 들어 전체로 흡입돼 소멸되기에는 그 가치가 중(重)한 개체의 고유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명은 유기적 전체성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서도 체감돼야 한다"며 "99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비유 속에서 종교인이 추구해야 하는 생명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좌절과 실패와 분노를 내 관점에서가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주체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의 ‘아가페적 사랑’이 담지하고 있는 개체로서의 생명의 소중함도 강조했다. 그는 "개신교의 아가페적 사랑은 생명을 전체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고통받는 한 영혼의 시각에서 공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체들의 다양한 차이를 동일성의 원리로 흡입해버리는 인과론적인 '근원' 중심적 사유 방식과 전체주의적 지배체제에 저항하며 개체의 차이들, 즉 타자의 실존에 대한 참여적 인식을 통한 새로운 생명 이해를 도모할 탈주로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기독교와 불교 발표에 이어 유교·원불교·천주교도 참여해 각 종교의 생명 이해를 전했다. 유교에선 이기동 교수(성균관대학교), 원불교에선 김도공 교수(원광대학교), 이재돈 신부(가톨릭생명학대학원대학교)가 각각 △유학의 세 요소와 한국 유학의 상생철학 △불교적 생명 원리에서 본 화쟁과 그 실천윤리 △가톨릭교회에서 보는 생명과 화쟁(和諍)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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