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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세계 사형폐지의 날 시민사회 공동선언

우리는 3년 전 2007년 12월 30일 우리나라가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되었던 날의 감동을 아직 기억합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축하와 응원을 보내왔습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이 땅의 모든 양심들이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합헌 결정 또한 기억합니다. 견디기 힘든 절망감이 어깨를 짓눌렀고 이 땅에 생명중심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멀기만 한 일이라는 안타까움에 마음 아팠습니다. 국제사회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하며 한국의 사형폐지 운동을 위로하고 격려 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1997년까지 50년 동안 총 902명, 연 평균 19명이 사형집행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중에는 인혁당 사건, 민족일보 사건처럼 지독한 고문과 치밀한 조작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셀 수 없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자신이 지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살던 사형수도 있었습니다.

지난 13년간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참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 마다 사형집행을 재개하자거나 사형제도가 계속 존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형의 집행이나 사형제도 존재가 범죄를 억지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엔을 비롯한 권위있는 연구기관들의 연구에 의해 증명되어 왔습니다. 범죄를 줄이는 유일한 길은 국가와 사회전체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여죽음과 폭력의 문화를 생명과 인권의 문화로 바꾸는 것 뿐입니다. 강력한 형벌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매년 유엔 총회에서는 사형집행 중지(모라토리움) 결의안이 채택되고 있고 전 세계 130여개의 국가에서 이미 사형을 제도적으로 폐지하였거나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사국으로 재선되었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가 부여하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오늘 다시 국회에서 원내 6개 정당의 대표적인 의원들과 함께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형폐지 운동이 다시 처음부터 생명과 인권을 위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15대, 16대, 17대 국회를 거쳐 18대 국회에 이미 두건의 사형폐지특별법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또 10만명이 서명한 사형폐지 입법청원서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이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가 앞장서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사형제도 폐지는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을 모아 반드시 18대 국회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될 수 있도록 남은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종교계와 인권운동진영은 물론, 법조계, 학계, 정치계, 문화예술계 등 시민사회의 힘을 다시 결집시킬 것입니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흔들림 없이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내년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은 대한민국의 완전한 사형폐지를 축하하는 기념식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사형폐지 운동, 생명의 운동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2010년 10월 6일

2010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 준비위원회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사형폐지범종교연합,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천주교서울대교구사회교정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정의평화위원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한국사형제도폐지운동협의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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