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어째서 용산 참사는 ‘남의 일’이 됐을까?

이철 교수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에서 발제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독교 추모기도회(2009년 2월). 그러나 용산참사는 전 기독교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하였다. ⓒ베리타스 DB

“용산 참사에 대해 사람들은 심리적 동일시를 느끼지 못했다. 반면 조두순 사건(2008년 유아 강간 사건) 때 사람들은 ‘딸 가진 부모로서 너무 가슴 아프다’는 등 강력한 심리적 동일시를 느꼈다. 어떻게 용산 참사는 ‘남의 일’이 됐을까?”

숭실대 이철 교수(기독교학과)가 2009년에 일어난 일명 ‘용산 참사’ 를 중심으로 사회적 외상(Trauma)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응에 ‘비기독교적인 요소’가 다분함을 지적했다. 용산 참사에 기독교인들이 무관심 내지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유를 문화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용산 참사와 같은 사회적 외상에 대응하는 기독교인들의 바람직한 자세를 모색했다. 30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에서다.

용산 참사,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회적 외상’

먼저 그는 용산 참사를 사회적 외상으로 규정했다. 사회적 외상은 문화사회학자 제프리 알렉산더의 ‘문화적 외상’에서 응용한 개념으로, 알렉산더는 “한 집단이 자신들의 기억에 영원한 자국을 남기고, 자신들 미래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끔찍한 사건을 당했다고 여기게 될 때 문화적 외상은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용산 참사는 피해자와 관련자들에게 사회적 외상이 아닐 수 없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용산 참사, 일반인에는 ‘외상’으로 인식되지 못해

그러나 용산 참사는 일반인들에게는 외상적인 사건이 되지 못했다. 피해자와 관련자에 국한한 “그들만의 외상”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용산 참사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 같은) 도덕적 악에 대한 일반화된 상징이 되지 못했고 따라서 사회적 외상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어째서 기독교인들은 용산 참사를 외면하게 되었나?” 30일 한백교회에서 열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에서 이철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가 <사회적 외상의 문화적 차원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연구 : '용산 참사' 사건을 중심으로>를 발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4가지 분석의 틀로 살펴보는 무관심의 이유

그 이유를 이 교수는 4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상징’이다. 용산 참사는 공권력의 과잉진압을 상징하기보다 ‘철거민들의 불법과 폭력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비쳐짐으로써 대중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테러, 보상금, 집단주의 같은 부정적 기호가 용산 참사를 표상했다. 이는 상징을 형성하는 수단이 당사자에게 있지 않고 정부, 언론 같은 문화권력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적 동일시’가 발생되지 않았다. 조두순 사건, 숭례문 전소 사건 등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심리적 동일시를 느끼며 피해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기까지 했지만, 용산 참사는 다섯 명의 사망자 중 한 사람의 이름도 대중에 회자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대중과의 심리적 동일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이질성에 기인한다.

‘모호한 이항 대립’도 원인 중 하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건 때 대중은 ‘성聖’의 영역에 생명/주권/촛불집회 같은 긍정적 항목을 넣고, ‘속俗’의 영역에 경제/독단/경찰 같은 부정적 항목을 넣어 명확한 이항 대립을 갖춤으로써 대중의 지지 속에서 반대 시위를 열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용산 참사에 대한 대중의 이항 대립은 명확하지 않았는데, 경찰/조합/생존권 같은 항목이 경우에 따라 ‘성’으로 비쳐지기도, ‘속’으로 비쳐지기도 했기에, 대중들은 ‘속’에 대항할 강력한 동기를 얻지 못했다.

용산 참사가 희망에 찬 진보서사가 아닌 절망적 색채 강한 비극서사라는 점도 대중의 무관심에 영향을 미쳤다. 참사 피해자들은 사건 자체가 내포한 비극성 등을 이유로 재기의 의지를 다지기보다 현실에 대한 비관과 절망을 언론을 통해 드러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진보서사’에 더욱 호응하는 대중들의 호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

“성장주의의 진보서사 만연한 결과로 참사의 피해자 잊혀져”
기독교, 새로운 분석의 틀 마련해야

이 같은 4가지 분석의 틀을 교회는 그대로 따랐고, 결국 용산 참사는 기독교인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됐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또 사회적 외상에 대한 기독교적 분석의 틀이 교회에 필요하다며, 사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체해보는 ‘비문화적 읽기’, 하나님이 동일시하는 자들에게 자신을 동일시하기 위한 신학적·신앙적 노력 견지하기, 성서의 이항 대립을 용산 사건의 이항 대립과 비교해보기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성장주의·물질주의와 같은 진보서사가 만연한 상황에서 용산 참사와 그 피해자는 멀어지고 잊힌다. 오늘과 같이 기독교가 중산층과 기득권층의 종교로 높아지고 있거나 높아지길 바라고 있을 때 이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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