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이’
그렇습니다. 흐르는 물은 가장 진실한 것이며,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불교에서도 그리스도교에서도 유학에서도 동학에서도 모든 생명의 근본 토대입니다. 그리고 자연 순환계의 한가운데에 강이 있습니다. 강은 예로부터 생명의 그릇이요, 인류 문명의 발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그 강이 고통스러워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파괴의 소리 입니다. 자연생태계의 질서는 다양성과 조화로움 그리고 그것의 순환에 있건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그 생명 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1300리의 한가운데, 구미지역에 살고 있는 종교인으로서, 시민사회단체로서 수많은 중장비들의 굉음 속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해평습지와 모래톱을 바라보며 생명을 지키지 못해 죄인이 된 무거운 마음으로 정부에 촉구합니다.
자연과 생명과 소통하십시오!
빛과 물과 공기 이 세가지는 모든 생명들의 근원입니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이건 이 세가지 근원의 흐름을 막아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인간이 자연과 갈등하려는 것이며, 자연의 흐름을 막아보려는 시도입니다. 이것들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강을 막고, 물길을 돌리려 했던 서구의 시도들이 실패 했다고 고백하고 있지 않습니까?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강변에 기대어 살던 단양 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수많은 물고기와 낙동강의 천연 습지들의 신음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과연 토목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이들 생명을 죽여도 괜찮은 것인지, 그럴 듯한 조경과 로봇 물고기가 떠다닌 곳을 강이라 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들과 국민들과 소통하십시오!
4대강 사업은 자연과의 갈등만이 아닙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들의 일꾼이 주인인 국민에게 대립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진실의 눈을 가린 채 거꾸로 역류하고 있습니다. 환경보존을 위해 법과 절차를 지키자는 말도, 안전을 위해 천천히 가자는 말도 듣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이 정말 괜찮은지 꼼꼼히 따져보자는 말도, 정말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물이 깨끗해지는지 검증해 보자는 말도 듣지 않고 귀를 막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의 마음으로 국민들과 소통하십시오. 평생을 낙동강변에서 농사짓다 쫓겨나게 된 농․어민들의 마음을, 낙동강 모래가 밥인 700여 골재 노동자의 마음을, 4대강을 중단하라며 강변에다 자기의 생명을 던진 문수 스님의 마음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생각하십시오.
그간 많은 종교인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생명이 죽어가고 강이 파괴되는 것을 염려하며 순례와 기도회, 성명서 발표, 토론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시와 거짓말과 강행입니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 24시간 무리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각종 법과 절차는 무시되고 있고, 물고기와 천연기념물은 떼죽음을 당하였습니다. 여주 가물막이 보가 무너지더니 이제는 달성보․낙단보 중장비 노동자의 파업, 구미구간 준설토 적재장의 문화재조사 부실, 구미보의 부실시공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경상북도, 구미시, 구미시의회에 요구합니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경제와 개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는 입장을 가지고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지방정부의 역할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낙동강의 수질악화․생태계파괴․부실공사문제 그리고 절차와 법률의 위반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점검하는 일입니다.
인근의 경상남도를 비롯한 다른 자치단체처럼 이 사업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면, 절차를 지키게 하고 문제를 예방하려는 노력이라도 기울이십시오. 속도전으로 인한 부실의혹과 생태파괴 문제제기에 대해 중앙정부와 사업자 편에서 방어만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대처할 것을 촉구합니다.
흐르는 강은 많은 생명들의 근원입니다. 민심의 강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근원입니다. 어느 것 하나도 막아 가둘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중앙과 지방의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강을 다시 바라보기를 촉구합니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들 앞에 서서 4대강 사업이 정말 생명을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길인지 다시 한 번 공정하게 연구하고 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구미시민들에게 요청드립니다.
낙동강으로 한번 가 보십시오. 가서 물을 맑게 해주던, 훌륭한 놀이터이던 황금빛 모래사장은 어디로 갔는지, 흑두루미가 사뿐히 앉아 쉬던 그 아름다운 습지는 어디로 갔는지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보로 위장한 높이 11m에 폭이 620여미터나 되는 거대한 댐이 건설되고 있는 구미보와 엄청난 준설토가 쌓이고 있는 야적장에 가봅시다. 물질과 욕망의 삽질에 패여 아파하는 낙동강인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 시멘트로 둘러싸인 호수가 우리가 원하는 낙동강의 모습인지, 우리는 과연 무엇과 사라져가는 강의 생명들을 바꾸고 있는지 생각해 주십시오.
자연이 가져다 준 선물에 대한 보답은 지키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4대강을 살리겠다면 한강 수질개선에서 증명된 것처럼 지천을 정화하는 게 대안이건만 정부는 검증된 진실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2010년 7월 14일
구미지역 종교인-시민사회단체
김상조신부, 박병규신부, 이지운신부, 김요나단신부, 유용숙수녀, 박미선수녀, 장봉환목사, 전대환목사, 김정락목사, 김동훈목사, 황현석목사, 법성스님, 성관스님, 정우스님, 대혜스님, 지명스님, 진오스님, 묘인스님, 법진스님, 공곡스님, 법현스님, 보경스님, 경륜스님, 보덕스님, 서원중교무, 김보명교무, 황현신교무, 황선주교무, 정인덕교무,
구미YMCA(간사단체), 구미경실련, 구미시농민회, 구미참여연대, 구미낙동강공동체, 사람사는세상구미, 전교조구미지회, 참교육학부모회구미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