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성적소수자들, 예배당 강단에서 교인들에 ‘항변’

새길교회·기독사회문화원 성적소수자들 초청 토론회

▲‘기획토론 : 한국교회와 성적 소수자’ ⓒ이지수 기자

새길교회·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하 새길)이 성적소수자를 예배당 강단에 세웠다. 새길은 18일 서울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주일예배를 마치고 ‘기획토론 : 한국교회와 성적 소수자’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한 박재경(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男)·한채윤씨(‘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女)를 비롯해 신학자 구미정·정신과의사 강경희·법학자 전해정씨가 패널로 참석했고 정지석 목사(새길교회)가 사회를 맡았다.

정지석 목사는 “한국교회가 동성애자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라고 지적하고 “신약성서의 바울 서신서 등에서 동성애는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성서를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가 동성애에 대해 그저 ‘침묵’ 또는 ‘비판’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신학자 구미정 교수(숭실대) ⓒ이지수 기자

신학자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구미정 교수(숭실대)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열린’ 생각을 거침없이 발언했다. 그는 “누가 동성애를 추(醜)의 범주에 귀속시켰는가?” 묻고 그 ‘누가’에는 ‘교회’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성’(性)이 죄가 되는 경우는 성폭력처럼 성이 힘의 남용 및 오용과 관련될 때이지 성 자체가 죄가 될 수는 없고, 그러므로 동성을 사랑하는 동성애도 무조건 죄의 목록에 집어넣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성서해석도 다시 했다.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서의 구절로 자주 인용되는 로마서 1장 26~27절 ‘여인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인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 일듯 하매’는 일반의 동성애자를 향한 경고라기보다 “로마제국의 권력자들이 사치와 향락에 근거하여 행하는 잘못된 성문화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로마서는 로마 교회에 보내는 편지다. 편지라는 것은 수신자가 있고 컨텍스트가 있어서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주는 것인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그 두 구절을) 만고불변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는 지금 심각한 자기분열을 겪고 있다. 사랑을 말하면서 (소수자에 대하여) 권력을 휘두른다면 그것을 ‘포르노’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동성애 문제는 동성애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교회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동성애자들도 한국교회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채윤씨는 2003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동성애를 ‘유황불 심판’으로 망하는 죄라고 표현하며 동성애를 반대한 성명서를 낸 후 그 영향으로 한 동성애자가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 한기총에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기총 측의 답변은 ‘그 친구가 정말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이 동성애와 자살을 금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고 그러므로 우리는 사과할 게 없다’에 그쳤다며,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종교적 가치관이 사회적 결정과 법적 결정에 왜 영향을 미쳐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며 기독교의 ‘동성애 문제 개입’의 정당성을 논하기도 했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박재경씨 ⓒ이지수 기자

박재경씨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기독교의 반대 목소리가 여러분에게는 작은 목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성적정체성 혼란 중에 있는 청소년과 성인들에게는 공포고 때로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왜 기독교인들은 이런 현실에 침묵만 하고 바꾸려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미 해외교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동성애 교인, 사제, 주교(성공회)로 확대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너무 늦게’ 동성애를 말하고 있다는 지적이 패널들 사이에서 나오는 가운데, 정지석 목사는 이번 토론회가 “성적소수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태도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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