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만수 김정준, 그는 ‘의지의 신학자’였다”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는 한신대 개교 70주년을 맞아 6월 1일 서울캠퍼스에서 심포지움을 열고, 한신대의 학문적 기초를 놓는 데 크게 기여한 고(故) 김정준 박사를 조명했다. 김창주 교수(한신대, 구약신학)는 ‘고난’을 키워드로 김정준의 신학을 이해하려는 기존의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김정준의 신학을 ‘의지 신학’이라고 명명했다.

▲한신대 개교 70주년 기념 신학연구소 심포지움 ⓒ이지수 기자

김정준의 삶은 극심한 육체적 질병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그의 신학의 상당 부분도 이러한 ‘고난’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지금까지 그의 신학은 ‘고난과 경건의 신학’(김이곤), ‘고난을 통한 구원사’(김찬국), ‘질고와 신학의 합일’(안병무), ‘고난의 신학’(김영진) 등으로 소개되어 왔다. 김창주 교수는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듯, 김정준의 신학에서는 고난의 핵심적인 단어”라면서 대체로 김정준의 신학은 ‘고난의 신학’으로 이해돼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이 고난을 강조 및 확대한 결과, “고난을 고행주의로 미화하거나 김정준 특유의 신학적 동기와 주제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김정준이 폐병, 심장병 등으로 사투를 벌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신학의 자리이자 모태이지만”, “고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김정준 신학의 추를 한 쪽에 고정시킴으로써 균형을 잃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준은 스스로 자신의 고난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다”며 그 근거를 김정준의 투병일지에서 찾았다. 이 일지는 엄밀히 보면 네 차례 간행된 셈인데, 처음에 나온 <관에서 나온 사나이>(1948)가 고난을 첨예화하였다면, 그 후 <나의 투병기>(1950)는 보다 중립적인 제목이고, (내 잔이 넘치나이다, 1953)은 감사로, 마침내 <삶에 이르는 병>(1971)을 통하여는 “죽음과 고통의 절망보다는 삶의 용기와 희망으로 하나님에 대한 절대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따라서 김정준이 폐병 말기 죽음의 병동에서 보여준 ‘불굴의 신앙적 의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적절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그의 신학을 ‘의지 신학’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시편을 텍스트로 한 김정준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의지 신학’이 발견되는데, 곧 “이스라엘 시인들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자신을 내맡기는 절대적인 의지를 보여주듯 김정준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뢰하는 신앙을 몸으로 배웠”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의지’를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사용했다. 하나님에 대한 절대의존으로서의 ‘의지’(依支)와, 학문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세우겠다는 목표의식으로서의 ‘의지’(意志)이다. 그는 “김정준이 일련의 신학적 연구와 실천을 통하여 드러낸 강한 의지(依支, 意志)를 살린다면 그의 신학을 ‘의지 신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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