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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평화와 분노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일반적으로 전쟁과 평화를 대립시키지만 평화의 반대 개념은 근본적으로 분노이다. 분노가 터져나오면 이성적인 사고나 토론이나 협상이 깨지고 싸움이 일어나고 그 싸움의 형태는 다양하다.

헤롯 왕이 동방박사가 돌아와서 고하여주기를 기다리다가 속은 줄 알고 크게 분노해서 두 살 아래의 사내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작은 베들레헴 마을의 평화를 깨트렸다.

지난 20세기는 분노를 품은 사람들이 유사 이래 가장 큰 전쟁을 일으켜서 수천만 명이 피를 흘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의 히틀러의 얼굴과 영국의 처칠과 미국의 아이젠하워의 전시 중의 동영상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히틀러의 얼굴은 분노에 넘쳐있고 다른 두 장군의 얼굴에는 분노가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국민은 승전국에 갚아야 할 배상금을 지불하기 힘겨워했다. 게다가 영국이나 프랑스나 기타 유럽의 나라들은 아프리카와 동양의 식민지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으로 부국들이 다 되었는데 자신들을 그렇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후진국의 상황을 면치 못하였고, 독일 국내의 돈은 유대인들이 다 차지하고 있던 형편이어서 자기 민족이 우수하다는 자만심을 가졌던 독일 국민의 분노가 히틀러에서 폭발하여 선전포고 없는 침략전쟁을 일으켜 땅을 피바다로 만들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1차 대전이 일어나던 바로 그 무렵 러시아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유산계급에 대한 격한 분노를 터트렸을 때 잔인한 공산혁명을 일으킨 스탈린의 얼굴도 히틀러의 얼굴처럼 늘 분노가 찬 무서운 얼굴이었다. 공산혁명이 일어난 중국과 북한과 다른 동남아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분노에 찬 혁명가들과 인민은 실로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분노는 평화를 깨트리는 무서운 악이다. 판문점 등지에서 남한 군인들과 북한 군인들의 얼굴이 서로 달라 보인다. 북한 군인들은 필요 이상의 긴장과 굳은 얼굴이어서 평화스럽지 못하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백령도 해전에서 북한군이 참패한 데 대한 북한 수령의 분노의 발로라고 봐야 한다. 북한에서 총살을 서슴지 않는 것은 분노의 발로이다.

이제 남한 정부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밝히고 발표하였는데 문제는 남한의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에 어떻게 대응(react)하느냐이다. 분노를 분노로써 대응할 것인가? 어떠한 대응은 있어야 하겠지만 남한 정부는 무력 대 무력의 대응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 수 없다. 최선의 방법은 북한이 책임을 승인하고 다시는 그러한 만행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찾는 일이다. 즉 선으로써 악을 이기는 방법이다. 물론 악은 쉽게 제거되거나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잘못된 정치인은 민중의 분노를 야기시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수단을 사용하기도하고 어떤 것을 침소봉대해서 민중의 흥분을 유도한다. 한국의 정치 풍토도 그동안 광우병 문제에서도 나타난 대로 민중의 분노를 유도하여 야당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였다. 대체로 한국인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어서 분노하기 쉽다. 한국 국회의 분위기도 그러하다. 토론하는 이성의 힘이 약하면 편견에 사로잡혀서 언동한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현 정권이 남한 국민의 대북 분노심을 야기시키기보다는 냉정하게 대처해나가기를 바라며, 우리 국민은 해이해진 남한 국가의 정체성 인식을 새롭혀야 할 것이다. 지금 남한 사회에는 자제(自制) 없는 인권과 자유가 나라와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 훈련의 부족이거나 민주주의 지식의 결여에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의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는 언제나 대중은 분노와 흥분의 파동을 일으켜서 평화를 깨트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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