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강의석 사건’ 대법원 판결, 종립학교의 자유 해친 것 아냐”

강의석 사건 대법원 판결 후 기독교교육계 첫 관련 세미나

▲‘강의석 사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후, 기독교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이 다시금 기독교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25일 한국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등이 주최한 세미나 '기독교학교에서의 종교의 자유에 관한 대법원 판결과 향후 기독교학교의 방향 모색'. ⓒ이지수 기자

5년을 끌었던  ‘강의석 사건’ 이 지난 달 대법원에서 강의석 승소로 판결 남에 따라, 기독교교육계에서 교내 종교교육 문제를 다시금 화두에 올리고 있다. 개인의 종교자유가 중요한가, 사학의 종교교육의 자유가 중요한가. 판결 후 기독교교육계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첫 세미나가 25일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기독교학교연구소와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등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200여 명의 관계자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고, 법학전문가와 교육전문가, 기독교교육전문가, 교목의 발표가 차례로 열렸다. 이들은 대체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대법원 판결, “공정했다”

김유환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이번 판결(대법원 2008다 38288)이 “학생의 종교자유와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 판결”이라고 평했다. 패소한 대광학원의 종교교육 행위가 불법으로 인정된 이유는 강씨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종교교육 참여가 강요되고 불응한 경우 불이익이 가해졌기 때문이지, 종교교육 행위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이번 판결은 판시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판결은 학생이 종립학교에 진학하였더라도 종교교육을 거부할 의사를 가짐을 판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립학교인 종립학교가 이미 평준화체제 즉 ‘공교육체체’ 안에 편입된 이상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원칙론적인 판결이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종립학교에 오히려 이로운 판결

이번 판결로 인해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예전보다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도 평했다.

김 교수는 “평준화체제에 편입된 종립학교는 공식적으로 종파교육 하는 것을 허용받지 못하고 있었다. 종파교육은 종래의 체제 하에서 불법적인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 하에서는 (평준화체제에 편입된) 종립학교의 경우에도 종파교육이 합법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수많은 기독교학교가 ‘불법적으로’ 종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박현범 교목(숭의여중)은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들 학교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종교교육 과정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모든 교육은 당국의 지침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노력으로 보이나, 엄격한 의미에서는 당국의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기독교학교에서 예배는 예전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때로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하나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들을 설득하여 예배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그것도 안 되면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여 조용히 전학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또 ▲종교수업을 개설함에 있어서 복수개설의 형식을 취하기는 하나 학생들이 종교과목을 선택하도록 설득유도하여 대체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종교과목만 개설하기도 하고, ▲대체과목을 개설했다고 보고한 후 대체과목에서 종교만을 가르치나 철학 또는 교육학같은 대체과목을 교목이 종교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탈법 내지는 편법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의 ‘동의’ 구하는 절차 중요해져

김유환 교수는 이번 판결에 따라 종립학교는 종교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동의 절차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여부를 두고 “기독교학교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있다”고도 표현했다.

예를 들어 성경과목을 주당 1시간 정도의 정규수업으로 개설하려면 종교교육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대체과목도 반드시 개설해야 한다. 매일 아침 담임교사의 입회 아래 5분 정도 찬송과 기도하는 경건회를 전교적으로 일괄 실시하는 것은 무리이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때에도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 출석을 강제하거나 학생회장 선거에 교회에 다녀야 한다는 요건을 설정하는 것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제2의 강의석 사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박현범 교목은 기독교학교들이 지금처럼 편법적·탈법적으로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한 “‘또 다른 강의석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편법 운영을 벗어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역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독교학교의 종교교육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억울하다’

한편, 평준화체제 자체가 ‘위헌’이기 때문에 평준화체제에 일방적으로 편입된 종립학교를 포함한 사립학교들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상진 소장은 “군사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행된 평준화정책이 지니는 심각한 문제, 특히 사립학교의 자율성 및 종교교육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사립학교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현실이 난제로 남게 된다.

김재웅 교수(서강대 교육대학원) 또한 “기독교학교의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개정의 필요를 말했다. 그는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계속하면서 학생들이 종교교육을 하는 학교로의 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 사립학교들도 종교교육의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번 세미나의 발표와 토론에는 이밖에 김정석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사무국장, 장운석 배재고 교목실장, 전재중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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