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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선 칼럼] 2010년 부활절에 부쳐

  ▲서광선 고문 ⓒ베리타스
부활절은 성 금요일,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고난의 극치이며, 예루살렘의 딸들과 함께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이 함께 눈물로 통곡하는 날이다.

3월 26일, 지난 금요일 밤, 서해 바다, 분단된 바다를 지키던 우리 해군의 초계함 천안호가 원인 불분명한 파괴로 물에 잠겼다.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46명의 생명이 배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가족들이 눈물로 기도하며 아우성 치고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 주간 동안 군함 속에 갇혀 있는 장병들의 생사 소식을 안타깝게 기다리면서 우리 모두 손을 모아 우리 젊은 장병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젊은 우리나라 해군 장병들의 바다 속에서의 고난을 이겨 내어 부활해서 돌아오게 될 것을 애타는 마음으로 희망한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천안호 침몰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이 불확실하고 군과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군과 정부는 국가 안보에 대한 결정적인 불신과 동시에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원인을 밝히려면 아직도 몇 달이 지나야 할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함정 안의 실종자들을 구조하고, 두 동강 난 함정을 면밀히 조사해서 진실을 규명하는 날 까지 온갖 유언비어와 억측과 거짓증언과 색깔 비난 등이 횡횡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북의 분단이다. 서해 바다 북방분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격돌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남과 북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선을 두고 싸와야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6.25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의 일이다. 꽃게 철에는 중국 어선에 북의 어선, 남의 어선들이 뒤엉켜 있는 사이에서 남북경계선을 지켜야 하는 우리 해군의 노고를 감사해야 한다.
 
또 하나,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10.4 성명에서 이룩한 북방분계선의 남북공동 관리에 관한 합의가 있다 (제3항). 이 정권이 10.4 공동 성명을 이어 받아 그대로 이행하는 노력을 해 왔더라면, 오늘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후 된 함정을 출동시키지 않아도 됐을 수도 있고, (아직 정확한 규명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어느 누가 부설한지 알 수 없는 기뢰에 터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10.4 공동성명 만이 아니라 6.15 공동성명의 남북 화해와 협력의 과제들을 이어 받아 충실하게 이행하여 왔더라도 오늘의 남북관계의 악화를 초래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관계에서 이번의 불상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교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남북의 대화와 소통이 없는 가운데서 우리는 더욱 답답함과 무능함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에게 6자 회담의 장이 있었더라면, 나아가서 우리에게 휴전협정을 대치하는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이 있었더라면, 남과 북이 60여 년 동안의 막대한 군비 군사지출을 안하고 평안하게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 없이 평화롭게 남과 북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휴전선 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전환해서 남과 북의 어린이들과 학자들과 관광객들이 연구하고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서해 앞바다에 해군 함정이 아니라 남과 북, 중국의 어선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고기잡이 하는 즐거운 어장이 되어 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환상인가 싶다.

그리스도의 고난 주간에 우리 해군 천안호 함미에 갇혀 있는 장병들과 이들의 생사 소식을 기다리며 울부짖는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온 국민들의 아픔은 뼈저리다. 그들에게 부활의 기쁨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60년 동안의 분단의, 고난의 세월을 살아 온 우리 민족에게 평화와 통일의 부활이 있을 것을 희망하며 믿어 마지않는다. 2010년 부활절을 기다리며, 분단의 십자가, 분단의 고통과 죽음에서 일어나 민족의 부활, 평화와 통일로 부활 할 것을 기원한다. 
 

서 광 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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