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 종교계의 큰 별 지다

  ▲故 법정스님(1932~2010) ⓒ조계종

한국 종교계의 큰 별이 졌다. '무소유' 법정스님(1932~2010)은 생전 자신의 가르침대로 남을 위해 살다, 빈손으로 갔다. 
 
법정스님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 종교간 대화의 새 길을 열어 한국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2월 서거한 故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아름다운 종교화합의 본을 보여줬다.
 
법정스님은 1997년 12월 14일 길상사 개원 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를 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하는 평화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했다.
 
스님은 기고에서 "예수님의 탄생은 한 생명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낡은 것으로부터의 벗어남"이라며 "우리가 당면한 시련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 움터야 한다"고 했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끝에 '아멘'이라고 적기도 했다. 
 
또 이듬해 2월 24일 명동성당에서 '나라와 겨레를 위한 종교인의 자세'란 특별강연을 열어 천주교 신자 2천여 명 앞에서 '무소유'의 정신으로 IMF의 경제 난국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길상사 마당의 관음보살상을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조각가에게 맡겨 화제가 된적도 있다.
 
종교계는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법정스님과 도반의 정을 나눴던 이해인 수녀는 '선생'을 잃은 슬픔을 표했다. 그는 길상사의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에 보낸 추모글에서 "'야단 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때로는 다정한 삼촌처럼, 때로는 엄격한 오라버니처럼 늘 제 곁에 가까이 계셨던 스님"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과 깊은 교류를 나눈 전 천주교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는 11일 법보신문사에 추모글을 기고했다. 장 주교는 법정 스님이 길상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함께 유럽의 수도원을 여행했으며, 1993년 법정 스님이 시작한 '맑고 향기롭게' 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종교를 초월하여 뜻을 나눈 동지였다. 
 
그는 "부처님 오신 날에 갓 지은 법련사에서 종교와 삶에 관한 진심 어린 대담을 나눈 보람된 일, 더 나아가 길상사를 세상에 여는 법요식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친히 봉축사를 하신 종교간 미증유의 경사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장 강우일 주교 또한 11일 조전을 보내 애도했다.  강 주교는 조전에서 "큰 스님을 잃으신 불자 여러분에게 온 국민과 더불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것을 비우신 법정스님의 영원한 삶을 빈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은 13년 전 길상사를 열며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11일 서거한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13일(토)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열린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