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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명령이 이탈리아 반도를 지배한다. 이민자들이 폭력에 희생되고, 사악한 시민은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을 쫓아낸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적지들은 무지막지한 불도저에 의해 힘없이 파괴된다. 이 나라를 휩쓰는 개발 광풍은 어디에서 불어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대 로마제국의 발상지 라티움 왕국 북부의 사비니에서 로마인들이 사비니 여인들을 납치한 일화는 수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이탈리아 수도에서 35km 떨어진 사비니 지역은 여기저기 도시화가 진행된 흔적이 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토스카나 구릉지는 카롤링거 왕조 시대의 수도원을 감싸고 있는 테베레 강변까지 이어진다.
발터 벨트로니 당시 로마 시장도 이 계획이 생태학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이 지역의 중도좌파 피에로 마라초 지사 후보는 2005년 3월 6일 이 지역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계획은 위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이 계획은 이곳 자연경관을 능욕하고 있다. 당신들은 이 계획에 반대할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런 선언만으로는 산을 깎고 흙을 나르는 이 공사를 막지 못했다. 모든 사업권(개발사용권 99년간 연장 가능)을 갖게 된 사비나 산업단지는 특이하게도 민간자본이 97%에 이른다. 나머지 3%는 주 정부와 사비니 개발 컨소시엄,(2) 그리고 지역 행정구들이 투자해 전체적으로는 준공영적 면모를 갖춘 동시에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행정적 통제를 피할 수 있다. 이 계획으로 거둬들일 경제적 수익은 불확실하다. 없어지는 농민의 일자리는 농업이 아닌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 간신히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창고의 막대한 저장량이 100% 활용되리란 보장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용도인가?” 이 계획에 적극 반대하는 한 단체는 이 질문에 “누군가를 부자로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단적으로 대답한다. 사회적 지위나 정치적 노선으로 볼 때, 분명 이 계획의 반대투쟁 선봉에 서야 할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의문이 생긴다. 그 답은 이 계획이 시작될 때부터 이 지역 유명 역사학자나 고고학자가 컨소시엄의 행정직을 제의받았고, 녹색당 지역지도자가 자연공원 운영자직을 맡게 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 이 계획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던 마라초 지사가 점차 수동적 태도를 보인 것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2009년 10월 23일, 성추문이 터져 그가 사임하자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언론은 그가 성매매를 하는 트랜스젠더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부패 경찰관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수많은 기사들이 지겹도록 이 사건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마라초 지사가 교황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쓰는 동안 그의 성추문 상대자는 수수께끼 같은 화재 사건으로 사망했고, 사비니 지역 일부 사람들은 마라초 시장이 임기 중에 은밀한 외압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마피아 집단 카모라에서 가장 강력한 계파인 카살레시파가 1년 전부터 이 지역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그런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의회의 어떤 편에 속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는 이탈리아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경제적·환경론적·국가유산의 차원에서 부조리한 사업이 권력과 마피아의 공갈과 사탕발림 속에 얽히고설켜 진행되는 것이다. 정치 책임자들이 적법성과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기뻐하는 동안, 시민들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도무지 정체를 확인할 길 없는 권력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글•세르주 카드루파니 Serge Quadruppani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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