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민중신학회, 민중론서 ‘지식인의 역할’ 논해

권진관 교수 “민중신학적 지식인들이 중요해지고 있다”

    ▲권진관 교수(성공회대)

‘민중이 누구냐’를 논하는 ‘민중론’은 민중신학자 1세대에서 소극적인 논의에 그쳤다. 그들은 민중이 ‘담론’의 틀에 얽매이는 것을 경계했으며, 민중의 내러티브와 그들의 실제 삶을 중시했다. 지난 4일 한국민중신학회 새 회장에 선임된 권진관 교수(성공회대)는 ‘민중론’이 21세기 민중신학에서 치열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1세대 민중신학자들로부터 진화된 견해를 밝혔다.

이날 권 교수가 발표한 논문명은 <중진국 상황에서 민중신학 하기 : 민중론을 중심으로>. ‘중진국’과 ‘민중론’이 키워드다.

여기서 ‘중진국’은 물론 한국을 뜻한다. 1970~80년대에 한국은 ‘후진국’이었지만 30~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명실상부한 ‘중진국’이다. 권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민중신학에 ‘위기’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어떤 논객은 중진국인 남한에서 더 이상 민중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민중신학이나 민중론의 폐기를 말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풍요가 급증한 21세기에도 ‘민중’은 뚜렷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예전의 민중개념에 맞는 민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현 민중이 예전 민중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구성의 ‘복잡성’이다. “과거에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이 민중을 구성하였는데 오늘날에는 그 구성이 더 나뉘었다”고. 예를 들어 노동자들은 정규/비정규, 풀타임/파트타임, 지식노동/육체노동,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으로 세분화됐고, 노동의 성격도 급변하여 ‘지식 노동’이 노동계의 새로운 한 축을 형성했다.

또 이들 ‘21세기 민중’은 과거 투쟁시대의 민중에 비해 더 이상 역사의 주체로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중 구성원의 다양화가 민중의 연대를 약화시켜, 이들이 정치적으로 결합하여 주체성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졌다. 여기에 더하여 문민정부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간의 민주화 시대에 민중운동은 국가에 편입되어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순화·약화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권 교수는 “중진국 상황의 민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여전히 민중은 존재하지만, 그들이 더 이상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 권진관 교수는 ‘민중신학적 지식인’들이 민중을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민중의 구성과 성격을 규정한 ‘새로운 민중론’에 기반한 주장인 셈이다.

권 교수는 안토니오 네그리 등이 “현대에 민중은 다양한 집단, 계층, 개인으로 분화되고 있으나, 이들은 필요할 때 연대하여 공공의 선을 부르짖는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공동의 적(제국)에 저항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네트워크의 중심세력은 ‘지적 노동자들”이라고 주장한 것에 동조하며, 한국 사회에도 ‘흩어진 민중’을 연대할 능력을 갖춘 ‘유기적 지식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민중교회와 그 목회자들, 신학자들에게 그러한 지식인의 역할을 기대했다.

권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발제를 마무리 했다. 첫째, 한국의 민중은 다분화되었고, 이전의 하나된 민중은 더 이상 찾기 어렵게 되었다. 둘째, 이렇게 다양화된 민중을 엮어내고 네트워크와 연대를 헝성하여 지구적 자본주의와 국가권력에 맞서려면 민중의 지성과 지혜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것에 민중신학적 지식인 빛 민중신학의 공헌이 요청된다. 셋째, 지식인들이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는 가운데 유의할 것은 민중과 민중지식인들이 국가에 편입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성을 창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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