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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성탄의 비의 케노시스: 비움과 낮춤

12월 6일 삭개오 말씀 새김

(빌립보서 2:1-11)

1. 대림절 절기에,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자세는 다름아닌 ‘단순성’이라고 들었다. 단순성은 마음이 청빈한 자의 영성적 특징이다. 마음이 단순성과 청빈함으로 맑아지고 밝아지기 위하여, 신도가 노력해야 할 구체적인 영성수행은 ‘비움과 낮춤’이다. 초대교회 신앙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의 찬가’라고 불리던 예배교독문  일부분이 오늘 본문에 실려 전해온다(빌2:6-11). 신학자들은 <케노시스(비움과 낮춤)의 기독론>이라 부른다.

2. “너희 가운데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6-8). 초대 신앙공동체는  예수의 삶과 언행 가운데서  철저히 자기를 비우시고 낮추시는 ‘케노시스’를 느낀것이다. 그럴수록, 그 예수의 삶과 언행 그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꼈다. 하나님의 뜻과 은혜와 용서와 심판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은 바닥까지 낮추신  예수를 하나님이 일으켜 영광스럽게 메시야로 세우신 사건임을 깨달았다. 


3.  현대인들은 ‘비움과 낮춤’을 두려워 한다. 이미 ‘소유적 존재’에로 전락한 현대인들은 소유한 만큼 자기의 존재성은 확보되고, 자기를 높이는 만큼 존재가치는 상승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물질 혹은 정신적 ‘소유물’을 더 많이 움켜쥔다고 해서 자기존재성이 확보되는 것 아니다. 그것들은 일순간에   허물어지고 휴지처럼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성이 ‘무화되거나 무시당하지 않기 위하여’  소유의 증식과 축적에 온힘을 쏟는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空手來空手去’ 이다.

4.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의 바다’ 위에서 부력(浮力)을 받아  항해하는 뱃사공들이다.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에 관한 물리법칙>을 은유로 삼아 영성적 삶을 이해해야 한다. 철판으로 만든 화물선이 물위에 떠서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원리는, 화물선의 선체(船體) 용적과 동일한 물무개 만큼 부력을 받아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선체 내부는 비어있어야 한다. 선체내부와 갑판위에 쌓은 컨테이너의 중량이 선체용적의 바닷물 무개보다 더 무거울 때 화물선은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비우는 마음, 낮추는 마음 가운데  아기 예수가 탄생하신다. 한국교회의 ‘교세강화 열심’도 영적탐심으로 무거워지면 역사의 바닥으로 가라앉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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