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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현대 우주론과 기독교 신앙

제목 : 현대 우주론과 기독교 신앙

발표 : 이영욱교수(연세대 천문우주학과)(2009년 12월 2일 연세대 신과대 주최 '제 49회 연세신학 공개강좌' 에서)

*강의시 배포된 유인물 내용임을 밝힙니다.

 1. 사이비 과학이 창궐하는 한국의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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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뉴스)
▲이영욱 교수

아직도 과학과 종교가 껄끄러운 과계를 유지하고 있는 종교는 국내에서는 아마도 기독교(개신교)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 동안 국내 창조과학회의 창조-진화 대립관계 설정과 진화론 및 빅뱅우주론에 대한 비판적 활동이 교회 내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국내 창조과학 운동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과학이론 중 아직 실험 및 관측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수많은 관측과 실험으로 반복 검증된 정설까지 무차별 공격하는 명백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우주의 나이나 진화론은 처음부터 무조건 배척하며, 과학계의 정상 루트를 통과하지 않은 비전문가의 황당한 사이비 과학이론을 그 증거라며 내놓는다. 갈릴레오가 지구가 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내 놓은 증거보다 훨씬 더 많은 증거를 갖고 있는 우주의 오랜 연대 등을 공격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또 다른 갈릴레오 재판이 아니고 무엇인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조과학과 기독교를 구별 못하는 무신론자들의 비판에 기독교 전체가 삼류 사이비 종교로 전락하게 되고, 지식인들에게 복음이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게 된다. 물론, 복음주의 진영의 크리스천 과학자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창조과학 운동에 비판과 냉소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는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 우리나라의 개신교도 과학과 신앙의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되었다.

2. 갈등의 원인

복음주의적인 크리스천이며 동시에 천문학자인 필자는 근본주의 기독교와 현대과학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의 원인이 사실은 비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아주 큰 오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한다. 창세기의 인간 창조 부분을 읽으며 일반인들은 당연히 하나님이 진흙을 빚어서 사람을 만드셨다고 상상한다. 일반인들이 경험한 것이라곤 초등학교 때 찰흙으로 사람의 모양을 만들어 본 경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TV나 영화에서 마술사가 그러하듯 주문을 외우고 순식간에 뚝딱 만드셨을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그것보다 더 빨리 천지를 창조 하실 수 있다. 그러나 창세기의 “땅의 먼지로 인간의 형태를 이루셨다”(God formed man of the dust of the ground)는 표현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알 수가 없다. “땅은 모든 생물을 내라”(Let the land produce living creatures)는 표현은 마치 생명 진화론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창세기 1장의 “날”도 일반인들은 당연히 오늘날 우리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 해석한다. 일반인들은 시간이란 변화 없이 항상 일정하고 절대적이라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굳이 “주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은…”의 베드로 후서 3장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금으로부터 이미 100여 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그 동안 수많은 실험과 관측으로 증명된 상대성 이론은 시간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관측자의 속도나 중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줬다. 단지 지구에 있는 일반인들은 그것을 느낄 기회가 없을 뿐이다. 따라서 창조주의 입장에서 기술된 창조과정의 하루는 100% 문자적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오늘 인간의 시간으로는 얼마든지 수십억 년이 될 수도 있다. 연대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이란 어떤 것인지 이해해야 하며, 창조주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하신 시간에 구애 받지 않으신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창세기 1장의 하루를 오늘날의 24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의 아니게도 우둔한 인간의 시간 개념 안에 신을 가두어 두는 일종의 신성모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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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pixabay)
▲은하수

한국창조과학회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여러 글 중에는 필자의 전공분야인 천문학 영역의 내용들도 많이 있다. 놀랍게도 현대우주론의 핵심이며 여러 관측적 증거들로 인해 의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수준에 있는 빅뱅 이론을 포함해, 140억년 우주의 나이, 항성과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관련된 현대 천문학의 발견들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의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런 집단 속에서 하나의 과학이론이 정설로 자리 잡기까지는 그야말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가혹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만약 창조과학회의 주장과 같은 “젊은 우주”에 대한 관측적 증거가 있다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천문학자들이 흥미롭게 이를 검토하고 연구할 것이다. 과학자의 최대 영예는 기존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신론/유신론에 관계없이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젊은 우주”를 지지하는 관측적 증거는 현재 국제 천문학계에서 논의 되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 창조과학회의 주장과 달리 지구와 우주의 연대와 관련된 두 이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 우주를 포함해 창조과학회가 빅뱅의 반대 증거라고 제시하는 것들이 하나 같이 모두 과학적 타당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것이거나 기존 관측사실을 아전인수식으로 잘못 해석하는 사이비 과학의 수준인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주장은 빛의 속도가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랐다는 내용이다. 백억 광년 이상의 거리에 있는 별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젊은 우주의 패러다임에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가정인데, 먼 거리에 있는 퀘이사의 다중선 분석에 기초한 주장이었다. 해당 글을 쓴 저자는 이러한 천문학적 관측에서 과거에 빛의 속도가 더 빨랐다는 증거가 발견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우주의 나이가 6,000 ~ 10,000년 정도라는 그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었다. 허나 이들이 인용한 해당 천문학 논문에서 원 저자들이 보고하는 것은 과거의 우주에서 빛의 속도가 변했다고 해도 현재 속도의 밴 만분의 일 정도의 무시할 정도의 양이며, 이 또한 관측오차 이내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결과는 아니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결과는 오히려 젊은 우주 주장에 심각하게 반대되는 증거이다.

자칭 과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와 같이 잘못된 주장을 너무도 용감하게 할 수 있을까? 한국창조과학회가 주로 채택하는 미국창조연구소(ICR)의 주장 중에서 천문학 관련 글을 쓰는 사람들의 전공은 놀랍게도 대부분 천문학이 아니다. 해당 저자들의 논물을 검색해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부분 마치 우주론을 전공한 듯이 소개되고 있다. 과연 필자의 전공인 천문학 영역에서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심장 수술을 위해서는 심장 외과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것처럼, 우주와 지구의 역사나 생명 진화론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치과의사나 천문학자에게 심장병 수술을 맡기지 않듯이, 공학자나 의사가 주장하는 천문학 이론이나 생명진화론은 믿을 것이 못된다. 기원과학과 관련된 문제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도 자신을 살핀 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주제이다. 한국의 개신교는 언제까지 예수의 이름으로 사이비 과학이 전파되는 현실에 침묵할 것인가?

3. 과학과 신앙의 올바른 자세

우리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이 모든 우주만물을 창조 하셨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경은 우주와 생명창조의 자세한 과학적 과정을 과학적 언어로 기술할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기 때문에 창조 과정의 구체적인 과학적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또 한 권의 책인 자연과 우주를 통해서 이해해야 한다. 로마서 1장 20절과 시편 19편을 포함한 신구약 성경의 여러 말씀들이 이러한 사실을 확실히 증거 한다. 크리스천 과학자들에게 과학은 다름 아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주와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는 학문이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모든 과정에서 항상 신의 자리는 침범 당하지 않았다.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우리는 단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라고 고백하듯이 진정한 과학 연구는 신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신의 성품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다.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과학은 신의 창조섭리를 발견하는 또 다른 구도의 길이다. 우주와 생명의 진화론을 포함한 여러 과학 이론 중, 수 많은 관측과 실험을 거쳐 철저하게 검증을 받은 정설은 바로 하나님이 우주와 자연을 창조하신 구체적 방법과 섭리로 받아들이면 된다. 보다 일찍 이러한 자세를 가졌다면 과학과 기독교의 쓸데없는 갈등은 진작부터 없었을 것이다. 복음이 침범 당하지 않는 한, 현대과학과 신앙의 문제에서는 그 어느 것보다도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밤낮으로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는 수 많은 과학자 중에서도 일부 뛰어난 지성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것처럼, 하나님의 구체적 창조 방법은 비전문가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것보다 훨씬 고상하고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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