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태식] 예수의 탄생지와 탄생일

역사적 예수(2)

예수의 탄생에 관해서는 누가 2,1-7에 비교적 자세한 정보가 실려 있다. 시리아에 퀴리노가 총독으로 있었던 때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천하에 호구 조사령을 내렸고, 모두들 본적지로 돌아가 등록을 해야만 했다. 요셉 역시 ‘본고장’인 다윗의 동네 베들레헴으로 갔는데, 마침 그의 부인 마리아가 임신 중이었고 결국 베들레헴에서 몸을 풀게 된다. 
 
구약성서 미가서 5장 1-2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에브라다 지방의 베들레헴아,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 것 없으나 나 대신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난다.” 유다인들에게 베들레헴(베트:집, 레헴:빵, 합치면 ‘빵집’이라는 뜻)이라는 지명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자그마한 마을은 이스라엘의 2대 임금이었던 다윗의 고향이며(1사무 16), 미가서에 나오듯이 장차 위대한 인물이 탄생할 곳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윗은 통일 왕국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이로 이스라엘 역사에서 황금기를 구가한 인물이다. 따라서 장차 나타날 위대한 인물도 마치 다윗과 같이 이스라엘에게 영광을 가져올 것이고, 그에 걸맞게 반드시 다윗의 가문에서, 그리고 그의 고향 마을인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야만 했다. 이를 두고 흔히 메시아 대망待望사상이라 하는데, 예수가 태어날 즈음에는 다른 어떤 시대보다 메시아의 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고 한다.
  
누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베들레헴’에서 났다고 한다(=마태 2장). 게다가 (비록 양아버지이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요셉은 어엿한 다윗의 후손이었으니(마태 1,1-17;누가 2,4) 자연스럽게 예수 역시 다윗 가문에 편입되었다. 그러므로 예수의 탄생지와 가계를 살펴볼 때 메시아가 되기에 매우 합당한 조건이 제공된 셈이다.
  
그런가하면 예수가 탄생할 즈음에 일어났던 사건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지중해 권圈이 곧 온 세계였고, 이를 석권한 로마는 명실공이 세계 제국이었다. 따라서 예수가 탄생할 때에 맞추어 로마 제국 전체에 호구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가 가지는 의미를 세계사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바야흐로 인류를 구원할 이가 태어났으니, 구성원 파악에 오차가 없게 마침 인구 조사까지 있었다는 말이다.
  
거창한 때에 거창한 곳에서 태어나신 예수님..., 복음서에 실린 보도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한두 가지 문제점을 담고 있다. 먼저 역사적으로 볼 때 누가 2,1에서처럼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전 로마 제국에 호구 조사를 내린 적은 없었으며, 설혹 호구 조사를 했더라도 거주지에서 이루어졌지, 몇 대전 조상이 살았는지도 모르는 ‘본고장’으로 돌아가는 법은 없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엄청난 인구 이동은 행정적으로 볼 때도 지나치게 낭비적인 처사일 뿐이다. 다음으로 시리아의 퀴리노 총독이 이스라엘 지역에서 호구 조사를 했던 때는 기원후 6-7년경으로 예수의 추정 탄생 년도(기원전 6년경)와는 거의 12-13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역사적으로는 누가 2,1-7과 관련해서 기대볼 만한 행정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학계에서는 흔히 헤로데 대왕의 재임 시절(기원전 37-4년) 말기에 예수가 태어났다는 보도(마태 2,19;누가 1,5)를 근거로 하여 예수의 탄생을 대략 기원전 6년경으로 잡곤 한다. 따라서 탄생한 년도도 이처럼 불확실한 마당에 하물며 로마 가톨릭의 그레고리안력을 따라 12월 25일까, 아니면 정교회의 율리우스력을 따라 1월 6일일까 하는 예수의 탄생날짜 계산은 더욱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들이 옳다면, 결과적으로 예수 탄생에 대한 신앙의 역사와 실제 역사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셈이다.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우스라는 수사가 525년 로마에서 예수 성탄을 기점으로 서력을 만들었다. 그는 예수께서 로마 건국 754년에 탄생하신 것으로 여겼는데, 계산이 조금 틀렸다. 예수는 헤로데 대왕 생존 시에 탄생했다.......12월 25일 크리스마스도 예수의 진짜 탄일이 아니다. 로마의 기독교인들이 313년에 신앙의 자유를 얻고 난 다음부터 예수 탄일을 지내기 시작하였는데, 언제 태어나셨는지 모르니까 로마 시민들이 ‘불멸의 태양 탄일’을 경축하던 동짓날을 예수 탄일로 정했을 뿐이다.”(정양모/서공석 엮음, 『한국 가톨릭 교회 이대로 좋은가?』, 분도 1999, 19쪽) 정확히 말해 350년 교황 율리우스 1세가 이단을 믿는 로마인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기 위해 ‘12월25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이다’라고 선언한 때부터 유래되었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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