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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WCC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60년의 역사를 가진 WCC(세계교회협의회)가 차기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니 한국의 WCC 회원 교단들은 쌍수로 환영하는데 보수진영 교파들은 반갑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 아시아에서는 1961년에 인도 뉴델리에서 제 6차 총회를 열었고 한국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지가 되었다. 아프리카의 경우 1975년에 나이로비에서, 그리고 2003년에는 짐바브웨의 하라레에서 모였었다.

WCC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IMC(국제선교협의회)가 지난 세기 동안의 서구교회들의 세계선교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서양 교파의 경쟁적인 이식(移植)이 빚은 제반 약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교파들 사이의 교리와 전통의 차이를 솔직하게 연구 토론하여 일치를 찾아 서로 관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위원회를 조직하였고, 선교사업의 협력을 위하여 「생활과 사업」(Life and Work) 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이처럼 WCC는 극심한 교파 분열의 폐단을 없애고 선교사업의 협력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창립총회에 가입한 147 교파들은 44개국으로부터 모여들어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우리의 구세주이다”라는 신앙의 일치를 천명하고, 교리는 우리를 갈라놓지만 사업은 우리를 합쳐준다는 신념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창립총회의 성명서에서는 “우리는 함께 있기를 원한다(We intend to stay together)”고 밝혔다. 그리하여 오늘날 WCC 회원교단은 무려 320개이고 나라는 창립총회 때 이미 44개국이어서 실로 WCC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적 UN이 되었고, 오늘날 WCC는 UN의 많은 사업과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교단들이 WCC를 반대하는 이유는 WCC의 신학 노선이 자유주의이며 정치적으로는 용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이다. WCC 회원교파들 중에는 침례교, 오순절교회, 메노나이트, 그리고 희랍정교회와 그 밖에도 있다. 그리고 용공이라는 것도 오해이다. 뉴델리 총회 때 러시아 정교회를 WCC 회원교회로서 받아들인 것은 공산정권 아래서 탄압과 고난을 받던 그 교회를 회원으로 받아서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것이었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 무렵 미국 보수정통파 장로교회의 목사 멕킨타이어가 강력한 반공운동을 미국에서 펴면서 한국의 장로교 보수진영에 영향을 끼쳐 이 때 WCC 회원교단들에 대하여 용공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리하여 한동안 용공이 교계 논제가 되었었다. 이때 용공이라고 타 교단을 비난하던 한국의 오늘의 보수교단들도 북한의 교회를 돕고 구제품도 보내고 있으나 이것으로 용공교회라고 자처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WCC가 창립되기 전에는 IMC의 선교이념을 실천할 기구로서 여러 나라의 교회들이 선교사가 중심이 되어 교회연합회(National Federation of Church)를 조직하여 선교사업의 교파 간 마찰과 경쟁을 막고 협력을 도모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도 일찍이 조직을 만들고 한국의 여러 선교단체들의 선교 구역을 나누어서 갖게 하는 선교구역 조정(comity)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없어지고 동일한 도, 군, 면에 여러 교파들이 들어가서 다시 교파 경쟁을 재연하고 있다.

WCC 창립 후 1961년에 IMC가 WCC와 통합된 후 교회연합 조직이 교회협의회(NCC)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NCC는 WCC의 이상과 운동과 사업을 대행하는 한 지국(agent)으로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교회의 일치와 선교(개인구원이든 사회구원이든)이다.

세계국제기구인 UN의 사업은 국제 간의 평화와 협력 도모를 통해 일치를 도모하는 것이며 그 규모는 실로 광범위한데 WCC의 운동과 사업 중에는 UN 사업과 성격이 같은 것이 많다. 그러나 다른 점은 UN은 외교력과 정치력에 많이 의존하지만 WCC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란 점이다. 1973년 방콕에서 WCC의 주관 아래 모인 회의에서 ‘오늘의 구원(Salvation Today)’이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교회가 사회의 정치, 경제, 외교, 인권, 노동 등등의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참여나 정치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인들이나 노동자들, 그 밖의 사회일반 시민운동단체들이 하는 정치적 대립 싸움이나 노사간 이권 싸움, 반정부 저항투쟁과 같은 방법으로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평화적 방법으로 협상과 타협을 모색하며 어느 편들기가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종교적 방법을 비효과적이라 생각하여 다른 단체들과 같은 방법으로 참여하는 것은 WCC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이 아니다.

한국교계에는 정치 참여나 사회 참여를 일삼는 사람들이 일종의 행동가(activist)보다는 도량이 큰 교회정치가(church statesman)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많은 정치, 사회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일반 시민 단체나 정파가 보이는 시위와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한국의 보수교단들이 대거 참여하여 만든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NCC와는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대립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이 단체의 보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NCC 회원교단들 중에 있는 과격한 행동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한국에서 이 두 연합단체가 많은 점에서 일치를 찾지 못하면 한국교회 선교와 전도운동은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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