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기석 교수,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정면 반박

▲김기석 교수(성공회대 신학과) ⓒ베리타스

김기석 성공회대 교수(신학과)가 무신론 논쟁을 세계적으로 달군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에 정면 반박을 가했다. 신간 <종의 기원 VS 신의 기원>에서다. 부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한 한 신학자의 응답’은 도킨스에게 내미는 도전장처럼 느껴진다.

2006년 첫 출간된 <만들어진 신>에서 도킨스가 밝힌 집필 의도는 도발 그 자체였다. ‘이 책을 펼칠 때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이 책을 덮을 때 무신론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생물계의 복잡성을 신이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다윈의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적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고 결론적으로 ‘신은 없다. 인류가 불행한 것도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도킨스의 이러한 주장에 김기석 교수는 신앙인으로서라기보다 학자로서 또는 사회인으로서 우려를 표했다. 정말로 도킨스가 ‘종교가 말살되면 인류의 사악한 행위 대부분이 종식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적으로 순박한(naive)지 김 교수는 묻는다. 또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도킨스처럼 무신론자 대 유신론자가 아니라 극단주의자(근본주의자) 대 온건주의자(평화주의자)로 전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킨스는 ‘모든 형태의’ 종교가 해롭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신앙이 아닌) 온건한 신앙도 결과적으로 극단주의로 연결되기 때문에 종교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건한 종교의 가르침은 비록 그 자체로는 극단적이지 않아도 극단주의로 이어지는 공개 초청장이 된다.’(만들어진 신 中)

이에 대해 김기석 교수는 도킨스가 “종교 자체를 너무 미워한 나머지 전선을 잘못 긋고 있다”며 종교적 온건주의자들에게까지도 경고 딱지를 붙이는 도킨스의 태도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온건주의 연대를 꾸려야 한다”며 이 연대의 목적은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극단주의와 근본주의자들의 반인도주의적 행태에 함께 대항하여 보다 선한 사회와 제도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선한 싸움은 결코 ‘종교 대 과학’의 싸움이 아니라, 진보적 가치와 상생을 추구하는 정치인, 학자, 시민운동가, 과학자, 예술가, 종교인, 기업인, 학생들이 연대하여 벌이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대의 성공적인 예를 한국에서 찾는다.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에 저항한 민주화 투쟁에는 상당수의 종교인이 인권 존중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정치인, 학자, 언론인, 학생들과 하나되어 투쟁했다고 밝혔다. 또 2007년 안면도 유조선 충돌사고로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자발적인 집단으로는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많은 수의 종교인이 찾아와 주민들과 함께 기름 제거 작업을 벌였다며, 종교적 온건주의자들이 사회에 ‘해로운 존재’들이 아님을 말했다.

김 교수는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비록 진화론이 생명 세계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진화론보다 나은 설명을 본 적이 없고, 과학을 철학자나 신학자에게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또 태초에 말씀으로 세계와 만물을 창조했다는 성서의 창조기사는 신의 절대성과 초월성을 뜻하는 것이지 문자적 의미에서 언제, 어떻게 만들었다는 의미는 아니며, 성서를 과학 교과서로 여기는 것은 신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과학자인 도킨스 또한 신학에 대해 단정적인 판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는 집필 동기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나는 신학자이기에 도킨스의 과학적 견해를 두고 논쟁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과학자가 종교 또는 신학의 내용에 대해 단순한 견해 표명이 아니라 완전히 단정적인 판정을 내린 것을 보면서, 최종 심판자를 자처하면서 종교에 대해 사형 언도를 내린 것을 보면서, 무언가 응답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고 밝혔다.

‘도킨스의 과학적 견해를 두고 논쟁할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김 교수는 ‘과학과 신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현대과학과 신학의 조류를 상세히 소개하며 읽는 이에게 지적인 즐거움과 명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자유롭고 신랄한 문체로 써 내려가 일반 독자들도 읽기 쉽고, 연구논문을 다듬은 2부는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도킨스가 ‘망상’이라고 지칭한 신은 그야말로 ‘오래된 신’이라며 도킨스의 유신론 비판은 종교의 본질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종교의 피상적이고 현상적인 부분에 집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가 도킨스에게 바라는 바는, “현실세계에 나타난 피상적 종교에 집착하지 말고, 사물의 현상 저편에 감추어진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답게 종교의 내면에 깃든 참 모습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동연  ㅣ  총 255쪽  ㅣ  1만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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