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전히 기독교는 인류의 ‘희망’

신간 <그리스도 철학자>

▲'그리스도 철학자'

신간 <그리스도 철학자>(연암서가)는 총 페이지 347쪽 가운데 100쪽 정도가 기독교의 권력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독교가 처음 2세기 동안 사회적 소수에 불과했을 때만 해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평화주의적 원칙을 고수했으나, 콘스탄티누스 이후 권력화 되면서 수많은 분쟁과 살해를 야기했다고.

그러나 저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여전히 기독교가 ‘인류의 희망’이라고 웅변한다. 권력화되기 이전의 기독교에 주목할 것을 권하면서 말이다. 효과적인 웅변을 위해 그는 기독교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왜곡, 변질되었는가를 다루는 한편 기독교의 본질적인 가르침을 함께 다룬다.

우선 그는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등의 비기독교적 텍스트로부터 예수가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런 뒤 4 복음서 및 바울의 서신으로부터 예수의 캐릭터를 구성하는데, “예수는 신학자도 정치적 선동자도 아니었으며 다만 마귀를 쫓고, 병든 자를 치유하며, 작은 마을들에서 사랑과 비폭력을 설교한 사람”이었고, 그의 가르침의 요체는 “평등, 개인의 자유, 여성의 해방, 사회 정의, 권력의 분리, 비폭력과 용서, 이웃의 사랑” 이었다며 기독교는 ‘Good religion’이라고 역설한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서구 사회, 특히 유럽 사회에서 오랫동안 제도화의 길을 걸어온 기독교가 정작 그 권력화의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심하게 왜곡·변질시켜 왔으며, 그 결과 근·현대 철학에서 극단적인 반기독교적 성향이 나타나게 됐다고 말한다.

자유, 이성과 같은 근대적 가치들도 모두 2천 년 전 나사렛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통해 전해진 가르침 속에 뿌리 내리고 있던 것들이다. 다만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교회, 특히 중세 가톨릭 교회들이 제도적인 왜곡을 낳음에 따라, 근대적 가치와 그 실질적 모태가 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서로 대척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세인들의 머릿 속에 각인됐다고.


아무리 반기독교·탈기독교적인 추세가 확산되더라도 ‘인류가 2천 년의 역사를 지닌 기독교로부터 완전히 이탈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21세기 종교문화를 관찰한 결론을 내린다. 인류가 사용하는 달력에 이미 예수의 탄생이 투사되어 있고, 유럽 전체의 평년은 기독교적인 축제로 점철되어 있으며, 인류의 언어 문화와 예술 문화 전반에 걸쳐 기독교는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떠한 종교성을 발현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가? 저자는 ‘사랑’이라고 답한다. 요한복음 4장의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의 대화를 분석하며 결국 ‘사랑’만이 가장 강력하고 궁극적인 가치이며,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는 가치로서 기독교가 이를 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라는 예수의 말을 근거로, 현대 기독교가 ‘제도’를 뛰어 넘어 ‘외적인 종교’에서 ‘내적인 영성’을 추구하는 종교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프레데릭 르누아르
철학자이자 종교사학자. 잡지 <종교의 세계> 편집장. 저서 <책임의 시대>(1991), <불교와 서양의 만남>(2001), <신의 변형>(2003), <종교사 개론>(2008), <신의 선의>(2009, 희곡),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2009) 외 다수.
 

원제 Le Christ Philosophe  l  옮긴이 김모세, 김용석 ㅣ 총 347쪽 ㅣ 1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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