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민족과 분리된 에큐메니즘, 교회분열 심화시킬 뿐”

안교성 장로회신학대 교수 주장

▲안교성 장로회신학대 교수 ⓒ이지수 기자

‘교회일치운동’을 뜻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오랜 동안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왔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반쪽 짜리’ 운동일 뿐이다. 에큐메니칼 주의 대 복음주의, 보수주의 대 자유주의, 다수파 대 소수파로 갈라져 끼리끼리 활동하고 있다.

안교성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5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한규무) 제 276회 학술발표회에서 해방 전 에큐메니칼 운동의 양상을 살피며, 에큐메니칼 운동이 이원화(二元化) 된 이유 중 하나로 에큐메니칼 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의 분리를 들었다.

선교사들이 현지인(한국인)들의 민족애(民族愛)를 도외시한 채 ‘선교’에만 초점을 맞춰 에큐메니칼 운동을 전개함으로, ‘진정한 교회 일치’라는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초창기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현지인의 참여는 제한”

안교성 교수는 초창기 에큐메니칼 운동이 선교사들에 의해 주도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선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현지인 목회자들이 배출되어도, 에큐메니칼 운동의 이니셔티브는 여전히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교수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있어서) 서구 선교사들의 지도력 행사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주도한 초창기 에큐메니칼 운동을 ‘선교사 에큐메니즘’으로, 이후 현지인들도 참여한 운동을 ‘토착 에큐메니즘’이라고 부르며, 그러나 “’토착 에큐메니즘’에서 현지인의 참여는 제한되었으며, 그 역할은 기껏해야 이차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안 교수는 1900년 뉴욕 에큐메니칼선교대회,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1928년 국제선교협의회 예루살렘 대회에 ‘한국인’이 아닌 ‘선교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을 들었다. 에딘버러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참석한 한 명의 한국인 윤치호를 제외하고 선교사가 한국교회를 대표했다며, “주목할 것은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이미 1907년에 ‘민족교회’로 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불균형이 초래된 것은 민족교회 지도자들이 고등교육을 받거나 유학 가는 것을 막았던 장로교선교부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일부 기인한다고 이종형의 말을 빌어 비판했다.

이 같은 현지인 배제 문제는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윤치호는 선교사와 현지인 간의 ‘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외국 재정으로 진행되는 모든 사역은 외국인의 주관 하에 있어야만 하나? 선교사는 재정의 분배에 있어서 토착교회 지도자도 논의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흥우는 ‘선교사를 결정 짓는 주된 자격’이라는 글에서 “선교사는 성공이나 이념의 대사가 아니라 사랑의 대사가 되어야 하며 자발적인 사랑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혀, 선교사와 현지인 간의 미묘한 마찰을 드러냈다.

◆”에큐메니칼 운동, 민족주의 운동 담아내지 못해"

에큐메니칼 운동에 있어서 ‘사람’도 분리됐지만, ‘아젠다’(agenda)도 분리됐다는 게 안 교수의 분석이다.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의 에큐메니칼 기관들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선교사 일반은 한국 기독교인의 민족주의적 열망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안 교수는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청년회(YMCA)가 그 예라며, “원래 이 조직은 선교사가 사회 상류층을 기독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곧 민족운동의 거점의 모습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 한국기독교여자청년회(YWCA)는 “처음부터 강력한 민족의식의 발현으로서 결성됐다”고 전했다.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의 민족주의적 열망을 도외시한 배경에 대해서는 “그들은 제국주의 국가 출신으로서 제국주의적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민족주의 운동과의 분리, 교회분열의 심화로 이어져”

안 교수는 초창기 에큐메니칼 운동이 민족주의와 분리된 것은 결국 교회 분열의 심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많은 경우 반선교사적인 토착 지도력이 대두하면서 교회의 분열과 그에 따른 민족주의적 정서가 농후한 독립교회의 출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독립교회는 선교사가 주도하던 에큐메니칼 운동에 소극적이었다”며 “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분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서울과 평양 간의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의 기독교인들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도자로 부각됨에 따라, 정치적 중심지였던 서울과 종교적 거점이었던 평양 간에 헤게모니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었다”며 “이로 인하여 소위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이원론적 양상이라고 추정되는 것이 시작되었다”는 것.

◆”에큐메니칼 운동, 민족주의 열망 담아내야”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민족주의 운동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을 예로 들며 “이들 나라에서는 교회 합동 운동(에큐메니칼 운동)이 민족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며, 그 결과 “교회 합동이 가능하여졌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국주의의 대두가 오히려 교회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함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저해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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