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인 목사, 일본인 소설가 둘 사이 경계선을 넘어…

류금주 박사, 이용도 목사·엔도 슈사쿠 비교 분석 발표

한국의 부흥사 이용도 목사(1901∼1933).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1923∼1996). 이 둘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이다. 이렇듯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인물이 한 신학자에 의해서 비교, 분석됐고 이내 공통분모가 찾아져 관심을 모았다.

6일 열린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월례세미나에서 류금주 박사(장신대 강사)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예수 생각’이란 주제로 연구 내용을 발표했고, 두 인물이 예수의 참 모습을 발견한 공통적 계기가 ‘고난’이었음을 확인했다.

이용도 목사. 호는 시무언(是無言)으로 그는 금천 공립보통학교를 거쳐 1924년에 개성 한영서원(지금의 송도고등보통학교)을 졸업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한영서원 재학시절 3·1운동 및 기원절 사건(1920), 불온문서 사건(1921), 태평양회의 사건(1922)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복역했다. 또 1930년에는 감리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부흥사로 활동했지만 무교회주의자로 몰려 장로교의 황해노회에서 금족령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1933년 9월 장로교 총회로부터는 한준명·이호빈·백남주·황국주 등과 함께 이단으로 몰려야 했다.

류금주 박사는 당시 역사적 상황이 이용도 목사를 고난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1920년대 불어닥친 경제 대공황. 당시 일제 식민지에 있던 한국인들에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소위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는 말들이 널리 퍼질 정도로 이용도 목사는 당시 심각한 경제적 궁핍, 그로 인한 고통에 시달렸다.

류 박사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일제에 의해 수탈당하는 한국인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있어야 했다”며 “이용도 목사 자신도 이런 역사적 고난의 현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류금주 박사는 그러나 “이용도 목사는 모든 어려움에도 그 자신이 주가 계신 교회의 목사라는 것을 결코 잊은적이 없었다”며 시무언이 다름아닌 ‘소명’의 힘으로 다가오는 고난을 참아냈음을 보여줬다. 류 박사는 오히려 이용도 목사가 “고난이란 역사의 지평에서 홀로 우뚝섰다”고도 했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는 이와는 달리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 다신론이 지배하는 일본 문화와의 싸움이었다. 그 속에서 엔도는 어떻게든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고, 살려내려고 사투 아닌 사투를 벌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는 독특한 그리스도교적 시각으로 동·서양 관계를 고찰하며 집필 활동을 한 엔도의 저작에서 잘 나타나는데 <침묵 沈默>이 그 대표작이다. 류 박사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에서 고난 중에 함께하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도 했다.

류금주 박사는 이용도와 엔도가 찾은 하나님이 ‘임마누엘’의 하나님이라고 했다. 스스로 낮아져 천한 인간의 형상으로 오시고, 인간 세상에 동참한 예수처럼 이들은 예수가 고통스런 역사적 현장을 찾아와 자신들과 함께 고통을 분담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용도 목사에게 예수의 인카네이션이 가장 잘 설명된 곳을 짚으라면 성경의 어느 부분을 들었을까? 류 박사는 “이용도 목사는 임마누엘 하나님의 성격이 짙게 나타난 극적 사건을 예수의 십자가로 봤다”고 했다.

류금주 박사는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살던 두 인물은 역사로부터 고난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비슷한 길을 걸었다”며 “그들은 임마누엘로서 예수를 발견했고, 그때서야 비로소 쉼을 누렸다”고 했다. 류 박사에 의하면 이용도 목사, 엔도 슈사쿠에게 예수는 역사의 현장으로 개입해 들어와 그들의 이웃이 되고, 그들의 고통을 나누며, 십자가에서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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