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쌍용차 현장 소리]“그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

76일 동안 쌍용 노조원들과 함께 해

▲장창원 목사(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

오늘로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가 76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76일 동안 매일 같이 현장을 지킨 한 명의 개신교 목사가 있다.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장창원 목사(52)다. 그는 1991년부터 부인 오영미씨(예장통합 다솜교회 담임목사)와 함께 이 일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교해왔으며, 이 지역 NGO의 대부로 통하기도 한다.

공권력과 노조가 언제 극심한 물리적 충돌을 빚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 목사의 가장 큰 고민은 “누가 다치지 않을까”다. 그는 “여기서 사람들(노조원들)의 목숨은 사람 목숨이 아니다. 그들은 자본의 일부로 취급될 뿐”이라며 목회자로서 공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혹여 물리적 압박이 가해지더라도 노조원들이 그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초췌하고 처연한 모습 그대로 나와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잃지 말아야 한다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해보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정문에서 보면 공장 안이 잘 안 보이는데, 사실 안에서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헬기가 최루액을 살포했고. 노사갈등도 문제지만 노노갈등도 그 속에서 자살자가 생길 정도로 심각하다. 자본이 인간을 앞지르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와 생존권이 박탈당하는 일이 으레 그런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사건 발생지가 평택이다보니 미디어법 등 다른 이슈에 비해 소홀히 여겨진 듯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처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고 하지만 약자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 한국교회는 대통령이 잘 되게 해주십사 기도할 뿐이고, 이 일대 대형교회들도 재벌 편에만 선다. NCC와 극소수의 지역교회만이 관심을 가졌다. 교회의 관심이 이토록 적은 이유는, 한국교회가 대형화를 지향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 속에서 거품처럼 붕 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뭐라고 보시는가?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이다. 권력과 자본이 모든 것을 이기고 심지어는 인권까지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용역경비 300명 고용한 것도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니 정부의 소행이라 볼 수 있다. 혹여 이번 사태로 수십, 수백 명이 죽는 큰 사고가 나도 용산참사에서 보듯 정부는 그 모든 탓을 힘 없는 노동자들에게 돌릴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인간이 자본의 일부로만 가치평가 되는 것이 문제다. 적어도 교회만큼은 이런 가치에 물들지 않아야 할텐데 동조하고 있다.

신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나님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허락하신 가치다. 그들의 피의 울부짖음을 하나님께서 가만히 두고 보시지 않을 것이다.

목회자로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또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기를 바라시는지.

사람이 다칠까봐 걱정된다. 인화성 물질이 쌓여 있는 공장에 불이 붙는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올 텐데, 그것은 국민 누구도, 노사 어느 쪽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에도 노조측이 맞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싸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는, 지금의 그 초췌하고 처연한 모습 그대로 나와서 국민들에게 ‘우리는 정말로 목숨을 내놓고 싸울 만큼 절박했다’고 메시지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번 사태는 쌍용만의 문제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 있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노동계에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쌍용의 노동자들이 세계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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