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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넨베르크] 현대 문화 속에서의 신학

판넨베르크, 한국방문 공개 강연회 주제: 현대 문화 속에서의 신학(2002년 11월 7일-10일) 위르겐 몰트만과 함께 유럽 개신교 신학의 현대적 흐름을 형성해온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독일 뮌헨대 명예교수(73)가 한국을 방문, 7∼10일 네 차례 공개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창조와 진화', '종교와 과학',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현대 개신교의 핵심 쟁점을 정면으로 다뤄 관심을 모았다. 판넨베르크 교수는 19세기 영국 신학자 찰스 고어가 시도한 유신론적 진화론를 높이 평가하면서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화해를 모색했다. 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조 증언들은 성서가 쓰여진 BC 6세기 바빌로니아 사회의 자연에 대한 제한된 지식에 의존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자유로운 창조라는 핵심내용을 전달하는 데 문제될 것이 없다"며 "진화의 과정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의 갑작스런 출현은 하나님이 역사속에서 계속해서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믿음과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대에 들어와 사이가 어긋난 종교와 과학은 철학의 중재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간 시간 질량 힘 장(field)등과 같은 자연과학의 기본개념은 철학적 개념에 바탕을 둔 것인데 그 철학적 개념은 사실 기독교 신학이 오랫동안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것”임을 상기시켰다. 이마누엘 칸트는 자연과학이 측정하는 부분적 공간과 시간은 무한한 공간과 무한한 시간을 상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며 이 영원성과 광대함은 신학적으로 바로 신의 속성과 연결된다는 것. 판넨베르크 교수는 현대 과학의 장 개념을 신학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관심이 많았다. 기계적인 근대 과학이 하나님을 육체가 없고 따라서 작용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서 추방한데 비해 장 개념은 전기장이나 자기장 같이 물질이 매개하지 않는 힘의 작용을 인정한다. 그는 "장 개념이 무소부재(無所不在)와 같은 신학적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테러사건이후 관심을 끌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둘 사이의 명확한 차이의 인식을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대화의 어려움은 이슬람이 코란을 통해 신구약성서를 대체하고 모하메드의 예언이 예수를 포함한 그 이전의 모든 예언을 능가한다고 보는데서 기인한다"며 "사실 코란의 알라가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이 숭배하는 하나님과 같은 존재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슬람과의 진정한 대화는 코란을 성서와 동등한 지위에 놓는 데서 출발한다”며 "두가지 문서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의 특정 시점에서 쓰여진 역사적 산물로 다룰 때 화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역사로서의 계시' 등을 저술한 판넨베르크 교수는 1928년 독일 쉬테틴에서 태어났으며 칼 바르트 등에게서 신학을, 니콜라스 하르트만 등에게서 철학을 배웠다. 신학에서 그동안 소홀히 다뤄진 현대적 의미의 역사와 과학을 신학의 주제로 내세운 학자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강연 1: 우주 전개에 따른 피조물들의 출현과 그 계승 "우주 전개에 따른 피조물들의 출현과 그 계승"이라는 강연은 세계의 창조에 관한 성서의 기록을 다룬다. 그러나 현대 과학과 비교해서 그것이 갖는 유사점과 차이점들을 부수적으로 언급하면서 다룬다.

창세기 1장에서의 창조에 관한 P(사제계)문서의 특별한 권위는, 창조 행위가 어떻게 실행되었는가에 관한 개별적인 진술보다는 그 당시에 이용 가능한 자연에 관한 지식을 사용한 것으로서의 이 기록이 갖는 범례적인 중요성에 초점이 맞추어진다고 주장된다. 강연에서는 창조의 개념을 전적으로 세계의 시초에로만 격하시키지 않는 계속적인 창조의 개념이 주장된다. 하느님의 창조적인 활동은 우주의 역사의 전 과정, 즉 사건 일반의 우연성에 의해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피조물들이 계속적으로 갑작스럽게 출현하는 특징과 관련된다. 현 상황에서 우주의 계속적인 확장은 영속적이고 독립적인 형태의 피조물들을 산출하는 창조자의 도구로 간주되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는 주장이 제시된다.   

강연 2: 창조와 진화는 대립적인가? 창조인가 진화인가? 현대 과학과 세계에 대한 전통적인 기독교적 해석 사이의 갈등의 역사에서 찰스 다아윈의 진화론은 열띤 논쟁의 문제가 되었고, 어느 정도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된다. 임의로 발생하는 변종들 가운데, 자연선택에 의해 초기 유기체로부터 동물 그리고 심지어는 인간이 진화한다고 하는 기술은, 자신의 설계에 따라 피조물들을 만들어 낸 창조자에 대한 믿음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강연에서는 진화가 기계론적인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들의 갑작스런 출현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될 때, 이러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조에 관한 성서의 기록(창세기 1장)은 하느님의 창조적 활동 안에서 피조물을 사용하고 있음을 배제하지 않으며, 따라서 생명의 새로운 형식들이 초기의 형식들로부터 출현하며 심지어는 생명 그 자체도 비유기적인 물질로부터의 자기 조직화에 의해 출현한다는 관점과 화해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인간존재가 육체만의 존재가 아니라 육체와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은 특별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서는 인간을 "살아있는 영혼"이라고 칭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 앞서 동물들을 그렇게 칭하기 때문이다. 성령은 생명의 모든 형식 안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최초의 창조에서뿐만 아니라, 죽은 자가 일어나고 영으로부터 분리됨 없는 불멸의 새 생명을 부여받게 될 때인 종말론적 미래에서도 영은 생명의 창조적인 원천이기 때문이다.   

강연 3: 창조신학과 자연과학   기독교 신학은 세계를 하느님의 피조물로 여기며, 하느님을 우주의 기초가 놓여졌던 시초뿐만 아니라, 시간의 경과 속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사건 안에서도 창조적으로 활동한 창조자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실재에 대한 그러한 해석을, 자연과학에 의해 물리적 과정들을 기술하는 것과의 관련 속에서 정당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계의 실재에 관한 신학적 주장들과 과학적 주장들은 상이한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세계의 창조주에 관한 신학적 주장들이 자연과학에 의해 기술되는 동일한 세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려면, 양자는 서로 공명해야만(consonant) 한다. 신학과 자연과학에서의 절차의 다양성은 그들 간의 대화를 위해 그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제3의 차원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은 양자, 즉 과학과 신학에 관한 철학적 성찰의 차원이다. 강연에서는 이것이 왜 그러한지를 보여주고, 자연법칙 개념 및 우연성 개념과 같은 대화에서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그 개념들은 더 나아가 공간과 시간 개념과 더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과 운동의 해석과 더불어 그리고 특히 역장(fields of force) 개념 및 프뉴마(pneuma)와 같은 오래된 철학적 개념, 따라서 영으로서의 신학적 신관에 대한 그것의 관계와 더불어 두 분야 모두에서 결정적이다.   

강연 4: 기독교와 타종교들 기독교는 확실히 여러 종교들 중의 한 종교이다. 기독교 신앙은 계시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이라는 표현은 인간적 투영에나 어울린다는 반론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계시는 그 자체로 이미 종교적 범주이며, 또 기독교가 정말로 하나의 종교라는 것을 불가피하게 인정하게 만드는,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 사이의 많은 유사점들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은 참된 신인식을 주장하고,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 이래로 기독교는 그 자신을 참된 종교로  여겼다. 서로 다른 종교들은 사소한 많은 이유로 인해 갈등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들 서로간의 배타적인 진리 주장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교적 다원론의 철학은 기독교 신앙과 타종교들 간의 만남의 현실을 곡해한다. 기독교 신앙의 진리 주장은 어떤 방식에서는 배타적이지만, 포용적이기도 하다. 두 가지 모두의 방식으로 그것은 기독교를 선교 운동으로서 특징짓는다. 선교의 명령은, 비록 선교사역방법에 관해 논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속한다. 종교간의 대화는 선교의 대안이 아니다. 진리와 관련된 종교간의 대화는 기독교 선교의 한 형태이다. 그와 같은 대화의 구체적인 상황은 상대 종교에 따라 달라진다. 유대교와 기독교 간의 대화의 경우는 어떤 점에서는 독특하고 이슬람교나 불교와의 대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어쨌든 그러한 대화는 상호 존중과 관용을 요구한다. 갈등하는 진리 주장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문제들에서의 협력은 가능하고 바람직하다.

 

자료출처: 한국신학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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