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신대, 45년 만에 국가폭력 피해 회복 위한 첫걸음 내딛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기 국가폭력을 겪은 한신대학교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가 피해 회복을 위한 공식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2025년 1월, 국가가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지 1년 만이다.

■ 1980년 시위 후 이어진 가혹한 국가권력 개입

1980년 10월 8일, 한신대 학생들은 동문이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고 류동운 열사를 기리는 추모예배 자리에서 전두환 정권의 책임 규명과 광주 학살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31일, 문화공보부는 갑작스럽게 신학과 2학년 모집 중지를 통보했고, 다음 해 오산 이전을 조건으로 철학과 등 7개 학과 신설을 허가했다. 당시 군부가 학교 측에 강압적 압박을 행사한 정황은 진실·화해위원회 결정문에서도 확인됐다.

이 여파로 81·82학번 학생들은 원치 않았던 학과로 갈 수밖에 없는 피해를 겪었다.

■ 진실·화해위원회 "국가가 중대한 인권침해"

강성영·김창주·박진규·이재호 목사는 2021년 12월 진화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고, 진화위는 "전두환 신군부가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며 한신대 학생들의 학습권·학문의 자유·대학 자율성을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국가를 향해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를 권고했으나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 기장 총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기도회 열고 행동 선언

기장 총회는 12월 4일 '한신대 국가폭력 피해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예고했다. 총회는 "우리가 겪은 폭력의 실체를 스스로 증언하고 국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설교를 맡은 이종화 총회장은 "진화위의 판단이 나온 지 1년이 되어 가는데도 이제야 기도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기도가 45년 전 무도한 정권에 의해 입은 상처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 한신대에 가해진 국가의 탄압을 "바벨론 포로와 같은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당시 정권이 대학 자율성을 억압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외치던 한신 공동체의 정신을 꺾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의는 빼앗긴 것을 기어코 되찾을 때 실현된다"며 진실 규명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강조했다.

■ 당시 시위 참여자도 참석해 증언

기도회에는 1980년 시위에 참여했던 이춘섭 목사도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광주 학살 이후 캠퍼스 분위기는 침울했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국가폭력을 보며 큰 괴로움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추모예배를 추진했기 때문에 약 140명의 학생이 체포되었고, 본인 역시 구속돼 교도소 생활을 했다.

이 목사는 "이번 움직임이 고난을 넘어 그리스도의 승리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신대와 기장, 국가 상대로 피해 회복 절차 준비

우진성 목사(한신대국가폭력피해대책특별위원회)는 향후 사건 재조사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거쳐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보상 요구 절차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신대가 겪은 일은  광주 학살에 항거했던 한 대학이 국가에 의해 어떤 참혹한 폭력을 당했는지 모여주는 깊은 상처"이라며 "한신대와 기장 총회를 넘어 전 사회적인 관심이 촉발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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