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생명 위협하는 이주민 강제 단속 중단하라"

교회와사회위원회, 27일 입장문 통해 밝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박승렬 목사)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이재호 목사)가 '"숨 쉬기 힘들다"는 절규 앞에서, 故 이주민 뚜안 님 사망을 규탄하며 구조적 개혁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27일 발표했다.

이들은 입자문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해 체류권 보장 정책으로 즉각 전환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강제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영구히 금지하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민 인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입장문 전문.

"숨 쉬기 힘들다"는 절규 앞에서, 한국교회는 故 이주민 뚜안 님 사망을 규탄하며 구조적 개혁을 촉구한다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서로 위하는 마음 개울같이 넘쳐 흐르게 하여라."(아모스 5: 2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국가의 강제 단속을 피하려다 사망한 故 뚜안 님(베트남, 25세)의 죽음 앞에 깊은 비통함을 밝힌다. 우리는 이 사건을 이주민의 생명권을 침해한 국가 폭력이자 제도적 살인으로 규정한다. 고인이 남긴 "숨 쉬기 힘들다"는 마지막 말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차별이 빚어낸 절규이다.

우리는 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비인도적 체포·강제 단속을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故 뚜안 님에게 가해진 단속은 국가가 그 폭력을 스스로 답습했음을 드러낸다. 국적에 따라 인권의 기준이 달라지는 이중적 태도는 그리스도의 보편적 사랑을 배반하는 죄악이다. 생명보다 질서를 우선하는 인식과 제도가 유지되는 한, 이 비극은 '사고'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폭력으로 남는다. 따라서 故 뚜안 님의 죽음은 국가가 이주민의 체류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며, 우리는 다음을 엄중히 촉구한다.

하나, 미등록 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해 체류권 보장 정책으로 즉각 전환하라.

미등록 상태는 개인의 '불법'이 아니라 고용허가제(EPS)와 유학생 비자 규정 등 제도의 모순이 낳은 결과이다. 사업장 이동 제한과 체류자격의 경직된 운용은 이주민을 부당한 처우 속에 묶어두거나, 생존을 위해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만든다. 그러므로 '불법인 사람은 없다'는 원칙 아래, 폭력적 단속이 아니라 체류권 보장으로 생명과 권리를 지켜야 한다. 체류가 보장될 때에야 인권침해를 신고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회의 공공성 또한 강화된다.

하나, 생명을 위협하는 강제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영구히 금지하라.

'체류 질서 확립'이라는 어떠한 행정적 명분도 인간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침해할 수 없다. 단속이 공포를 조장하고 위험한 추격과 회피를 낳는 순간, 그것은 이미 행정이 아니라 국가 폭력이 된다. 정부는 '단속 종료 후 발생한 사고'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단속의 방식과 권한 행사 전 과정, 그리고 사망에 이르게 한 인과관계를 포함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정의 실현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하나,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민 인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라.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를 특정 사업주에게 사실상 종속시키며, 임금체불·폭언·과로 등 부당한 처우를 겪어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문제를 신고하거나 권리를 요구하는 순간 생계와 체류가 동시에 위협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착취는 '개별 일탈'이 아니라 제도 속에서 반복된다. 또한 학업을 마친 이주민 청년의 노동을 제한하는 규정은 합법적 생존 경로를 차단해 미등록 상태로 내모는 또 다른 구조적 폭력이다. 노동허가제(LPS)로 전환을 포함해, 권리·안전·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인권 중심의 제도 개혁을 시행하라.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이 비극을 국내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 에큐메니칼 교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보편적 정의의 문제로 인식한다. 우리는 WCC 등 세계 교회와 연대하여 이 국가 폭력의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감시와 압력을 요청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이 국적을 넘어 보장되는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이룰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5년 11월 2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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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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