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지난 11일, 미국 인디애나주 리치먼드의 얼럼 신학교(Earlham School of Religion), 조직신학 교수 그레이스 지선 김(Grace Ji-Sun Kim)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연구팀이 18일 전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지난 11일, 미국 인디애나주 리치먼드의 얼럼 신학교(Earlham School of Religion), 조직신학 교수 그레이스 지선 김(Grace Ji-Sun Kim)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연구팀이 18일 전했다. 강연은 '백인성(白人性) 아래에서 하나님 다시 상상하기(Reimagining God under Whiteness)'라는 주제로, 원두우 신학관 소리갤러리에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인종, 젠더, 식민주의, 생태 위기의 교차점에서 성령의 해방적 운동과 관계적 신학을 탐구하며, 세계 신학 담론 속에서 아시아계 여성 신학자의 목소리를 세우는 데 기여해왔다. 이번 강연에서 그녀는 서구 신학이 형성해온 '백인 하나님(white God)'의 이미지가 지닌 한계와 배타성을 비판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새로운 하나님의 이미지를 제안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그녀의 저서 『하나님이 백인이 되었을 때』(When God Became White, IVP 2024)를 바탕으로, 강연자는 신학과 교회가 인종주의적 구조를 어떻게 내면화해 왔는지를 통렬히 분석했다. 강연의 첫머리에서 김 교수는 "인류의 모든 문제는 인종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며, 인종이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근대 유럽 제국주의가 만든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임을 강조했다. 그녀에 따르면, 인종 분류는 사람들을 서열화하고 특정 집단-특히 백인 남성-에게 권력과 특권을 집중시키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해왔다.
김 교수는 16세기 이후 유럽 식민주의가 '백인'과 '비백인'을 구분하며, 인간의 가치를 피부색으로 규정한 과정을 설명했다. 원래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으로 구분하던 경계는 아프리카인들이 복음을 수용하면서 무너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바로 '백인'과 '흑인'이라는 인종 범주였다. 그녀는 "백인성은 단지 피부색이 아니라 권력, 지위, 신학적 중심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세계 교회 벽에 걸린 워너 살먼Warner Sallman의 「그리스도의 머리Head of Christ」 이미지를 언급하며 "백인 예수"가 어떻게 전 지구적으로 내면화되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녀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이후, 예수는 더 이상 식민지 민중의 얼굴을 가질 수 없었다"며 제국의 교회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예수를 유럽인의 얼굴로 재구성했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백인 예수는 단순한 종교 이미지가 아니라, 식민주의·노예제·전쟁을 합리화한 '신학적 무기'가 되었으며, "백인 하나님"은 신앙과 권력의 정점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는 "하나님을 백인 남성으로 상상하는 순간, 우리는 그 이미지대로 행동하게 된다"며 이러한 왜곡된 신 상(像)을 해체하는 것이 오늘날 신학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권력을 가진 백인 남성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하나님에게 투사한 결과, 성경이 가르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라'는 명령이 왜곡되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하나님을 새롭게 상상하는 해방적 신학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녀는 해방적이고, 사랑과 환대에 기초한 하나님 상(像)을 새롭게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하나님을 왕, 주, 아버지와 같은 남성 중심의 이미지로 한정하지 말고, 지혜(Sophia), 성령(Spirit) 등 다양한 비성별적·비인종적 은유로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은유는 그것을 만든 문화의 가치와 편견을 반영한다"며, 하나님을 새롭게 묘사하는 일은 단지 언어의 변화가 아니라 억압 구조를 해체하는 신학적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한 청중이 "한국 사회에서도 인종주의가 존재한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김 교수는 "한국 역시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 타인을 환대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인종차별"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인종주의는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신학적 죄이며, 교회는 이를 회개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권력을 가졌을 때 난민이나 이주민을 배제한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라는 지적은, 인종 문제를 남의 일이 아닌 교회의 자기 성찰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강연은 단순히 인종과 신학의 관계를 논하는 것을 넘어, 초연결 시대의 미래종교교육이 던져야 할 근본적 질문-"무엇이 우리를 연결하고, 무엇이 연결을 막는가"-을 제기했다. 김교수는 인종이라는 사회적 구성물이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연결을 차단하는 구조적 힘임을 지적하며, "백인성"은 단지 피부색의 문제가 아니라, 타자를 분리하고 서열화함으로써 인간과 신, 공동체의 관계망을 왜곡시켜온 단절의 신학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나님을 "동사(verb)"로 다시 상상하자고 제안하며, 이는 곧 고정된 정체성을 넘어,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연결되는 신앙을 회복하자는 초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초연결 시대의 종교교육은 기술적 연결을 넘어,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잇는 영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인종과 백인성은 그 연결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장벽 중 하나이고, 이번 강연은, 신학이 그 장벽을 넘어 정의롭고 포용적인 연결의 언어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초연결 시대 종교교육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탈식민 신학, 인종·젠더 정의, 성령론, 기후정의 신학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지금까지 25권 이상의 저서를 출간했다. 대표작으로는 『하나님이 백인이 되었을 때』(When God Became White, InterVarsity Press, 2024), 『땅에 뿌리내린 하나님: 기후와 정의의 교차로에서』(Earthbound: God at the Intersection of Climate and Justice, Orbis Books, 2025), 『보이지 않는 존재들: 아시아계 미국 여성들의 신학과 경험』(Invisible: Theology and the Experience of Asian American Women, Fortress Press, 2021), 『타자를 포용하기: 사랑의 성령이 일으키는 변화』(Embracing the Other: The Transformative Spirit of Love, Eerdmans, 2015)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