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참된 예언이란 권력에 맞서는 비판 뿐 아니라, 타자를 향한 도덕적 책임과 자비의 실천"

연세대 연신원 BK21팀, '진실한 예언자란 누구인가' 주제로 美 감리교신학교 폴 김 교수 초청 특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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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대 제공)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가 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감리교 신학대학(Methodist Theological School in Ohio)의 구약학 및 히브리 성서학 교수인 현철 폴 김(Hyun Chul Paul Kim) 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가 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감리교 신학대학(Methodist Theological School in Ohio)의 구약학 및 히브리 성서학 교수인 현철 폴 김(Hyun Chul Paul Kim) 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강연은 '참된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 예레미야와 오다 나라지(전영복) 목사의 사회학적·탈식민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원두우 신학관 소리갤러리에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예언서 연구의 권위자로, 이번 강연에서 성서학과 탈식민 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해석적 시도를 선보였다. 그는 예레미야서를 제국과 식민의 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예언자 예레미야와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했던 일본인 목사 오다 나라지(한국명 전영복,1890-1944)의 삶과 설교를 비교하며 '진실한 예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선 예레미야서가 "너를 여러 민족의 예언자로 세웠다"(렘 1:6)라는 구절로 시작함을 상기시키며, 예언자가 특정 민족이나 체제의 대변인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polyphony)"를 품은 존재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예레미야 전승이 "신학적,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실천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예언서가 다층적 전승과 편집의 산물임을 밝힌다. 나아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분법에 바탕한 '거짓 예언자'라는 개념 자체도 후대의 편집과정에서 만들어진 신학적 구성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예레미야서에 나타나는 예언자 간의 갈등 역시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후대 편집자들이 예레미야의 '참예언자적 권위'를 부각하기 위해 구성한 문학적 장치라고 분석하면서, 예언의 진정성은 정치적 정당성보다 도덕적·영적 감수성(pathos)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예레미야 28장에 등장하는 '하나니야와 예레미야의 갈등'을 단순히 "참/거짓, 애국/반역, 신앙/이데올로기"의 대립구도로 읽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본문을 예언자의 본질적 특성인 '감정적 참여(pathos)'와 '윤리적 책임'이 드러나는 복합적 관계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니아는 단순한 거짓 선지자가 아니라 "연민과 양심이 결여된 예언자"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의 거짓됨은 "회개를 요구하지 않은" 채 여호와의 축복과 평화를 선포했다는 데 있으며, 예레미야는 이에 반해 하나님과의 언약 안에서 도덕적 삶을 실천할 것을 호소했다. 김 교수는 참된 예언은 권력의 언어가 아니라 연민과 책임의 언어로 말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예언서에서 제국 바빌론에 대한 예언적 언어가 '자비(mercy)'의 수사학으로 재구성된 점에 주목했다. 예언자의 메시지는 현실정치의 폭력 속에서도 윤리와 자비라는 신학적 언어로 제국을 비판하고 재형성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예레미야서가 바빌론 제국을 단순한 적대자로만 그리지 않으며, "야훼의 목적은 다차원적(multidimensional)이어서, 시간과 상황에 따라 하나님 통치는 바빌론을 위해서도, 바빌론에 대항해서도, 때로는 징벌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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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대 제공)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가 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감리교 신학대학(Methodist Theological School in Ohio)의 구약학 및 히브리 성서학 교수인 현철 폴 김(Hyun Chul Paul Kim) 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강연 후반부에서 김 교수는 오다 나라지 목사의 사례를 예레미야와 비교분석하며, 민족의 경계를 넘어선 "참된 예언자"의 의미를 더 깊게 탐구했다. 제국 내부의 예언자로서 오다 목사가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과 신사참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물임을 소개하며,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신앙의 양심을 지킨 그의 삶을 조명했다. 강연에서 김 교수는 오다 목사가 남긴 다음과 같은 고백을 인용했다.

"서장님, 일본이 융성할 수 있다면 조선인은 몰살당해도 무방하다, 이런 무서운 말은 없습니다. 로마제국이 왜 멸망했는지 서장님은 아시나요? 교만입니다. 로마 시민만이 인간이고 로마 시민 외의 모두를 노예로만 취급한 것이 원인입니다. 일본이 망한다면 그건 경제라든지, 정치라든지, 군사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인을 인간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11년 전에 여기 조선에 온 목적은 그런 큰 죄를 일본인들이 조선인에게 짓지 않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이 고백을 통해 오다가 일본인으로서의 한계와 책임을 자각하며, 지배자의 죄를 고백할 용기를 지닌 예언자적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다의 신앙적 실천이 식민 현실을 성찰하고, 특정 민족의 이익을 넘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도덕적 자비와 연민을 구현하려는 예언자의 소명을 보여준다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비교는 예레미야의 탈식민적 신학과 오다의 선교적 자기성찰이 서로 공명(共鳴)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그의 강연은, 예언자적 목소리는 시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윤리적 저항과 연민의 언어로 재현되며, 참된 예언이란 권력에 맞서는 비판 뿐 아니라, 타자를 향한 도덕적 책임과 자비의 실천에서 완성됨을 드러냈다.

이번 강연은 성서학과 탈식민 신학, 그리고 한·일 신학 대화의 관점에서 예언자의 소명을 새롭게 조명하며,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민의 연대와 화해·공존을 지향하는 미래 종교교육의 신학적 기반을 제시했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이번 강연은 예언자의 목소리를 과거의 신앙 사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오늘의 교육과 사회 속에서 다시 살아 있는 신학적 자원으로 재해석한 의미 있는 시도"라며 "우리 BK21팀은 '초연결 시대' 속 종교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구약 해석학은 인간의 관계성과 윤리, 그리고 언어와 신앙의 책임을 성찰하는 핵심 논의 중 하나로 포함된다. 폴 김 교수의 강연은 예언자의 언어가 시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연대와 화해의 신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귀중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폴 김 교수는 예언 문학과 탈식민 신학과 구약 해석학의 접점을 탐구하며, "예언의 다성성(polyphony)'과 탈식민적 예언 해석을 연구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제2이사야서의 모호성, 긴장, 그리고 다성성』(Ambiguity, Tension, and Multiplicity in Deutero-Isaiah, 2003), 『너는 내 백성이다: 예언 문학 입문』(You Are My People: An Introduction to Prophetic Literature, 2010, Louis Stulman 공저), 『이사야서 읽기: 문학적·신학적 주석』(Reading Isaiah: A Literary and Theological Commentary, 2016) 등이 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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