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교단마다 달랐던 '이단 규정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교단별로 상이한 판단으로 인한 혼선을 줄이고, 이단 단체에 대한 명확한 분별 기준을 세우기 위한 시도다. 이번 조치는 한국교회 이단 대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은 1915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가 안식교를 공식적으로 이단으로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00여 년 동안 15개 교단에서 120여 개 단체를 이단으로 규정해왔지만, 각 교단의 신학적 관점과 교리 차이로 인해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교단의 이단대책위원장들은 '이단 규정 표준 기준안' 마련에 협력해 왔다. 이들은 '이단', '이단성', '사이비' 등 용어를 명확히 정리하고,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신학적 기준을 체계화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총회는 최근 열린 제110회 총회에서 '이단 규정 표준 기준안'을 공식 채택했다. 유영권 예장합신 이단대책위원장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 잣대가 아니라, 이미 공유된 기준에 따라 판단함으로써 일관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교회 내 불필요한 논쟁이 줄고, 교회 밖에서는 이단의 오류를 명확히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안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각 교단의 교리문답서를 토대로 계시론·성경론·신론·인간론·기독론 등 조직신학 전반을 항목별로 구성했다. 특히 직통 계시 주장 여부, 특정 성경 번역본의 절대화, 예수 외 중보자 제시 여부 등 핵심 항목을 명시해 성도들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영권 목사는 "표준안이 복잡한 서술식이 아니라 단순한 항목식으로 되어 있어 일반 성도들도 '이건 오류구나' 하고 직접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 한익상 회장은 "현재 여러 교단에서 헌의안을 제출하고 있으며, 7~8개 교단이 내년 정기총회에서 채택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 교단이 흐름을 함께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안이 교단 간 신학적 공통분모를 제시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 이 기준안이 교단의 경계를 넘어 신앙의 본질을 지키는 '이단 분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