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지금은 바벨탑이 세워지던 시대와 닮았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면, 누구도 그 결과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안전연구소 김명주 소장은 2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AI, 너에게 교회의 내일을 묻는다' 포럼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김 소장은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를 인용하며 "하나님조차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듯, 인간이 만든 기술의 자율성이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며 "교회가 영적 책임을 가지고 시대적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이미 신앙의 영역 깊숙이 들어왔다. 목회자가 설교 원고를 작성할 때 AI의 도움을 받거나, 신도가 AI가 쓴 기도문으로 대표기도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는 목회자 대신 AI에게 신앙 상담이나 성경 해석을 묻기도 한다. 신앙생활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되는 현실에서,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포럼은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협력기관 '나부터포럼'이 주최했다. 포럼에는 전국의 목회자, 신학자, 교계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AI 시대의 교회 사역과 신앙의 본질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커맨드스페이스 구요한 대표와 김명주 소장은 AI의 본질, 기술적 윤리, 그리고 교회의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짚었다. 두 사람은 "AI를 거부할 수 없다면, 그 가치와 한계를 분별하고 통제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교회는 다음 세대를 빛과 소금으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교총 전 대표회장이자 나부터포럼 대표인 류영모 목사는 "AI는 교회를 무너뜨릴 위협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회"라며 "AI 활용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교회가 영성과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행정이나 자료검색 등 기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활용하되, 영성훈련과 공동체 돌봄 같은 본질적인 사역에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목사는 또 "교회가 세상의 비판 속에서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십자군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는 교회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며 "AI 시대일수록 진정한 헌신과 섬김의 영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 포럼은 교회가 AI 기술의 흐름을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신앙적 가치와 영성의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discern(분별)하고 활용할지를 모색하는 자리로 평가됐다. AI가 '새로운 바벨탑'이 될지, '지혜로운 도구'가 될지는 결국 교회의 선택과 책임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