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르웨이 교회, 성소수자 사과… “과거의 잘못, 신앙 회복의 계기로”

노르웨이 루터교회가 과거 성소수자(LGBTQ) 차별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포용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루터교회 수장인 올라브 피크세 트베이트 수좌주교는 전날 수도 오슬로의 게이바 '런던 펍'에서 열린 행사에서 "노르웨이 교회는 오랜 세월 LGBTQ에게 수치심과 상처, 고통을 안겼다"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트베이트 주교는 "차별과 괴롭힘, 불평등한 대우로 인해 신앙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며 "오늘의 사과가 다시 화해와 신뢰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런던 펍'은 2022년 오슬로 프라이드 행진을 앞두고 총격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로, 당시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교회가 이곳을 사과의 무대로 선택한 것은 '과거의 상처가 남은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루터교회는 1950년대에 동성애를 '사회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그 행동을 '변태적이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묘사한 바 있다. 이후 2007년 동성애자 목사 임명을 허용했고, 2017년에는 동성 결혼식을 교회 내에서 인정하는 등 변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공식 사과는 오랜 논의 끝에 나온 것으로, 교계 안팎에서는 "늦었지만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네 마리 페데르센 에릭센 목사(노르웨이 기독교 레즈비언 네트워크 대표)는 "이 사과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교회가 어두웠던 과거를 마감하고 진정한 포용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인권단체는 "교회가 에이즈 유행 시절 병을 '신의 벌'로 간주했던 역사적 책임을 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며 "늦은 사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 인스티튜트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교회의 사과가 이미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교회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노르웨이 사회가 신앙과 인권의 관계를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노르웨이 루터교회는 전체 인구의 약 60%에 해당하는 340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박현준 기자 newspaper@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