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대형 비공식 기독교 단체를 상대로 대규모 체포 작전에 나섰다. 중국 최대 규모의 지하교회로 알려진 '시온교회'의 목사와 신도 수십 명이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시온교회 설립자 진밍르(陳明日·56) 목사가 10일 밤 광시좡족자치구 베이하이시의 한 아파트에서 공안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교회 소속 다른 목사 및 신도 약 30명도 같은 시기에 연행됐다고, 그의 딸 그레이스 진과 교회 대변인 션 롱이 전했다.
진 목사는 현재 베이하이시 제2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며, '정보망 불법 사용'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며,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설교 및 신앙 공유가 범죄로 간주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진밍르는 중국 동북부 출신의 조선족으로,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목격하면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후 2008년 베이징에 시온교회를 설립했으며, 교회는 2018년 당국의 폐쇄 명령으로 예배당 문을 닫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온라인 예배와 비공개 소모임을 통해 빠르게 세를 확장, 현재 전국 50여 개 도시에서 5000명가량이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단속은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의 기독교인 체포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국 정부가 '허가 없는 온라인 종교 활동'과 '외국 세력과의 연계'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단행된 것이어서, 종교 통제 강화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이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며 미등록 가정교회 신자들에게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즉시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신앙인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예배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내 공식 개신교는 '삼자교회', 가톨릭은 '중국천주교애국회' 체제 하에 운영된다. 이들 국영 교회는 모두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약 4400만 명이 등록 신도로 보고되지만, 실제로는 수천만 명이 정부의 승인 없이 지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한국 국적 신자나 관계자 관련 영사 조력 요청은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