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 권력과 죄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다

연세대 연신원 BK21팀, 미드웨스턴 박성진 교수 초청 강연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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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제공)
연세대 연신원 BK21팀, 미드웨스턴 박성진 교수 초청 강연 개최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어깨동무사업(팀장 임성욱 교수)은 지난 9월 23일, 미국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아시아학 학장이자 구약학 교수인 박성진 교수(Sung Jin Park)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열었다. 이번 강연은 '성서와 문학'을 주제로, 사무엘하 11장 1-5절에 나타난 아이러니의 반복적 사용(Repetitive Irony in Narrative Patterning)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박 교수는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를 단순한 도덕적 실패의 서사가 아닌, '죄·권력·주체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신학의 장으로 해석했다. 그는 "사무엘하 11장은 단일한 교훈을 전하는 도덕적 본문이 아니라, 열린 해석의 장으로서 신학적 사유를 자극한다"며 "아이러니는 본문의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서사 구조 전체를 지탱하는 신학적 원리"라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박 교수는 아이러니를 구조적(structural), 상황적(situational), 극적(dramatic)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본문 속 두 개의 내러티브 사이클(1~3절, 4~5절)에 이들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음을 설명했다.예를 들어, 다윗이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 예루살렘에 머무는 장면(11:1)은 구조적 아이러니, 옥상에서 밧세바를 바라보는 장면(11:2)은 상황적 아이러니, 밧세바의 신원을 알려주는 종의 대답(11:3)은 극적 아이러니로 분석된다.

이어지는 4~5절은 동일한 아이러니의 순환을 반복하며, 밧세바의 임신 소식으로 다윗의 권력이 역전되는 전개는 "서사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를 통해 "이 본문은 단순히 다윗의 죄를 폭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과 왕권의 균열을 드러내는 신학적 텍스트"라며 "독자는 반복적 아이러니를 통해 인간 권력의 한계와 하나님의 정의를 동시에 성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신학생들과 여러 교수진이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졌다.

특히 '아이러니'를 현대 문학비평의 개념으로만 볼 수 있는지, 고대 전승과 수사학 전통 속에서도 정당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또한 밧세바의 이미지와 여성 주체성, 고대 근동 왕권 개념과의 비교 등 다층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성서 텍스트의 해석 가능성과 신학적 확장의 여지가 풍성하게 드러났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성서를 단지 종교의 텍스트로만 보지 않고, 정치적·사회적 맥락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오늘날 혼란한 사회 속에서 성서가 인간의 삶에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 박성진 교수 약력

박성진 교수는 히브리어 성서 시와 내러티브, 셈어계 언어의 통시적 발달, 신명기 법과 그 실제적 적용 등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성서 히브리어 운율의 유형론: 생성운율학적 접근』(2017) 『히브리어 악센트의 기초: 통사론을 넘어선 구분과 주해적 역할』(2020)이 있다.

박현준 기자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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