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신학포럼」, 생전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故 몰트만 강연문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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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고 위르겐 몰트만 박사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글이 실렸다. 번역은 고인의 제자 곽혜원 박사(경기대 교양학부 초빙교수)가 맡았다.

이 글에서 몰트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의 첫 만남인 영국군 포로 경험을 회상하면서 바로 그것이 자신의 신학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이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의 전쟁 포로 수용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것에 대해 무한 감사를 표했다.

몰트만은 오늘의 시대가 새로운 치명적인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증오의 문화 확산, 신(新)민족주의, 핵 자살 프로그램, 생태학적 재앙 등이 지구상의 생명 공동체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증오의 비참함을 강조한 그는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죽음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인간 생명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고 긍정되고 사랑받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에 직면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알베르 카뮈가 "유럽이 생명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이 유럽의 비밀"이라고 폭로한 내용을 회상하며 "7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유럽에서 새로운 적개심 이데올로기를 맞닥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인류는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에서 국가적인 '위로부터의 테러'를 경험한 반면 오늘날에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사적인 '아래로부터의 테러'를 겪고 있다. 이를테면 서구 세계에 대한 적개심을 근거로 하는 텔레반의 자살 폭탄 테러,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이른바 '백색 테러'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상의 혐오 문화 확산도 문제로 꼽았다.

이어 증오와 적개심, 테러와 죽음에 대한 책임은 "새로운 형태의 신민족주의에 있다"고 몰트만은 부연했다. 그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민족주의적 권력정치로 인해 세계 나라들은 평화 한가운데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것은 경제 제재와 결합된 하이브리드 전쟁, '가짜 뉴스'와 결합된 '사이버 전쟁'이다. 신민족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국가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력을 위한 투쟁에서 '적자생존'을 믿는다. (하지만)신민족주의는 인류를 위한 미래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파멸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핵 자살 프로그램, 생태학적 재앙 등의 문제도 언급한 몰트만은 이 시대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 위험 속에서 인류와 지구가 함께 공동으로 살아가는 생명의 문화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몰트만은 특히 기독교의 생명의 문화를 확립함에 있어서 기독교적 형제애가 보편적 인간 형제애로 확장된 인권과 인권성, 핵의 위협에 봉착한 시대 속에서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상호 연대, 생명을 경외하는 생태학적 생명 중심주의로의 대전환을 역설했다.

끝으로 몰트만은 인간 생명은 "삶의 선물"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과제"라고 말하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세력에 대항하여 살아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 안에서 그분 가까이 거할 때 위험이 나날이 커지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을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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