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교회의 성만찬, 신학적 깊이와 공동체적 의미 간과돼"

최주훈 목사, 「기독교사상」 최근호에 성만찬 관련 기고글 실어

「기독교사상」 최근호(7월호)에 '교회이 성만찬'에 대한 특별기고 글들이 실린 가운데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는 루터교회 신학자이자 목회자의 입장에서 성만찬을 집례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만찬의 목회적 의미를 살펴 주목을 받았다.

최 목사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초대하는 성만찬은 언제나 믿음의 심장을 뛰게 한다. 초대교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성만찬은 신앙의 본질을 드러내고, 신자들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 되게 하는 은혜의 통로로 기능해왔다.(고전 11:23-26) 그러나 현대 교회에서 성만찬은 때로 형식적 절차로 축소되거나, 그 신학적 깊이와 공동체적 의미가 간과되곤 했다.

이 글에서 최 목사는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성만찬의 준비 과정과 진행 그리고 성만찬에 참여하는 신자의 자격 등에 대해 살핀 뒤 목회적 제언을 했다.

최 목사는 "성만찬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우리는 한 식탁을 나누며 주님의 은혜와 회복을 경험한다. 그러나 매주 성만찬을 거행하는 일은 현실적인 도전을 수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150명 규모의 전례적 교회라면 예배 시간이 1시간 20-30분 정도 소요되기에, 한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예배에 익숙한 일반 교회 신자들에게는 낯설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매주 성물 준비와 봉사자의 헌신도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작은 교회에서는 이러한 요구들이 더 큰 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최 목사는 덧붙였다.

종교개혁자들도 이런 현실적 문제와 씨름했다고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츠빙글리는 성만찬의 형식화를 우려해 연 4회 성만찬을 주장했고, 칼뱅은 매주 성만찬을 이상적으로 보았으나 현실적 타협으로 분기별 성만찬을 받아들였다.

최 목사는 그러면서 "빈도에 관한 분명한 원칙 하나는 있다. 얼마나 자주 성만찬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각각의 교회 공동체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이다"라며 "이와 동시에, 성만찬의 빈도는 목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의논하고 소통하며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전례적 교회에서는 주일예배마다 성찬례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것을 다른 전통의 교회에 그대로 가져와야 할 이유는 없다"며 "앞서 말한 대로, 각 교회가 결정할 일이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주일마다 또는 달마다 성만찬을 거행하는 교회가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성만찬 방법에 관한 한 "똥일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최 목사는 "어떤 교회는 공용 잔을 사용하고 어떤 교회는 개인 잔을 사용한다. 또 어떤 교회는 줄지어 앞에 나와 수찬하고, 또 어떤 교회는 앉은 자리에서 수찬한다. 어떤 교회는 떡과 잔을 따로 받아 마시고, 또 어떤 교회는 떡을 받은 다음 그 떡을 포도주에 찍어(intinctio) 먹는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좋고 나쁘고의 차이를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의 합의이고, 그 합의를 통해 성만찬의 의미와 기쁨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신학적 이상과 목회적 현실 사이에서 지혜롭게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라며 몇 가지 목회적 제언을 덧붙였다.

첫째로 그는 "성만찬의 깊은 의미를 온 교회가 함께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며 "견신 교육이나 입교 교육 또는 특별한 설교에서만 아니라, 주일 설교를 통해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성만찬의 의미를 함께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둘째로 "목회자의 바른 성만찬 이해와 숙련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비롯한 몸 언어는 말 언어만큼 전달력이 강하다"며 "설교와 마찬가지로 성만찬도 집례하는 당사자가 이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없다면, 그의 확신 없는 언어와 표정 몸짓은 누구보다 성도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이를 위해 목회자 자신이 먼저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 목사는 "성만찬의 방식과 자격, 빈도에 관한 규정은 교회 공동체가 함께 논의하며 결정해야 한다"며 "목회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의미 없는 과거의 반복이기보다, 교회 공동체가 성서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 상황을 함께 성찰하며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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