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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또 하나의 별이 지다

한국신학아카데미 김균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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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제공)
▲한국신학아카데미 김균진 원장(좌)과 고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우)

한 평생 한국신학대학의 교수요 본 한국신학아카데미의 자문위원이셨던 김경재 교수님은 한국 신학계의 후배들에게 거성이셨습니다. 제가 한국신학대학 학부에서 공부할 당시 김경재 교수님은 대학원 과정을 갓 졸업한 선배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신학대학의 신학적 분위기는 박봉랑 전경연 교수님을 중심으로 한 카를 바르트(K. Barth) 신학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절대 타자성(totaliter aliter)과 성서 말씀의 절대성(오직 말씀으로!)에 근거하여 자연신학을 철저히 거부한 바르트 신학에 반해 강의실에서 "자연"이라는 말만 나와도 얼굴을 붉히며 호통을 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바르트 신학은 피선교지의 문화 전통에 대해 배타적 입장을 취함으로 말미암아 기독교 신학이 한국의 전통적 문화와 연결되지 못하는 문화적 배타성의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이에 김경재 교수님은 바르트 신학을 전공하지 않고 파울 틸리히의 신학을 전공함으로써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기독교 신앙의 결합을 꾀하였습니다. 이것은 박봉랑 전경연 교수님의 신학 노선에 대한 반란을 뜻했기 때문에 김경재 교수님은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같은 김경재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당시 한신대학 후배들은 "저 선배님이 어떻게 하려고 저런 신학적 입장을 굽히지 않으실까, 저러다가 해를 당하지 않으실까" 염려하는 말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경재 교수님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신학의 연결을 시도하셨습니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상황적 문제들과 신학의 연결도 시도하셨습니다. 이같은 김경재 교수님의 모습에서 저는 학자로서의 지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 김경재 교수님은 세상적 출세와 명예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제가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한국기독교학회와 조직신학회에서도 회장이란 감투를 얻으려고 눈에 보이지 않게 활동하는 교수들이 있었습니다. 이미 작고한 어떤 선배 교수님은 회장으로 선임된지 10년이 넘어도록 조직신학회 회장직을 내어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김경재 교수님은 일체의 감투에 초연한 모습을 일관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김경재 교수님은 그 조그만 조직신학회 회장 한 번 하지 않고 작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신대학 총장직에 대해서도 그분은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학문의 길을 걸어 갔습니다. 참으로 그는 학자로서 지조 있고 자기의 교수직에 충성하는 분이셨습니다.

인격적으로도 김경재 교수님은 존경스러운 분이었습니다. 자기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품어 줄 수 있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분이었습니다. 자기를 자랑하거나 자기를 중심에 세우려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그는 "인간다운 인간"이었습니다. 이같은 분이 한국 신학계에 계셨다는 것은 우리 후배들에게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육신과 세상의 모든 무거운 짐들을 내려 놓으시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김경재 교수님께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남은 유족들에게도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을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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