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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자기사랑의 덫을 피해야

"국민적 불안이 커져가는 이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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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베리타스 DB)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지나가고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특히 작년 12월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의 직무정지 그리고 혼란한 시국과 맞물려 설상가상으로 뜻밖의 항공기 사고까지 발생해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국정 혼란과 사고로 인한 슬픔으로 국민적 불안이 커져가고 있는 이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혼란한 시국에 건강한 나침반의 역할을 해야 마땅하지만 특정 정치 이념에 편승해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두둔하는 행위는 교회 스스로 몰역사적 집단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로 인한 국가 애도기간에 교회가 무엇보다 해야할 일은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곁에서 그들과 더불어 함께 울고 아파하며 위로하는 일이다.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며 불행한 사고를 정치적 선동의 재료로 삼는 행위는 마땅히 근절되어야 하며 하나님을 인신공양을 바라는 잔인한 신으로 묘사하는 이교도적 행태도 배격해야 한다.

마치 자기는 영적인 세계를 통달하고 있다는 듯이 하나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큰 소리치는 거짓 선지자들을 조심해야 할 것은 하나님 자신보다 하나님을 더 잘 안다는 그가 이미 자칭 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건전한 상식을 기반으로 한 세상에서 종교는 이성의 한계 아래에 있어야만 한다. 그 한계를 벗어난 반이성적인 종교 집단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미신적 집단에 불과하다.

자기만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며 자기사랑에 빠진 그들은 그 자기사랑의 덫으로 인해 "우리는 보다 선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는 당위를 거스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맞이할 뿐이다. 임마누엘 칸트(1724-1804)가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에서 언급한대로 자기사랑이 "우리의 모든 준칙들의 원리"로 받아들여지면 바로 그것이 "모든 악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사랑의 길은 종국적으로 악한 인간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에 무게를 두고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은 이러한 자기사랑의 길이 아닌 자기비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한 마리 잃은 양과 같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늘 영광 버리고 낮고 천한 이 땅에 사람의 모양으로 성육신 하신 그리스도의 탄생과 삶 자체가 자기비움의 현현이 아닐 수 없다. 새해를 맞아 그리스도인들은 자기사랑이 아닌 자기비움의 길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에서 선한 이웃이 되기를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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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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