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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신진화론'은 창조주 신앙과 과학적 지성을 함께 살린다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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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갈등의 촛점: 신앙과 지성, 종교와 과학의 불필요한 갈등 극복

기독교 인터넷 신문 <베리타스>의 최근 소식에 의하면(5.22일 교계소식), '한국복음주의신학대학협의회"(이하 한복신협) 소속 임원 및 13개 동 회원교 일동의 이름으로 진보적 신학자들의 '유신진화론'은 "성경의 창조교리와 배치된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신앙과 정직한 지성, 종교와 과학, 창조신앙과 진화론, 무어라 표현하든지 그 양자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노경에 이른 은퇴 신학자로서 이 글을 쓴다.

무릇 인간의 언어란 요물과 같아서, 인간으로 하여금 창조적 삶과 보다 깊고 넒은 공동체 체험을 매개해 주는 순기능을 하면서도, 모든 편견과 오해와 상대방에 상처를 주고 진리를 가리우거나 죽이는 역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한복신협'의 입장문 표현에서 그분들의 입장은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의 관점" 이라고 하는데 한국교계에서 믾이 듣는 어휘다.

그런데 도대체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이란 어떤 신학인가 항상 두루뭉실하다. 엄밀하게 말해서 성경적이고 복음주의적인 신학을 하지 않으려는 신학집단이나 개인이 있을까?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이란 어휘를 강조할 때는 잠재의식적으로 다른 입장은 성경적이지도 않고 복음적이지도 않다는 '신학적 바리세이즘과 우월의식'이 문제인 것이다. 한국에서 '성경적이고 복음주의적 신학관점'이란 좋게 말해서 보수적 교회 혹은 극단적 보수적 신앙그룹의 입장인데,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이 전해준 근본주의적 기독교 신앙 유산을 이어 받은 신앙전통을 말한다. 그 신학적 입장의 특징으로서 성경관에서 무오류 영감설 주장, 진화론에 대한 거부, 성경비평적 연구에 대한 거부 혹은 제한, 특정 교회사 시기에 형성된 교리를 요지부동의 진리라고 주장하고 현대 지성계와 열린 대화를 거부하는 입장으로 이해하겠다.

종교와 자연 과학과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에 과한 명저를 저술한 이얀 바버(Ian G.Barbour)의 견해에 의하면 4가지 입장이 있다고 정리해주었다. 첫째는 갈등관계(conflict)요, 둘째는 독립관계(independence), 셋째는 대화관계(Dialogue)요, 냇째는 통전관계(integration) 이다.

첫째 입장 곧 갈등관계 입장은 아예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투쟁 관계이거나 앙숙 관계다. 극단적 성경문자주의 무오설을 주장하는 기독교 신학자는 자연 과학 특히 진화론 자체를 유물론적 무신론이라고 단정한다. 무신론적 물질주의 과학자는 종교는 미신이고 '인민의 아편'이라고 폄훼한다. 두 번째 입장 곧 독립관계로 보는 입장은 종교(신학)와 과학(진화론)은 연구대상이 전혀 다르고, 연구방법이 다르고, 진리를 서술하는 언어가 서로 다른 실재를 다루기 때문에, 서로 싸울 필요도 없고 대화가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에 서로 독립 영역에서 상대방을 간섭하지 말고 자기 일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입장 곧 대화관계 입장은 종교와 과학이 서로 관심 영역도 다르고 언어와 연구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 현실 혹은 실재 경험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인문과학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영역의 학제 간 대화가 유익하듯이 대화는 유익하고,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대화와 상호 존중하는 경청에 그쳐야지 두 영역을 섞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않된다라는 입장이다. 네 번째 입장 곧 통전관계 입장은 세 번째 입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나가서 상대방 연구결과를 경청하고 자기영역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자연 세계가 단순히 물질과 정신이라고 하는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실체가 당구공들처럼 서로 외면적으로 부딪히는 실재가 아니라, 물질과 정신과 영성은 불가분리적으로 서로 내면적으로 관계되어 발생하는 상호연관적 실재라는 것이 점점 더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신진화론이라는 현대신학의 새로운 창조신학 담론은 바로 이얀 바버가 분리한 네 가지 입장 중에서 네 번째 입장인 것이다. 최근 성결교 교단 안에서 일어나는 창조신학 담론에 대한 '한국복음주의 신학협의회' 소속 교단신학교의 '유신진화론'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이얀 바버가 분류한 4가지 유형 중에서 첫째와 둘째 유형을 지지하고 선호하는 셈이고, 진보적 신학자들의 '유신진화론'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입장을 지지하는 창조신학 담론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의 입장은 '유신진화론'을 지지한다. 왜 그런가? 선입견을 버리고 양심적 지성과 계몽주의 시대 이후 '성인이 된 그리스도인' 으로서 유신진화론에 대한 바른 이해는 무엇인가? 지면의 제한 관계 때문에 3가지 중요한 요점만 아래에서 피력하고자 한다.

유신진화론은 장조신앙과 과학적 진화론을 동시에 살려내려는 '자연의 신학'

(i) 유신진화론의 입장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중 하나인 창조주 경외신앙과 19세기 이후 자연과학이 밝혀낸 생명체의 '진화론'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상호 대화 하고 더 나아가 통전시키는 새로운 '자연의 신학'(theology of Nature) 이요, 기독교 변증신학(apologetic theology)이다.

그러므로, 유신진화론은 자연과학계와 대부분 세계 지성이 인정하고 받아드리는 진화론을 거절하거나 성경 창세기의 창조설화를 문자적으로 믿으면서 종교와 과학을 혼동하는 소위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집단이 주장하는 일체의 시대착오적인 반지성적 기독교이해를 반대한다. 물론 유신진화론은 신학적 담론이지 자연과학 담론은 아니다. 한국의 극단적 보수신앙 집단들이 '성경적 복음진리'의 보수(保守)라는 명분을 내걸면서 동시대인들의 상식을 거절하는 '진화론'을 거부한다면, 나비로서 형태 변화를 겪지 못하고 누에 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일생을 마치는 누에처럼 되고말 것이다.

(ii) 새로운 20세기 이후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신학담론'으로서 유신진화론은, 단순히 생물학적 진화론에 의해 촉발되고 발전되어가는 신학담론이 아니다. 우주와 지구와 생명현상 자체를 새롭게 이해하는 새로운 실재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 요점은 은 '실재'(reality)란 독립된 부품들의 기계적 집합물이거나 조합물이 아니라 "상호연관된 사건들로 구성되고 형성되어 간다"는 유기체적 실재관이다.

소위 '뉴톤-데카르트적 실재관'이라고 통칭하는 근대적 실재관 곧 '물질과 정신의 대극적 이원론'은 오늘날 기계론적 자연과학 기술문명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지만, 물질 환원주의적이고 기계론적 원자주의 실재관이다. 그런 실재관은 오늘날 생태계 파과와 기후붕괴를 초래했고, 인간이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추구하는 진선미와 거룩함이나 숭고함의 가치추구를 설명하지도 못하고 담보해 내지 못한다.

새로운 유기체적 실재관은 자연세계가 죽은 물질분자들의 집합물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내재적 가치와 자기 조직화 하는 창조성과 가치지향적 목적성까지 희미하게나마 갖춘 '살아있는 자연, 능산적 자연'이라고 본다. 그리고, 피조물인 자연 그 자체가 그러한 특성을 지니는 이유는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적이고도 생명적인 영이 자연진화의 과정 속에 함께하심 때문이라고 본다.

(iii) 유신적 진화론은 창조주 하나님 신앙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창조주에 의해 지음 받고, 그 존재성을 지탱하며, 불완전한 존재자가 영원에로 이끌림 받는 다는 창조신앙의 3가지 음색을 보존하고 지지한다. 곧 '시원적 창조,(original creation), 지속적 창조(sustaining creation), 목적지향적 창조(directing creation)를 부정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새롭게 재해석하는 창조신학 담론이다.

왜냐하면, 성경이 증언하는 대로 "만물이 주(주 하나님)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11:36)고 증언하고 있으며, " 유일하신 한 분 하나님은 만유 위에 게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안에 계시는 이"이기 때문이다(엡4:6).

만유 위에 계신다는 의미는 공간적으로 저 위 하늘 어느 곳에 초월적 군주처럼 계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자유와 절대주권에 대한 공간적 은유 표현 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창조주 하나님은 만유 안에 자기를 내어주고 함께 동행할 수 있으며, 만유를 통하여 일하시면서 창조적 목적을 지향하여 인간을 초청하시고 동참을 유도하시고 격려하시고 피조물의 신음을 함께 아파하실 수 있는 것이다.

짧은 이 글에서 요즘 한국 기독교계에 화두가 되어있는 '유신진화론'의 참 뜻을 다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에서 필자가 언급한 3가지 특징을 강조하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성숙한 지성인들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과 영성을 무시하는 맹목적 신앙을 수용할 수 없다. 수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절하고 비판 할 것이다. '진화론'에 관련된 구체적 이론들은 앞으로 더 정밀하고 명료하게 그 이론을 발전해 갈 것이다. 모든 과학이론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왜 어떻게 진화가 이뤄져 가는가에 대한 보다 정밀한 이론은 변해가겠지만, 지구촌 생명계의 생명종(種)들이 30억년간 긴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해가고 진화해 왔다는 사실과, 인간종(호모족)이 유인원 단계서 진화해왔다는 생물학적 사실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생명체 진화 과정에서 이전 단계의 영장류 중에서 호모족이 출현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 아니다. 오히려 창조주 하나님의 신비로운 창조성에 대한 놀라운 감탄, 감사, 찬양이요 인간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을 유신진화론은 믿는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기를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5:17)고 하셨다. 유신진화론은, 태초에 딱 한 번 창조하시고 피조된 세계를 감상 혹은 감시하고 계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진화를 통하여 이제까지 일하시는 '농부이신'(요15:1) 창조주 하나님을 21세기 세상 사람들에게 증언하려는 변증신학적 한 가지 신학담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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