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이동환 목사와 함께 우리도 출교시키십시오"

수원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 출교 구형에 대한 교회 입장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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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
▲수원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

지난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을 상대로 축복기도를 했다며 기소됐다가 2년간 정직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다시 성소수자들을 위한 활동으로 적발돼 다시 재판을 받던 끝에 지난달말 열린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결심공판에서 출교를 구형 받았다.

이에 수원영광제일교회는 지난 5일 "이동환 목사와 함께 영광제일교회도 출교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연회 재판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이동환 목사님과 함께 영광제일교회도 출교시키십시오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 -누가복음 15장 4절-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문조 목사)는 지난 11월 30일에 열린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결심공판에서 이동환 목사님에게 출교를 구형했습니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내려진 하나님의 사랑은 무엇도 끊을 수 없건만, 감리회는 사랑에 차별을 두려 했습니다. 이에 이동환 목사님은 끊을 수 없는 사랑을 끊으려 하는 감리회의 잘못을 지적했으며,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있는 그대로 축복하고 환대해야 한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이동환 목사님은 출교를 구형받았고 오는 12월 8일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선고공판에 서게 되었습니다.

심사위원회의 출교 구형은 복음의 급진성을 저버린 율법주의적인 결정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바리새인이 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감리회 내에서 혐오에 무릎 꿇지 않은 진정한 양심의 목소리들을 재판으로 겁박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혐오만은 용납할 수 없어야 할' 교회가 '다른 건 몰라도 동성애만은 절대 안 된다'며 혐오로 얼룩져 가고 있으니 교회의 앞날이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차별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사회적 약자를 향해 복음을 전하는 급진성이야말로 감리회의 정신입니다. 감리회 신자인 우리는 교리와 장정 너머에 있을 하나님의 정의를 따라가며 끈질기게 혐오에 저항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사랑과 복음의 정신을 절대 저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동환 목사님이 성소수자들을 축복하고 환대하는 일에 나선 이유는 시대적 소명 앞에 부름받은 감리회 신자로서 교리와 장정이 저버린 감리회의 정신을 되찾기 위함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5장에는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가 나옵니다. 이 비유는 백 마리 가운데 하나라도 버리지 않으며, 잃은 양 하나를 찾아나서는 것이 사랑이라 가르칩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든 뒤 재판으로 출교를 구형한 것은 사랑의 실천과는 거리가 멉니다. 출교를 구형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율법주의적인 폭력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의 외침은 그들을 정죄하기에 여념 없던 교회가 잃어버린 양의 울음입니다. 그 외침은 동성애를 율법주의적으로 재판하고 쫓아내기에 급급한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사랑의 언어입니다. 지금 그 사랑의 언어는 이동환 목사님이 교단으로부터 추방당할 이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동환 목사님과 함께 성소수자의 인권을 외쳐온 영광제일교회 교인들도 출교 당하는 게 맞습니다. 그것이 성소수자를 창조하셨기에 그들을 정죄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와 심사위원회는 오는 12월 8일, 재판장에서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을 똑똑히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교인들은 끝까지 이동환 목사님과 함께하여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환대한 것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이동환 목사님에게 무죄를 판결하십시오. 이와 반대로 성소수자 환대목회를 죄로 여겨서 이동환 목사님을 출교시키려거든 우리 영광제일교회도 함께 출교시키십시오.

2023년 12월 5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 전교인 일동

이지수 기자 veritasnews20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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