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알쓸신학 4] 카르타고 학파의 거침없는 변증과 교회론

서방교회의 카르타고 학파: 테르툴리아누스와 키프리아누스

지도

 

서방의 교회는 동방교회보다는 조금 늦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서방교회의 대표적 학자는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155-245), 키프리아누스(Cyprianus, 200-258) 그리고 펠라기우스(Pelagius, 354-418)와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다. 이 가운데 테르툴리아누스와 키프리아누스가 먼저 3세기에 카르타고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였고, 이들을 라틴학파 혹은 카르타고 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르타고는 아프리카 서북부 지역으로, 이탈리아 반도 남단과 가까운 곳이다. 기원전 3세기경 부터 로마의 식민지가 되어 로마의 문화를 수용하였고, 라틴어를 사용하였다. 이곳에서 신학의 논의가 왕성하게 일어났고, 라틴 신학의 본산지가 되었다. 카르타고의 라틴 신학은 테르툴리아누스부터 시작하였다.

테르툴리아누스와 키프리아누스의 신학을 오늘날 살피는 것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이들의 신학은 현실적이고 참여적이고 실존적이다. 키프리아누스는 교회 박해의 한 복판에서 교회의 정체성과 역할을 고민하며 교회론을 정립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교의학적 개념들을 많이 만들어낸 교부로 유명한데 한편으로는 인간의 죄와 구원의 문제를 깊이 고심했고, 로마의 교회 박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항거하기도 하였다. 동양의 알렉산드리아 학파가 신비주의적 경향 속에서 다소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 논의들을 한 것과는 확실히 다른 색채를 띤다.

테르툴리아누스
Photo : Tertullianus

테르툴리아누스: 법률가 출신, 로마법정에 교회 박해를 법적으로 항거하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최초의 서방신학자(라틴 계열의 신학자)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로마에서 법을 공부하고 법률가로 일했고, 후에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의 신앙에 감동을 받아 개종하였다. 그는 190년경 카르타고의 교회로 갔고, 장로 안수를 받았다.

테르툴리아누스의 업적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법률가 출신의 면모가 엿보이는 그의 변증이다. 그는 로마정부의 그리스도교 박해와 그리스도인들의 재판에 대하여 법적으로 강력하게 항거했다. 그는 「변증」(The Apology)에서 로마 정권이 그리스도인들을 잘못 재판하고 있다고 진술한다. 로마법정은 로마법대로 그리스도인 피고인도 변호를 받게 허락해야 하며 변호인 없이 재판하는 것은 무효라고 하였고, 일반 국민에게 부여되는 권리와 보호를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되지 않는 것도 지적했다. 한편으로 그는 황제는 하나님이 주신 권세를 가지고 통치를 하는 것이고 황제는 그리스도인의 친구라고 말하면서, "만일 그리스도인들의 기도가 없었더라면 로마제국은 벌써 멸망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면도 보였다.

테르툴리아누스는 반영지주의적 교부였다. 그는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진리를 종합하려 했던 동방의 알렉산드리아 학파 신학자들의 말을 거부한다. 그는 "철학은 진리로 이끄는 것이 아니며 진리는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계시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아덴이 예루살렘과 공통된 것이 없다"는 유명한 말에 집약되어 있다. 철학의 도시 아테네(아덴)와 신앙의 도시 예루살렘 사이를 그는 이렇게 철저히 분리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인간의 죄의 깊이를 강조했다. 그는 근원이 되는 죄 곧 원죄에 대해 말했는데, 원죄를 성적인 것으로 보았다. 다만 여기서의 성에 대한 경시는 존재론적 의미에서라기보다, 신앙의 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틸리히는 부연한 바 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교의학적 개념과 용어들을 많이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은총을 말하면서 compensatio(보상), satisfactio(변상, 만족을 주는 것)이라는 법률 개념/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인간이 신의 은총을 받기 위해 금욕을 실천하면서 육체적 실존을 부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선한 행실을 하여 신에게 만족을 드릴 수 있고, 우리가 자신을 벌함으로써 신의 벌도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이르는 개념에 위의 법률 용어를 사용했다. 그의 이러한 용어 사용과 개념의 착안은 가톨릭교회를 특징 지운 근본적 요소가 되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테르툴리아누스가 동방의 급진적 종말론을 주장한 몬타누스주의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김균진은 이에 대해 테르툴리아누스가 자기의 도덕적 엄격주의로 인해 경직된 제도교회와 결별하고 몬타누스주의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몬타누스주의는 신비주의적이면서도 윤리성을 중시하였다.

키프리아누스
Photo : Cyprianus

키프리아누스: 박해 현장 한 복판에서 나온 교회론

키프리아누스는 교회론을 확실히 발전시켰다. 그의 교회론은 실존적인 현장에서 나온 내용들이었다. 그는 박해 현장 한 가운데 있었다.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핍박할 때 교회의 긴박함과 두려움 복판에 있었으며, 실제로 그는 박해 때 피신하였다가 자진하여 붙들렸고 사형 위협을 받을 때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라고 말하고 순교하였다.

키프리아누스가 남긴 박해 상황의 기록들이 많이 전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사람들은 박해를 이기지 못해 시장바닥으로 달려나가서 신전에 제물을 바쳤는데,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향불을 피워 신앙을 이교신전에서 불살라버리는 것이 원통하다고 썼다. 또 자신이 고문받을 때 몸은 힘들었으나 자기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믿음은 강하였고 영혼은 오래 버티면서 아픔을 견디었다고 썼다. 그러나 자기가 지쳐버렸을 때는 "회초리가 살을 찢어버리는 듯했고 몽둥이가 몸을 부숴버리는 듯했고 족쇄가 몸을 쪼개버리는 듯했고 쇠꼬챙이가 몸을 찔렀고 불이 몸을 굽는 듯하여 육신의 몸은 그 싸움에서 졌고 약한 몸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였다.

잔혹한 박해의 현장에서 교회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이교의 관료들에게 성서를 넘기고, 교인들을 팔아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사람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다시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라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대두한다. 키프리아누스의 결론은,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교회를 버렸던 사람들도 받아들였고, 큰 죄를 지은 사람들도 받아들였다.

또 다른 당면한 문제는, 교회가 커지면서 분리되기도 하고 이단들도 생겨났는데, 이단이나 다른 종파의 교회들이 베푼 세례들이 유효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이다. 키프리아누스의 결론은, 세례의 행위가 예전적으로 올바르게 실시되었는가 그렇지 않은가만을 문제삼는 것이었다. 세례를 누가 베풀었는지, 즉 이단 교회나 다른 종파 교회의 사람들이 베풀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세례의 올바른 집행과 참여이다. 키프리아누스의 이같은 입장은 세례의 효력의 객관성에 힘을 싣는다.

이로써 키프리아누스는 새로운 교회론을 제시했다고 틸리히는 평가한다. 키프리아누스에게 교회는 '성도의 교제'가 아니고 "구원의 제도"(Heilsanstalt)이다. 그의 『편지』와 『전집』에 따르면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 교회만이 구원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관이고, 이것은 객관성과 공식성을 가지게 된다.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보여주는 다양성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각자의 컨텍스트에서 출현하여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방교회는 내용적으로는 동방의 안디옥학파와 맥을 같이 한다.<②,③번 글 참조>

틸리히는 동방교회와 구별되는 서방교회의 특징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법적 관계로 다루었다는 점, 죄의 관념 특히 원죄의 관념을 다루었다는 점, 그리고 그리스도의 역사적 인간성과 겸허함이 강조되었다는 점을 꼽는다. 김균진은 동방의 신학이 형이상학적이고 우주론적 신학에 몰두하였다면, 서방신학은 하나님과 인간의 법적 관계에 관심을 갖고 죄와 은혜와 참회에 대한 이론을 발젼시켰다고 보았다.

양 전통 모두가 소중하다.

 
글 이민애 박사  eleison2023@gmail.com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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