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붕어빵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

붕어빵 파는
리어카 곁을
지날 때면
붕어빵 굽는
냄새가 난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행복한 냄새가 난다

어느날
붕어빵 굽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붕어빵 리어카가
비닐로 덮인 채
굵은 로프줄로
묶여 있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어느 날은 할아버지가
서로 교대로 나오시더니
오늘은 리어카만
덩그마니 있다
두 분 모두
아프신거다

할아버지가 아프면
할머니가 나오고
할머니가 아프면
할아버지가 나오다가
두 분이 다 아프면
그날은
영업정지 인거다

하루 종일
앉을 새도 없이
붕어빵을 굽고
또 굽는다
힘에 부친다
점점 힘이 더 든다
구청에서 단속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그게 제일 힘이 든다

화장실에 갈 여유도
밥 먹을 시간도
잠시 앉아 쉴 시간도 없이
붕어빵을 팔다 보니
돈보다 몸이
더 빨리 망가져 버렸다

다리가 제일 먼저 아프고
허리가 그 다음으로 아프고
손가락 발가락에
경련이 온다
겨울에는 발이 시려워
동상에 걸린 적도 있다

왜 그리 힘든 일
지금도 하시느냐니까
자식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시집 장가 가면
다 남의 식구인데
저희들만 잘 사면
되지 하신다

나이 팔십이 넘은 노부부는
오늘도 붕어빵을 굽는다
아무리 몸이 아프고
마음이 쓰리고
날이 험하고 추워도
서로 번갈아 가며
붕어빵을 굽는다

-권영종 목사(이수교회)-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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