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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계와 신학계의 석학 길희성 교수 가시다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길희성 명예교수가 8일 새벽 소천했다.
(Photo ▲길희성 명예교수가 8일 새벽 소천했다. )
ⓒ베리타스 DB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중 한분이신 길희성 교수께서, 오늘(9.8) 새벽 소천하셨다는 부음을 들었다. 한국 종교학계와 신학계 안에서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학이 가셨다는 아쉬움과 그가 남긴 엄청난 학문적 결실을 회고하면서 뜻있는 독자들과 함께 추모의 조의를 표하고자 한다.

80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길희성교수는 일찍이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셔서 '인생과 역사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궁극적 관심을 평생화두로 삼고 정진하셨다.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준비를 탄탄하게 하려고 서울대 철학과에서 학부를 마쳤다.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부와 하버드대학교 종교학부에서 각각 신학석사와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후, 모교 교수및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서 수많은 명저를 학계에 쏟아내셨다. 길희성교수가 남긴 22권의 역저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고 대표적인 두권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마이스터 영성신학』(2003)과 마지막 역저『영적휴머니즘』(2021)을 들고 싶다.

앞의 책 『마이스터 엑하르트』는 중세후기 13세기 때, 성프란시스와 동시대의 신학자요 영성가로서 현대 철학, 종교학, 신학, 특히 영성신학에 금광맥처럼 혹은 생수 우물처럼 빛나고도 신선한 영향을 준 인물이다. 엑하르트는 교리와 교권에 꽁꽁 갇혀있는 '역사적 예수'를 다시 되살려 내었다. 예수의 진정한 참 사람으로서 영성의 알짬이 곧 '참사람-참하나님'이라는 그리스도 고백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 모든 인간도 예수님이 가르치신 것처럼, 하나님의 고귀한 자녀들이요, 하나님의 온전하심 같이 온전해질 수 있고 또 그러해야 하는 영적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크리스마스는 2,000년전 예수님 생일을 축하 하는 날이 아니고, 내 안에 '아기예수를 탄생시키는 날' 이라야 한다는 말은 충격적 이었다. 내속에 있는 빛을 잊어버리고 원죄설의 무거운 바위에 짓눌려 있던 나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한줄기 빛을 비춰준 영성신학 이었다.

뒤의 책 『영적 휴머니즘』은 길희성교수의 마지막 역저요, 그의 60평생 학자로서의 총결산 책이요, 21세기 문명비판서요, 종교비판서이다. 그가 종교학자인데 종교비판이란 무슨 말인가? 길교수는 "종교시대에서 영성시대에로 전환"을 강조했다. 전통적, 정통적 종교들의 유산은 물론 아직도 위대하다. 불교, 기독교, 유교, 이슬람교, 유대교, 천도교, 원불교 모두 위대한 진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존 종교들은 진리라는 보석상자를 창고에 저장하고 관리하는 위상으로 전락해 있다. 현대 인간들이 씨름하는 자연과학, 세속적 휴머니즘, 뇌과학, 천문학, 양자역학, 무신론, 범신론을 진지하게 맞대면하여 그것들을 돌파하려 들지 않는다.

인간성과 하나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세속적 휴머니즘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영적존재로서 인간과 하느님을 주장한다. 길희성 교수는 한국이 낳은 '길잃은 21세기 인간들의 사도'라고 할수 있다.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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