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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방절에 들리는 하늘소리 2마디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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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기후붕괴로 인해 지구가 펄펄 끓고, 세계 각국 나라들에서 홍수, 가뭄, 태풍, 산불 등으로 몹시 힘든 2023년 여름이었다. 그러나 땡볕이 지속되지만 어김없이 계절은 변하고, 한반도엔 8월 중순이 되면 하늘은 높아지고 한민족은 8.15 해방절을 맞는다. 지상에서 다투는 정치집단들의 쓰레기 같은 잡소리가 아니라, 하늘로 부터 들리는 2마디 무거운 질문을 '마음의 귀'로써 듣는다.

첫째음성: "네 이름이 무엇이냐?"

창세기 50장 내용중 12장 이후부터는 아브라함 , 이삭, 야곱에 관련된 족장설화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라는 하나님의 사자의 질문은 얍복강가에서 밤새도록 씨름하고서 결판이 나지않자 신비한 그 어떤 존재가 야곱에게 묻는 질문이다(창32:27).

고대사회 일수록, 이름은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특정인에게 부여한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이름은 곧 그 이름을 지닌 자의 실체이며 정체성이었다. '야곱'이라는 이름은 어머니 리브가의 태중에서 나올 때, 먼저 나온 형 에서와 '형님자리'를 놓고서 다투기라도 하는 듯 "발꿈치를 잡았다"는 뜻이다(창25:26).

다시 말하면 야곱은 경쟁자, 야망가, 권모술수자, 목적달성을 위해 위장과 사기치는 일도 서슴치 않는 품성을 지닌 자였다. 요즘 심리학적 인간유형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야곱은 적극적 인간형, 진취적이고 야망을 지닌 인간, 아직 없지만 실현된 미래를 앞당겨 내다보고 거기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대 한국 대기업가 중에서 아마 정주영 '현대기업' 회장의 기질과 비숫한 성격이었다.

현대기업이라는 대기업체를 이룬 정주영씨의 입지전적 일화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케 한다. 이스라엘 3대족장중 야곱의 일생이 그러했다.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축복을 가로채고, 지팡이 하나만 들고 고향을 떠나 삼촌 라반의 머슴식객으로 20여년 노동하여 라반을 능가하는 재산과 식솔을 거느렸다. 야곱의 야망은 컸다. 지칠줄 모르는 야곱의 목적지향적 삶의 철학은 눈앞의 작은 이해타산을 넘어서는 비젼도 가졌다. 그러나, 항상 맘에 걸리는 한가지 일은 형님 에서와의 풀지못한 갈등관계와 언젠가는 일어날듯한 폭력으로 보복당하는 두려움이었다. 얍복나루터의 잠 안오는 하룻밤의 '야곱씨름' 이야기는 야곱이 '자기정체성'에 대하여 근본적 물음을 스스로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야곱'에서 '이스라엘'에로의 개명(改名)은 고대종교의 축복신앙, 영웅설화, 장자권과 상속권 갈등 해소 등 여러가지 모티브를 함축한 상징적 사건이다. 그중에서도 야곱 자신의 자기정체성 반성이 핵심이다. 성공과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왔던 삶에 대한 자기성찰을 하며, 새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에서 특기할 사항으로서 그동안 저들이 사용하던 '남조선, 남측,'등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가이름으로 호칭하는 일이다. 정치학자들의 공통적 견해는,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으로 변경하는 이유는 이념적 '남조선 해방논리'나 감상적 '우리민족 끼리 논리'를 포기하고,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경제정치 체제가 다른 두 개 국가의 현실적 실체를 전제하고, 국가대 국가의 보편적 국가관계로서 전환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다.

북한 당국의 대남호칭이 '대한민국'으로 변했다는 것은, 남한도 북한을 저들의 공식 국가명칭인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불러야 한다는 쌍방적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성경 본문 해석에서 지나친 은유적 해석은 조심해야 하지만, 이상할만큼 야곱과 에서의 '갈등 모티브'는 남북관계의 갈등과 너무나 닮았다.

'갈등관계' 발생의 단초가 '장자권' 문제였듯이, 1945년 해방직후 남북한에 설립된 두개의 정부는 서로 민족의 주권과 역사전통의 진정한 계승지로서 장자권 싸움 곧 현대판 '국가정통성 싸움'이었다. 에서는 들사람, 사냥꾼, 핵무기로 자기방어하는 군사제일주의자요, 야곱은 차분한 계산형 인간, 기회주의자, 산업화 성공자, 현대판 경제제일주의자 이다.

이념적으로 단순화 시켜본다면 '평등한 정의'를 강조하는 공산주의와 '창의적 자유'를 강조하는 자본주의간의 이념 싸움이었지만, 자유없는 평등이란 강제와 독재를 의미하고, 평등없는 자유란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북한도 중공도 그들 나름대로 국가명칭 자체가 각각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중화 인민 공화국'이다. 그러므로, 미국과 한국의 정치경제이념은 '절대선' 이고, 중국과 북한의 그것은 '절대악'이라는 선악 흑백논리는 국제적, 국내적 정치가들의 냉전시대 허울좋은 빈 껍데기 이념논쟁일 뿐이다.

문제는 국가공동체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유, 평등, 박애' 3가지 가치를 어떻게 골고루 동시에 실현하며 어디에다가 강조점을 일차적으로 놓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미국도 중국도,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위에서 말한 인류공동체가 실현해야할 난제를 성공적으로 성취하지 못하고, 도리혀 야곱처럼 '기만자'가 되어있고 정치적 야망가들의 만만한 '먹잇감'들이 되어있는 것이다.

다시 맞는 해방절에 하늘로서 들리는 첫번째 질문은 "네 이름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이다. 자기에게 정직하라는 것이다. 야망가, 약육강식 싸움꾼, 무한경쟁 승리자, 상대방의 존재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과 우월감, 거짓 편파방송 언론으로 국민을 마취시키려는 술수를 버리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되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

둘째음성: "네 남편을 불러오라!"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 일행은 사마리아 땅 수가마을 샘가에서 한 낮에 물 길으러 온 사마리아 여인과 깊은 대화를 하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라". 여인이 대답한다: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요4:16-17). 예수께서 진실을 깨어 다시 언급하신다: "네가 남편이 없다하는 말이 옳도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요4:17b-18).

진정한 부부관계 곧 참다운 의미의 남편과 아내관계는 몸과 맘이 둘이지만 하나인 관계다. 어떤 이해타산의 계산이나 이런 저런 조건을 내건 계약관계가 아니다. 오직 진실, 성실, 사랑, 그리고 서로를 위함으로써 자기를 완성하는 진정한 상보적 관계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힘이 약하고 경제적 독립조건이 불리한 여성들이 시장바닥에서 막걸리술집 술장사라도 하려면, 장터의 건달 깡패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푼돈이라도 뜯기지 않으려면, 든든한 '기둥서방'을 두어야 한다. 가련한 사마리아 여인의 기구한 운명은 '기둥서방'같은 남자 다섯을 교체하며 살아왔다는 고백이다.

개인사를 확대하여 민족 국가역사를 생각할 때, 아세아 대륙세력과 태평양세력이 부딪히는 동아시아 세계시장 바닥에서 살아온 동이족(東夷族) 우리의 남편은 누구인가? 중국대륙을 지배했던 당, 원, 명, 청나라를 사대(事大)하고 의지하고 조공하면서 기둥서방으로 삼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19세기 동아시아 시장판엔 깡패건달들의 행패가 더욱 심해지고 노골화되자, 이번에는 러시아, 일본, 청국, 그리고 요즘은 미국을 기둥서방으로 삼고 모멸찬 생존을 이어가려고 몸부림치는 가련한 사마리아 여인의 신세가 우리 모습이 아니었던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은 요즘 더욱 더 중국과 러시아를 든든한 기둥서방으로 삼고자 애쓰고,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과 더불어 '삼자동맹'을 맺고 중국과 북한의 핵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고 자유를 지키려는 '가치외교' 한다고 명분을 내건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미국을 '기둥서방'으로 모시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오늘 2023년 해방절에 들려오는 하늘의 두번째 하늘소리는 "지금 살고있는 남편도 참 네 남편이 아니다. 진정한 네 남편을 불러오라!"는 소리이다. 1945년 8월15일에 진정으로 한민족은 해방을 맞이했던가? 무릇 생명의 제일법칙은 '스스로함'인데, 우리 민족 스스로 힘으로 쟁취한 해방이 아니었기에 우리 몸은 시장바닥 깡패 건달들에 의해 능욕당하고, 입술엔 연지 바르고 멋진 옷 얻어 걸쳐입었어도 맘은 지치고 공허해져서 사마리아 여인처럼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라고 용기를 가지고 사실대로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미국은 우방임에 틀림없지만, 자국의 정치군사적 이익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패권적 국가주의로서 무장한 세속국가이지 윤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적 한국민들이 생각하는 '남편' 같은 국가는 아니다.

호세아서 제2장엘 보면, 하나님은 배반한 이스라엘을 향하여 말씀하신다:"너희 어머니와 논쟁하고 논쟁하라. 그는 내 아내가 아니요 나는 그의 남편이 아니라."(호2:2). 참된 남편 하나님은 누구인가? "이 땅에서 활과 칼을 꺾어 전쟁을 없이하고,...정의와 은총과 긍휼히 여기는 마음"(호2:18-19)을 본질로 하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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